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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영 Apr 14. 2022

교환학생을 왔는데, 친구가 없다

친구 0명, 영하 22도, 락다운 직전의 캘거리에서 친구 만들기

왜 캘거리로 왔어?

   캘거리에서 대학을 다니는 현지 학생들, 혹은 여기서 오랜 시간 거주한 한인들을 만나면 항상 받았던 질문은 ' 캘거리인가'였다. 한국의 대전 정도로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서울이 아니라, 부산이 아니라 대전으로 교환학생을  캐나다 친구를 보면 이곳을 선택할 이유가 궁금할 테니.


   내가 캘거리를 선택한 이유는 사실 소거법 덕분이었다. 처음의 교환 국가 후보는 다음과 같았다. 대학교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했기에 자연스럽게 러시아가 들어갔고, 영어를 배우고 싶다는 생각 하에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를 넣었다.


   다섯 국가 중에서 코로나19 심각했던 영국은 제외했고, 여행지가 다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 아래 섬나라인 호주와 뉴질랜드 또한 탈락했다. 러시아에 가서 러시아어를 공부할까, 캐나다에 가서 영어를 공부할까 고민했는데, 개인적으로 러시아어에는 그다지 재능이 없는  같아 결국 남은 국가였던 캐나다를 선택하게 되었다.


   캐나다로의 교환학생이 가능한 대학교가 있는 지역은 밴쿠버, 밴쿠버의 외곽, 캘거리, 몬트리올, 토론토 정도였다.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성격상 겨울 내내 비가 오는 밴쿠버는 너무 우울할  같아 제외했다. 몬트리올은 프랑스어를 쓰기에  수가 없었고, 토론토는 집값도 비쌀뿐더러 너무 대도시라 차라리 밴프가 주변에 있는 캘거리가 가장 좋아 보였다. 제거하고, 없애고, 결국 남은 도시가 캘거리였기에 이곳에 오게 되었다. 이유가 너무 시시한가?


설레는 교환학생,
하지만 내가 마주한 캘거리는

    

   교환학생을  준비하다 보면 온갖 로망을 품게 된다. 학생들이 가득 모이는 학교 축제, 밤새서 하는 홈파티, 클럽, 새벽까지 닫지 않는 , 룸메이트와의 저녁식사....

   하지만 1 7일에 도착한 캘거리에서 내가 마주한 것은 영하 22도의 얼어붙는 추위였다. 하루에   명씩 나오는 오미크론 확진자와 더불어, 락다운이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퍼져 있는 도시, 그리고 연장된    가량의 비대면이었다. 아침 아홉  반에 뜨는 해는 네시 반이면 졌고, 밤은 너무 긴데 시차 적응은 아직 되지 않아 깨어있는 대부분의 시간이 어두웠다. 비대면 수업 때문에 학교는 텅텅 비었고, 룸메이트들은 아직 입주하지 않았으며 마찬가지로 학교의 모든 행사들은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다.


   처음 일주일은 우울함과 불안함 속에서 살았다. 캐나다에 교환학생을 오면 무엇인가 신나고 즐거운 일이 일어날  알았는데, 사실상 한국과 다를 것이 없는 생활이었다. 일어나서 밥을 먹고, 재미없는 비대면 수업을 멍하니 듣고, 저녁을 먹으면 이미 어두워진 하루. 오미크론 확진자가 미친 듯이 나오는 시기인지라 거리에도 사람이  명도 없어 다운타운에 나가기도 무서웠다. 비대면이 학기 내내 지속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들렸고, 진지하게 귀국을 고민했다. 3 이전에 들어가면 학교 수업도 제대로 들을  있을 거고, 캐나다는 1, 2 여행만 하다가 돌아가는  어떨까.




캘거리를 어쩌면 좋지?

        

   아침 8시까지 꼴딱 밤을 새우며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다가, 부모님께 전화를 드려 진지하게 귀국 가능성을 말씀드렸다. 다행히 엄마와 아빠 모두 내가 원하는 대로 하기를 지지해주셔서, 남은 것은 정말 결심하는 것뿐. 당초 1 말까지로 예정되어 있던 비대면 수업이 연장될지, 아니면 대면으로 전환될지가 일주일 이내로 발표 나기 때문에, 일단은  일주일 동안 캘거리를 최대한 즐겨보기로 마음먹었다.


