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외의 인연
조용하던 우리집에 언제부턴가 갑자기 층간소음이 시작되었다.
3년 동안 층간소음에 ㅊ도 모르고 살다가 한두 달 전부터 쿵쿵과 끄으으윽을 밤낮없이 겪다 보니 소음에 저절로 예민해지고 있었다.
처음엔 위층 어느 집에서 이사를 왔나 보다, 정리하느라 밤에도 가구 옮기고 시끄러운가 보다 했다. 그렇게 몇 달 지나니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싶은 남편이 윗집에 가봐야겠다고 한다.
"윗집에 가서 얘기 좀 해봐야겠어"
"그냥 경비실에 얘기하고 말아요. 윗집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본인들 아니라고 성질내서 싸움 나면 어쩌려구요"
"따지러 가려는 게 아니라 얘기라도 해보려고.
혹시 모를 수도 있으니까 이런 소음이 계속 들린다 알려주면 나아질 수도 있잖아"
소리에 예민한 남편은 결심을 한 듯했다. 그렇다면 막을 방법은 없으니 서로 감정 상하지 않을 방법을 생각해야 했다.
첫 번째, 웃으면서 초인종 누르기
두 번째, 선물부터 전달하기
세 번째, 따지러 온 게 아니라는 것 설명하기
좀 전에 배송된 복숭아 3개를 쇼핑백에 담고 웃는 얼굴 준비하고 올라갈 준비 끝!
- 띵동
- 누구세요?
- 아래층이에요
- 잠시만요
문이 열리고 우리 또래의 남자분이 나오셨다. 보자마자 아래층이라며 인사를 하고 복숭아부터 들이밀었다.
" 저,,,, 혹시,,, 최근에 이사 오셨나요? "
" 아니요, 3년째 살고 있는데요 "
아,,,, 그렇다면 층간소음의 원인은 위층이 아니다.
우리도 이사 온 지 3년 되었고 그동안 조용했는데 얼마 전부터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예상하지 못 한 공통점을 찾게 되었다.
" 저희는 애도 없어서 쿵쿵거릴 일이 없어요 "
" 엇! 딩크세요? '
" 딱 딩크로 살자는 아닌데 아이는 없어요 "
" 저희도 아이 없이 둘이 살고 있는데 혹시 술 좋아하시면 다음에 맥주 한잔 해요 "
사실 딩크족으로 살다 보면 아이가 있는 부부들과 모임을 하거나 자리를 만드는 게 쉽지 않다. 환경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 불편한 부분들이 생기더라.
그런데 이렇게 가깝게 이웃사촌으로 아이 없는 부부를 만나게 되다니!
문 앞에서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보니 윗집 여자분이 무슨 일 이냐며 나오셨다.
상황 설명을 다시 한번 하고 언제 같이 한잔 하자라고 말을 건네었더니
" 그럼 지금 들어오실래요? 저희 한잔하고 있는 중이었는데 같이 한잔 해요 "
세상에, 이 언니 완전 내 스타일이다!!!!
아래 위층의 남자 둘은 당황하였지만 여자 둘은 오늘 꼭 만남을 해야겠다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윗집에서 술을 거의 다 마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럼 5분 뒤에 우리 집으로 내려오시라고 이야기를 전하고 내려왔다.
그렇게 우리는 층간소음으로 만나 술 한잔 하면서 찐한 이웃사촌이 되었다.
만약 그때 직접 만나보지 않고 경비실로 인터폰 요청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요즘엔 윗집 부부와 술 마시면서 이런 이야기를 나눈다.
" 어느 집인지 모르겠지만 층간소음 만들어줘서 정말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