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컴퓨터를 제대로 쓰고 있었을까

코드를 짜는 시대에서, 일을 설계하는 시대로

by 김동린


잠깐 생각해보자. 컴퓨터는 무얼 위해 존재하는가? 매우 작은 단위로 쪼갠다면 결국 반복되는 작업을 정확하게, 수행하기 위해 라고 할 수 있다. 전기가 공급되는 한, 그들은 불평 없이 천 번이고 만 번이고 같은 계산을 반복한다. 덕분에 우리는 훨신 싼 가격에 더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고 컴퓨터가 발명되기 전에 비해 비교 안될 수준의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과연 당신의 업무를 돌아봤을때 그 수혜를 온전히 다 누리고 있다 생각하는가? 그나마 엑셀, 워드, 파워포인트, 한글 파일과 같은 생산성 소프트웨어가 업무 속 반복적인 요소를 해결 할 도구를 제공 중이지만 이 마저도 이미 40년 전에 만들어진 소프트웨어 생태계로서 업무 자동화, 데이터 분석 등과 같이 개인 업무에 맞는 고수준 커스터마이징은 쉽지 않다. 분명 개인이 가지게 된 컴퓨팅 자원은 날이 갈수록 강력해지고 있는데 업무 환경은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컴퓨터에게 올바르게 명령해야 컴퓨팅 파워를 온전히 다 쓸 수 있을까? 컴퓨터는 전기가 흐르고 끊기는 신호인 0과 1, 기계어로 소통한다. 우리는 이를 어셈블리어와 같은 저수준 언어, 파이썬과 같은 고수준 언어까지 점점 인간 친화적인 언어로 발전시켜 영어 단어를 사용해 코드를 짜는 이 단계에 이르러 더 많은 사람이 프로그래밍의 세계로 뛰어들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 냉정하게 말해, 이 '고수준 언어'조차 비전공자들에게는 거대한 장벽이다. 언어별 문법은 여전히 엄격했고, 논리 구조는 기계의 방식을 따라야 했기에 입맛에 맞는 자동화 도구를 직접 만드는 것은 '전문가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2025년 현재, 과연 아직도 그 장벽은 무너지지 않았을까?


LLM(거대언어모델)의 등장으로 이제 우리는 기계의 논리를 배우기 전, 우리의 언어(자연어)로 목적을 먼저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 단순히 '말 잘하는 챗봇'이 아닌 고수준 프로그래밍 언어로 즉시 번역해주는 '완벽한 통역사' 가 우리 손에 쥐어졌다. 뭔가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만 있으면 모두가 웹, 어플, 데이터 분석 스크립트, 시각화 등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시대. 프로그래밍을 배우다 포기했던 수많은 직장인과 비전공자 들에게 기회가 왔다. AI와 함께 컴퓨터의 힘을 온전히 당신의 것으로 만드는 '거꾸로 학습법' 을 시작해보자.


전통적으로 모든 프로그래밍 언어는 변수 → 조건문 → 반복문 → 함수 → 객체 → ... 와 같은 방식으로 교육을 진행한 뒤에야 기초적인 프로그래밍을 시작한다. 대부분 "Hello World"를 출력하고 노트북을 덮게되는데 이는 구체적인 목적 없이 문법만 외우며 시작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AI에게 먼저 주문을 하고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훑어보며 공부해보자. 전체 스크립트에서 이 파트가 의미하는게 뭔지, 만들어놓은 기능 몇개가 어떤 흐름과 로직으로 구동되고 있는지 물어보면서 학습을 하다보면 큰 그림에서 어떤 데이터를 기반으로 어떤 기능을 하는 파이프라인이 구축되는지 그 원리를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이제 핵심 역량은 '문법(Syntax)'을 외우는 것에서 '설계(Design)'를 이해하는 것으로 옮겨졌다. AI가 코드를 대신 짜주는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진짜 실력은, 내 업무의 복잡한 과정을 아주 작은 단위로 쪼개고 각 단계가 어떤 데이터를 주고받는지 정의하는 '업무 파이프라인 해체 능력' 이다.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가졌음에도 목적지까지 가는 경로(파이프라인)를 명확히 설계하지 못한다면, 그 엔진은 결국 공회전만 할 뿐이기 때문이다.


결국 컴퓨터를 제대로 쓴다는 것은 단순히 툴을 다루는 기술을 넘어, 내 업무의 논리 구조를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흐름으로 치환할 줄 안다는 뜻이다. 코딩의 장벽이 허물어진 지금, 당신의 가치는 코드를 적는 손끝이 아니라 파이프라인을 설계하는 통찰력에서 결정된다. 오늘부터 자신의 업무를 '데이터의 흐름'으로 분해해 보라. 그것이 AI 시대에 컴퓨터의 힘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드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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