1. 적극적으로 친구 구하기 : 교환 학생 친구들과의 연락, 캐나다 워홀 카페 활용 


     나는 외향적인 성격이지만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하고 다가가는 것은 부담스러워했다. 한국에서는 이미 친한 친구들과 그룹이 든든하게 있었기 때문에 인간관계에 목마르지 않았고,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하는 경우는 정말 친한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교환학생에서도 사실 누군가가 먼저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약속을 잡아주기를 바랐었다.


     하지만 길에서 우연히 만난 친구가 밥을 먹자고 하거나, 룸메이트가 음식을 차려 방문을 두드리는 일은 정말 영화에서나 있을 법한 일이었다. 캐나다에   일주일 정도가 지났지만 현지 친구는커녕 한국인 친구도 제대로 사귀지 못했었고, 결국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사람들이 나와 친구가 되어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장 먼저 사용한 방법은 한국 친구를 구하기 위한 워홀 카페 이용이었다. 외국 친구도 좋지만 한국 친구들과 먼저 친해져서 캘거리를 이곳저곳 둘러보고 싶었다. 운이 좋으면 한국 친구가 외국 친구를 소개해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먼저 '캘거리 친구 구해요!'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오픈 채팅 링크를 올렸다. 사실 '캐나다 워홀 카페' 외에는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적고, 특히 캘거리 관련 카페는 글이  달에 한두  꼴로 올라오는 터라  기대는 하지 않았다. 글을 올린  3 정도 지난 후에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같은 캘거리 대학교 출신에 나이도 동갑이라 말이  통했다. 원래는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지 않지만,  때는 친구가 너무 절실했던 터라 내가 먼저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다.  뒤에  친구가 자기의 룸메이트를 소개해주어서 같이 쇼핑도 가고, 스키도 타고, 밴프도 다녀왔다! 용기를   내니 좋은 인연들이 따라온 셈이다.


     기존에 비대면으로 진행되었던 교환학생 대상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홈페이지에 자기소개를 올리는 항목이 있었는데 이곳에  인스타그램 계정을 올리고, 같이 행아웃 하자고도 말했다. 이후에 인스타그램으로 팔로우와 디엠이 잔뜩 와서, 친구들과 매일 만나고 새로운 모임을  잡으면서 친해질  있게 되었다. 요즘에도 이렇게 만난 교환학생 친구들과 매일 파티를 가고 밥을 먹는다!


    많은 교환학생들이 친구를 사귀기 위해 '헬로우 ', '범블' 그리고 이성을 노린다면 틴더를 이용한다. 헬로우톡은 언어 교류가 목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어플이라 다소 안전하기에 나도 깔기는 했다. 그런데 모르는 사람들과 언어를 목적으로 연락을 하는 것이 무의미해 보였고 흥미도 생기지 않아 하루 만에 접었다. 그래도 휴대폰을 자주 쓰는 사람이라면 스몰 톡을 나누기에는 좋다.


    범블은 데이팅 앱이지만 'BFF' 모드로 설정하면 같은 성별인 친구들을 만날  있다. 나도  모드를 사용해 범블을 이용하기는 했는데, 마찬가지로 대뜸 외국인 친구를 만나는 것이 이상하고 어색해 하루 만에 그만뒀다. 틴더는 이성을 만나는 목적이 너무 뚜렷해 보여 사용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앱을 통해 친구를 사귀는 것은 쉽지만 어려운 방법인  같다. 접점을 만들기에는 좋아도, 관계를 유지하고 이어나가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완전히 남을 만나는 것이기에 어느 정도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도 하다. 휴대폰을 잡고 있을 시간에 학교 도서관에 가서 아무나 친구를 만드는 것이  빠를  같다는 생각이다.


2. 대면 동아리 물색하기 : U of C Outdoor Adventurers

       

     가장 먼저  일은 폭풍 인터넷 검색. 나는 사람이 너무 만나고 싶었기 때문에, 간절하게 대면으로 활동을 진행하는 동아리를 찾아다녔다. 토론 동아리, 봉사 동아리, 심지어 종교 동아리까지 모든 것이 비대면이라는 공지를 매번 읽으며 정말 한국을 가야 하는 것일까 고민하고 있던 순간, 눈에 띄는 'offline-meeting' 표시가 붙어 있는 동아리를 발견했다. 오프라인일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 치면 등산 동아리였다.


