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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Jun 05. 2022

사진으로 보는, 쿠바에서의 여름 (1)

16일 쿠바 여행 기록

사진으로 보는, 쿠바에서의 여름 (Fin)

쿠바에 간다고 말을 했을 때 주변의 많은 친구들이 '너 말레꼰 비치에서 모히또 마시고 올드카 투어 해?'라고 나에게 물어봤다. 아마도 대부분이 유튜브의 '여락이들' 영상을 보고 쿠바 여행에 대한 이미지를 쌓게 된 것은 아닌가 싶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재작년 즈음 우연히 알고리즘에 잡힌 한 시간 짜리 쿠바 영상은, 나에게 막연하게나마 그 생소한 섬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사실 쿠바에 실제로 내가 갈 수 있으리란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너무 낯선 땅, 너무 먼 나라였기에 스카이스캐너를 뒤적거리며 가능한 여행지를 찾는 와중에도 쿠바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국어-영어 교류 모임에서 만난 애슐리와 타샤가 나에게 자기의 쿠바 여행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내가 꿈꿔왔던 쿠바가, 사실 캐나다에서 가장 많이 가는 남쪽 휴양지라는 것은 그때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사는 캘거리에서 쿠바로 가는 비행기는 90만 원 정도, 그리고 4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인천에서 쿠바 왕복은 지금 확인해보니 무려 480만 원에서 500만 원. 왕복 36시간이 걸리는 대장정이다. 한국에 산다면 꿈도 꾸지 못할 나라가 캐나다에서는 코앞에 있었다. 놓칠 수 없는 기회라는 생각이 드니 더욱 간절해졌다. 며칠을 스카이스캐너를 들락날락 거리며 최저가를 찾았고, 그나마 괜찮은 조건이 떴을 때 바로 예약을 해버렸다. 부모님이 반대하시더라도 설득할 생각이었고, 같이 갈 친구가 없다면 구하면 되는 문제였다. 하지만 일생에 한 번뿐일 지금, 쿠바에 가지 않는 것은 선택지에 없었다.



비행기에서 바라본 쿠바는 정말 녹색의 향연이었다. 도시가 어디 있는지 간신히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푸른 자연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다. 여행 준비에서 무엇인가 잘못될까 전전긍긍했던 시간이 지나, 마침내 쿠바에 도착해 이 땅을 내려다보니 가슴이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캘거리에서는 수도인 하바나보다 바라데로(Varadero)로 가는 비행기가 훨씬 저렴했기에 바라데로 왕복 비행기를 구매했다. 아직 봄이 오지 않아 무채색이었던 캘거리에서 내내 살다, 꽃과 나무와 하늘의 채도가 눈이 부실 정도로 높은 쿠바에 오니 카메라를 내려놓을 수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바로 바다로 달려 나갔다.



쿠바에서 노을을 보지 않는다면 그건 반쪽짜리 여행이다! 황홀할 정도로 거대하고 아름다운 석양 덩어리를 만들어냈던 바라데로. 카리브해의 에메랄드빛 바닷물 위에 노을이 비추면 너무 아름다워 숨이 막힌다.



올인클루시브 리조트에서 이틀을 보낸 후 하바나로 떠나기 전, 바라데로 시내 구경을 했다. 리조트가 바다와 하늘을 보고 쉬는 곳이라면, 바라데로 시내는 조금 더 쿠바 사람들의 색을 짙게 담은 곳이었다. 물론 여기도 휴양지의 일부라 하바나보다는 여유롭고 관광지 느낌이 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사는 집과 생활 풍경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쿠바를 아름답게 만드는 수많은 요인 중 하나는 건물이다. 바라데로의 건물들은 팔레트에서 랜덤으로 색을 조합해 벽을 칠한 것처럼 보일 정도로 다채로웠다. 어딜 찍어도 색이 진하고 채도가 높으니 맑고 환한 쿠바의 햇살과 어울려 사진이 기가 막히게 나온다!



하바나에서 바라데로는 약 두 시간. 이동하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보통은 택시나 버스를 탄다. 인원이 4명 정도라면 택시가 훨씬 편하고 가격도 합리적이지만, 우리는 두 명이었기에 택시는 큰 부담이었다. 그래서 결국 현지인들도 많이 타는, 그래도 한국인들에게 나름 인기 있었던 비아술을 이용했다.



노을 지는 시간에 도착한 하바나! 스페인어로는 H가 묵음이니 사실 '아바나'라고 부르는 것이 맞지만, 이미 '하바나'라는 영어식 발음에 익숙해져 계속 이렇게 쓰기로 했다. 아무튼, 지상낙원 같은 바라데로에서 있다가 찐 쿠바인 하바나에 오니 여러 모로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유일한 동양인이어서 어딜 가든 부담스러운 관심을 표하는 사람들 중에는 사기꾼도 많았고, 위험하지는 않지만 생소한 도시 풍경과 후덥지근한 날씨에 적응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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