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다이어리로 해를 정리하고 맞이하며
내년 계획을 위해 다이어리를 알아보던 중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눈에 보였다. 생각보다 이뻐서 확인해 봤더니 프리퀀시를 적립하라고 한다. 일반 커피 14잔에 미션 음료 3잔. 10만 원 돈을 써야 비롯 받을 자격이 해금되는 어마어마한 상품이다.
그래도 카카오톡 선물로 받은 기프티콘이 많이 남아있어 속는 셈 치고 스타벅스 어플을 깔았다.
생각해 보니 난 스타벅스를 2달에 17번이나 기본적이 없다. 12월 초에는 다이어리를 받아야 계획을 짤 수 있을 텐데 평소대로면 분명 10잔도 채우지 못할 것이다. 나는 이번 다이어리가 꽤 탐났기에 퇴근 후 매일 커피숍을 가기로 다짐했다.
매일까진 아니더라도 이틀에 하루 정도는 무조건 카페에 가다 보니 12월 8일, 드디어 프리퀀시를 다 채워 다이어리를 수령했다. 고작 다이어리가 뭐라고 설레는지. 살면서 이렇게 기분 좋게 다이어리를 받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지난 한 달 동안 꾸준히 커피숍을 가면서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다.
첫째, 커피숍은 진짜 뭐라도 하게 한다. 어떻게든 커피숍에 앉아있다 보니 책을 읽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든 하다 못해 회사일이라도 조금 더 하게 된다. 집에 가면 저절로 침대, 소파, 더 나아가서는 그냥 땅바닥에 누워 휴대폰, tv를 쳐다보지만 커피숍에서는 그렇지 않다. 싫든 좋든 타인과 공간을 함께 쓰고 있다는 점은 내가 흐트러지지 않게 적절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그렇다고 나와 아는 사람도 아니기에 스트레스도 주지 않는다. 5천 원에 2시간 쓰는 건 아직 비싸다 생각하긴 하지만, 현금화시키지 못할 쿠폰들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면 이렇게 사용하는 건 꽤 괜찮은 것 같다. 추후 쿠폰을 다 쓰게 된다면 저가 커피숍을 노려봐야 할 듯하다.
두 번째, 다이어리에 대한 근거가 명확해진다. 지난 한 달 동안 다이어리 하나 때문에 적지 않은 신경을 쏟다 보니 굳이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서 다이어리를 사려하는지 명확한 당위가 잡혔다. 사실 평소 다이어리 구매할 때는 당위성에 대한 고민보다 디자인에 대한 고민이 대부분이었기에 첫 2주에서 한 달 정도 힘을 주다가 결국 낙서장/필기노트로 전락하게 된다. 하지만 때려치울까 하는 순간에 왜 이걸 가져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다이어리에 무슨 내용을 채울지 미리 고민을 하게 된다. 불편한 과정이 내게 고민할 시간을 준 셈이 된 것이다.
새로 다이어리를 뽑은 기념으로 이번 해에 뭘 해냈고 뭘 못했는지 끄적이다 집에 왔다. 내일 퇴근 후에는 이번 해에 목표로 할 것들을 적어나갈 예정이다. 미리 떠올려놓은 덕분에 신규 항목과 기존 유지되는 항목 모두 머릿속에 리스트업이 된다. 옛날에는 12월 한 달 동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한다는 개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게 한 달씩이나 걸릴 일인가 했던 마음이 짙었기 때문인데, 지난 한 달 동안 카페를 오고 가며 간접적으로나마 느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기에 정리할 필요가 있고, 정리된 걸 기반으로 또 한해를 어떻게 보낼지 적어나갈 시간이 필요가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