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한계와 철학적 사고

제대로 ai를 쓰는 2가지 방법

by 김동린


ChatGPT의 등장 이후 우리는 누구나 AI와 대화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복잡한 코드를 작성하고, 논문을 요약하며, 창작까지 해내는 이 기술 앞에서 많은 이들이 경이로움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낀다. 그러나 나는 현재 AI의 가장 큰 한계가 기술 자체가 아니라 우리가 AI를 마주하는 방식, 즉 채팅 인터페이스에 있다고 생각한다.


AI의 한계: 채팅 UI와 GIGO


컴퓨터 과학에는 오래된 격언이 있다. GIGO(Garbage In, Garbage Out)—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온다. 이 원칙은 AI 시대에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현재 대부분의 AI 서비스는 채팅 형태로 제공된다. 사용자가 질문을 입력하면 AI가 답변을 생성하는 구조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아무리 뛰어난 AI라도 질문의 품질을 넘어서는 답변을 내놓기 어렵다. “좋은 글 써줘”라고 요청하면 평범한 글이 나오고, “20대 직장인의 번아웃을 다루되 회복탄력성 연구를 인용하고 개인적 서사를 녹여서 2000자 에세이를 써줘”라고 요청하면 전혀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결국 AI의 출력 품질은 사용자의 입력 품질에 종속된다. 이것이 채팅 UI가 가진 근본적 한계다.


첫 번째 해결책: 메모리를 끄는 역설


많은 AI 서비스가 ‘메모리’ 기능을 제공한다. 사용자에 대한 정보를 축적해 맞춤형 응답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언뜻 편리해 보이지만, 나는 오히려 메모리를 끄는 것이 AI를 제대로 활용하는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현재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근간인 트랜스포머(Transformer) 아키텍처의 작동 방식에 있다. 트랜스포머는 본질적으로 ‘다음 토큰 예측기’다. 문장을 생성할 때 앞에 쌓인 토큰들을 참조해 가장 그럴듯한 다음 토큰을 예측한다. A, B가 주어지면 C를 예측하는 식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나와의 과거 대화가 컨텍스트로 주어지면, AI는 그 대화의 수준과 패턴에 맞춰 다음 응답을 생성하게 된다. 내가 과거에 단순한 질문만 던졌다면, AI는 나를 단순한 질문을 하는 사용자로 인식하고 그에 맞는 수준의 답변을 내놓는다. 프론티어급 성능을 가진 모델이 나의 과거 수준에 갇혀버리는 것이다.


맞춤화는 때로 족쇄가 된다. AI의 잠재력을 온전히 끌어내려면, 역설적으로 AI가 나를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두 번째 해결책: 철학적 사고의 복원


더 근본적인 해결책은 AI를 대하는 우리의 사고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이다. 나는 이를 철학적 사고의 복원이라 부른다.


여기서 말하는 철학적 사고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가 경험한 세계와 내가 알고 있는 개념들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드는 능력이다. 서로 다른 영역의 개념을 비교하고 대조하며, 그 교차점에서 새로운 통찰을 끌어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뉴턴의 제1법칙은 이렇게 말한다: “외력이 가해지지 않는 한, 물체는 정지 상태를 유지하거나 등속 직선 운동을 계속한다.” 이 물리학 명제를 커리어에 대입하면 어떨까?


우리의 커리어도 관성을 가진다. 한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면 외력 없이는 그 방향을 바꾸기 어렵다. 커리어를 전환하려면 상당한 ‘외력’—새로운 학습, 네트워크의 변화, 때로는 경제적 리스크—을 감수해야 한다. 동시에 차이점도 보인다. 물리적 물체와 달리 인간은 스스로 외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의지와 선택이라는 내부 동력이 존재한다.


이런 사고 과정을 AI에게 요청할 수 있다. “뉴턴 역학의 관성 법칙과 커리어 전환의 어려움을 비교 분석해줘. 유사점과 차이점을 짚고,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실천적 교훈을 도출해줘.” 이렇게 질문하면 AI는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 사고의 파트너가 된다.


철학적 사고는 좋은 질문을 만드는 엔진이다. 그리고 좋은 질문만이 AI로부터 좋은 답변을 끌어낼 수 있다.


지식이 공짜가 된 시대, 남는 것은 무엇인가


LLM의 등장으로 지식의 가격은 역사상 가장 저렴해졌다. 책 한 줄 읽지 않고도 대부분의 공학적 지식을 얻을 수 있고, 당장 활용해볼 수도 있다. 머지않아 로봇이 거리를 걸어 다니고, 지금 우리가 하는 많은 일을 대신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AI가 대체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 바로 질문을 만드는 능력이다.


AI는 답을 생성하는 데 탁월하다. 그러나 어떤 답이 필요한지,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그리고 좋은 질문은 세계를 바라보는 고유한 관점, 서로 다른 개념을 연결하는 사유의 힘, 즉 철학적 사고에서 나온다.


역설적이게도, AI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AI에 의존하지 않는 사고력을 기르는 것이다. 메모리를 끄고, 매번 새롭게 질문하고, 이질적인 개념들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찾는 훈련. 그리고 무엇보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 호기심이 없으면 질문도 없고, 질문이 없으면 AI는 그저 검색엔진의 화려한 버전에 불과하다.


이것이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역량이 아닐까.


지식은 공짜가 되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가치를 만들 것인가. 그 답은 결국,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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