작은방 홈바 오픈
여행과 술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는 딩크족으로 살면서 저녁 시간을 함께 즐기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 중 우리 부부에게 새롭게 시작된 취미, 위스키!
딩크족으로 살고 있는 남편 친구 부부가 집에 놀러 오면서 글렌피딕 한 병을 선물로 사 왔다. 그 부부는 술을 좋아하지 않는 부부인데 요즘 위스키에 빠졌다며 본인들이 좋아하는 술이라고 했다.
이게 위스키구나 라면서 처음 마셔본 글렌피딕 12년.
" 와 이거 뭐지? "
위스키라는 표현보다는 양주라는 표현이 더 익숙했던 나는 나이트클럽에서 딸기우유량 섞어먹었던 그나마 가장 마실만 했었다. 내가 마셔봤던 양주는 다 쓰기만 하고 마시면 목부터 위까지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었다. 그런데 이 양주는 달랐다. 위스키라서 다른 것일까?
이때부터 우리는 위스키에 대해 궁금해졌다. 우리가 마신 글렌피딕은 싱글몰트 위스키였고 싱글몰트는 무엇인지 위스키의 종류는 어떻게 되는 건지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뒤 제주도 여행을 다녀오면서 면세점에서 글렌피딕 15년과 로열샬루트를 한 병씩 사 왔다. 로열샬루트는 친정아빠에게 선물할 생각으로 사 왔는데 갑자기 두 개 술을 비교해보고 싶었다.
" 오빠, 이거 아빠 주지 말고 우리가 마실래요? 싱글몰트랑 블렌디드 너무 비교해보고 싶은데 "
위스키에 대해 공부를 하다 보니 내가 맛없다고 느꼈던 이전의 양주들은 블렌디드 위스키였기 때문에 신세계를 경험한 싱글몰트 위스키랑 무슨 차이인지 비교 테이스팅을 해보고 싶었다. 결국 친정아빠 선물로 사 온 로열샬루트는 내가 오픈을 하게 되었다.
아빠에겐 미안하지만 우리에겐 너무 좋은 기회였고 경험이었다. 확실하게 블렌디드 위스키와 싱글몰트 위스키의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왜 사람들이 싱글몰트 위스키를 찾는지 알 것 같았다. 오크향과 부드러운 목 넘김이 좋았다. 블렌디드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좀 더 오일리한 느낌이었고 싱글몰트 위스키가 깔끔한 느낌이었다.
비교 테이스팅에 재미를 느낀 우리는 위스키를 계속 사기 시작했고, 남편이 칵테일에 관심을 가지면서 온갖 칵테일 도구, 재료들도 사들이기 시작했다. 거실 한쪽에서 시작된 홈바는 결국 작은 방 하나를 홈바로 꾸미게 되었다.
인테리어에 관심 많은 남편 덕분에 우리 집 홈바는 웬만한 술집보다 분위기가 좋게 꾸며졌다. 집에 손님들이 놀러 오면 식탁에서 음식이랑 같이 술 한잔하고 2차로 작은 방 홈바로 옮겨서 술잔을 기울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웃렛에 있는 필립스에 갔다가 하이네켄 비어텐더를 발견했다.
" 오빠오빠! 나 사고 싶은 거 생겼어요 "
" ?? "
이것만 있으면 5L짜리 하이네켄 케그를 넣어서 생맥주를 즐길 수 있다는 것 아닌가. 우리 부부는 바로 당근마켓을 검색했고 좋은 가격에 거래하고 홈바에 생맥주 존을 만들었다.
두근두근 하면서 생맥주를 따라보았는데,,,
" 에????? "
거품만 가득 나오는 상황. 잔머리를 굴리다 보니 술집에 가면 차가운 잔에 생맥주를 따라주는 게 생각이 났다. 바로 냉동고에 잔을 얼리고 다음날 다시 따라보았다.
" 와우! 이게 생맥이지 크~ "
그때부터 우리 집 냉동고에는 맥주잔이 들어가 있다.
우리 집 홈바 놀러 오고 싶지 않으세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