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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Jun 07. 2022

사진으로 보는, 쿠바에서의 여름 (Fin)

16일 쿠바 여행 기록


정말 행복했던 격리 끝 소식! 가장 기대되었던 것은 다름 아닌 음식이었다. 병원에서는 우리를 먹이려고 정말 최선을 다 했지만, 맛도 없고 매일 엇비슷한 메뉴를 먹는 것은 정말 고역이었다. 격리 해제 소식을 듣고 바로 밖으로 나가, 입원할 때 쟀던 병실 앞 체중계에 올라가 봤더니 일주일 전보다 무려 2.5kg이나 빠져 있었다! 과일을 많이 먹고 중간에 초밥도 배달해 먹어 아주 굶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쿠바 병원에서의 급속 다이어트마냥 체중 감량 효과가 있었다. 캐나다에서 열심히 먹고 자느라 몸무게가 잔뜩 불어 있었는데,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병원에서 나와 택시를 잡고 숙소에서 바로 짐을 푼 다음, 하바나 구시가지로 다시 돌아왔다. 숙소를 가까운 곳으로 잡았다면 더욱 좋았을 테지만, 머물고 싶은 숙소가 따로 있어 불편함을 감수하기로 했다. 숙소는 정말 디즈니 성같이 예뻤다! 완전 추천... 하나씩 브런치에 소개할 생각에 벌써 들뜬다.


구시가지에서 바로 달려간 식당은 '오 라일리(O' Reily). 랍스터 맛집으로 소문난 곳이었는데, 추천해주시는 랍스터 메뉴와 함께 치킨 커리 파스타를 주문했다. 줄어든 내 위 크기를 잊고 정말 너무 맛있게, 많이 먹어서 끝에는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배불렀다. 오랜만에 먹는 제대로 된 밥인 만큼 축배를 들자, 해서 비싼 모히또도 한 잔씩! 정말 행복한 식사였다.



하바나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그 힘들었던 기억은 전부 잊히고, 이제는 적응도 되었겠다 신나게 구시가지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정말 맛있었던 300원짜리 아이스크림도 먹고. 또 바라고 바라던 해 질 녘의 올드카 투어! 일부러 시간을 끌어 해 지기 한 시간 전부터 드라이빙을 했고 차의 색깔도 옷과 맞춘 핑크로 골랐다.



100년은 된 예쁜 핑크 올드카를 타고 하바나 구시가지를 크게 한 바퀴 돌았다. 자동차 뒷자석에 앉아 사진을 찍고, 달리면서 손을 위로 들고, 바람은 귀를 스치고.


가장 하이라이트는 멀리 말레꼰 비치에 비치는 석양을 바라보며 울컥했던 순간. 격리에서의 힘듦과 대비되어 더 감동이었던 것 같다. 낮의 더위는 어느새 가시고, 차에서 흘러나오는 라틴뽕짝에 신이 나고, 그러다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핑 돌았던... 내 쿠바 여행 중 단연코 잊지 못할 순간!



하바나에서 행복했던 하루를 보내고, 다시 바라데로로 돌아왔다. 다시 봐도 너무 아름다운 카리브해의 푸른색.



처음에 갔던 플라야 비스타 아줄의 음식이 조금 별로였어서, 이번에는 음식을 기준으로 호텔을 골라 이베로스타의 '라구나 아줄' 호텔을 갔다. 구체적인 리뷰도 곧 적어보겠지만, 일단 내 기준으로는 10점 만점에 8점은 넘는 것 같다. 무엇보다도 음식의 퀄리티가 높았다. 날씨도 항상 그랬듯 정말 좋아서,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채도가 진한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브런치 예고]

   - 쿠바 바라데로 올 인클루시브 리조트 고르는 법

   - 라구나 비스타 아줄 리뷰

   - 쿠바 바다, 대신 체험하기



사람이 거의 없는 프라이빗 비치에서, 모히또 한 잔 하며 책 읽기. 자주 그러듯이 책 읽다 졸려서 잠들었는데 나른한 햇살과 파도소리가 따뜻했다. 살면서 걱정 하나 없이 잠들 수 있는 순간이 얼마나 있을까? 내가 여행을 하며 보내는 매 순간이 소중한 이유다.



맑은 날 아침, 혼자 산책 나가 열심히 찍은 사진. 찍은 사진들은 보정을 거친 후에 사진스타그램에 올려 기록하기도 하고, 브런치 글을 쓸 때 사용하기도 한다.


나는 카메라의 설정들을 직접 조절하고, 피사체를 프레임에 담고, 숨을 참으며 초점을 맞추고 셔터를 누르는 그 순간을 사랑한다. 사진 찍는 데에 몰두하면 풍경을 잘 즐기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풍경을 보고, 충분히 즐기고, 그 속에서 가장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꼽아 카메라에 담는다. 휴대폰 카메라는 그냥 찍으면 되니까 사실 큰 노력이 없어 기억에 잘 남지 않지만, 하나하나 수동으로 설정을 조절해야 하는 카메라는 다르다. 카메라로 찍는 사진 한 장엔, 그 순간의 빛에 맞는 최선이 필요하다. 용을 써 담는 사진 한 장은 그렇기에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다. 가장 기억하고 싶은 것을, 가장 잘 기억할 수 있는 방법으로 담는 것이다.



바라데로에서 머무는 이튿날엔 시내를 다시 나가 곳곳을 둘러보았다. 흡연하는 친구들에게 한 개비씩 주고, 집에 기념품 용으로 하나 둘 쿠바산 관타나메라 시가도 사고 자석도 구매했다.


쿠바는 공산품이 드무니 모든 것은 전부 수제로 만든다. 하나하나 손길이 닿아 있는 물건인데도 가격은 꽤 저렴하다. 3개 중 가장 아꼈던 코코 택시 자석은 버스에서 만난 아기한테 뺏겼지만, 사진으로라도 남아있으니 다행인가 싶다.



아이스크림 집 찾아가다 빈 공터에 그냥 서 있는 빨간 올드카 발견!



올드카 투어도 좋았지만, 쿠바 여행에서의 '베스트 모먼트'로는 위 사진이 담고 있는 석양 속에서의 수영을 꼽을 것 같다.


살면서 했던 바다 수영을 떠올려 보면, 대부분 엄청 많은 사람들 사이에 낑겨서 바닷속으로 들어갔던 여름 동해... 혹은 발만 담갔던 제주 해변 정도다. 완전히 안으로 들어가는 스쿠버다이빙을 제외하면 말이다. 그런데 이 때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그냥 바다와 나, 그리고 하늘이 전부였다. 하루 종일 달궈진 바닷물은 공기보다 따뜻하고, 햇살은 바닷물을 주황빛으로 만들었던 오후! 그 속을 둥둥 떠다니고 잠수하며 지는 해를 바라보면 정말 상상 이상의 자유로움이 느껴진다. 내가 평생 살던 서울과의 시차가 13시간, 정말 말 그대로 지구 반대편의 바다에 내가 누워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수영을 마치고 돌아와 뷔페에서 저녁을 먹고, 리조트 앞 수영장에서 살짝 놀다 들어갔다. 캘거리 돌아가서 먹을 한식도 고민하고, 내일 비행기 체크인도 했다.


애증의 쿠바, 하지만 사랑하는 마음이 더 크다. 아름다웠고, 다채로웠고, 무엇보다도 낯설었기에 적응하고 나서는 더욱 정이 가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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