    빠르게 사인 업을 하고 가장 가까이 열리는 모임이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정말 운이 좋게도 밴프 주변의 미네완카 호수를 트래킹 하는 활동이 며칠 내로 열렸다. 한국에서 등산화와 아이젠 모두 가져왔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참여 신청을 했다.


   이때 참여한 미네완카 호수 트래킹은 살면서   모든 등산 중에 가장 새롭고 환상적인 뷰를 만나게  주었다. 꽝꽝 얼어 미동도 없는 푸른 호수 위에 무섭도록 거대한 로키 산맥. 내가 움직이는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겨울의 고요함. 캐나다의 아름다움을 깨달았던 순간이었다. 아래는 이 날의 후기.


https://brunch.co.kr/@231db458940647f/3


3. 한국-캐나다 언어 / 문화 교류 그룹 찾아보기 : KCC(Korean Conversation Club)



        사실 나는 어느 지역에 가든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한 그룹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교내에서 열리는 한국어 모임을 찾아보다가, 인스타그램을 타고 타고 들어가 KCC를 발견하게 되었다. 모든 것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와중에 오직 KCC만이 월요일에 대면 모임을 실시하고 있었는데,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 이것도 마찬가지로 바로 사인 업을 하고 오픈 채팅 톡방에 들어갔다.


        그렇게 참여한 KCC의 첫 모임에서 만난 친구들은 나의 가장 친한 캘거리 친구들이 되었다. Dani의 생일 파티에 초대받아 메리어트 호텔에서 머물며 클럽을 가고, Tasha와 함께 쇼핑을 다니고, Ozi와 이케아에서 가구를 구매해 집까지 낑낑거리며 옮기기도 했다. 요즘도 아주 귀찮지 않은 이상 매번 KCC 모임에 나가며 캐나다인들의 슬랭을 배우고 있다.



노잼 도시 캘거리,
근데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캘거리는 춥고, 바다도 없고, 4월에도 눈이 온다. 겨울밤은 길고, 사람도 없고, 많은 식당과 카페는 8시면 문을 닫는다. 멀리 보면 유럽이나 미국과 비교해 확실히 '노잼'인 셈이다.



        하지만 동계 스포츠의 성지인 캘거리에서는 학교에서 15분 거리에 스키장이 있고, 도시에서 한 시간 반만 달려도 밴프가 나온다. 레이크 루이스 스키장은 5월까지 개장을 하고, 도시 곳곳에 아이스링크가 펼쳐져 있다. 인공적으로 만든 아이스링크가 아닌 호수와 강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고, 거대한 올림픽 오발에서는 인공암벽 등반부터 각종 구기 수업, 요가 수업과 자유 수영이 저렴한 가격에 제공된다. 학부생이라면 공짜인 화려한 피트니스센터와 더불어 매주 열리는 하이킹, 트래킹, 러닝 모임. 스포츠를 사랑한다면 캘거리는 최고의 교환학생 장소가 된다.

        로키 산맥이 펼쳐진 밴프와 캔모어, 레이크 루이스가 아주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도 캘거리의 매력을 더해준다. 여름에도, 겨울에도 환상적인 경치를 자랑하는, 그래서 세계 어디에서든 누구나 오고 싶어 하는 관광 명소가 바로 옆에 위치해 있는 셈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호수로 꼽히는 레이크 루이스 위에서는 3월까지 스케이트를 탈 수 있고, 이동에 대한 부담이 없기에 주말이면 트래킹을 떠날 수 있다.


        나름 캐나다에서 세 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거주하는 캘거리에는 놀거리들도 많다. 마을 곳곳마다 하나씩은 있는 예쁘고 맛있는 브런치 가게들,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들이 처음 만났던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식당인 'Dark Table', 실탄 사격장과 롤러장, 레이저 태그, 카트 타기, 성인용 트램펄린 장 등 젊은이들을 겨냥한 놀거리들도 가득하다. 특히 어느 곳에나 깔끔하게 조성된 수많은 공원들, 이곳에서 타는 자전거나 전동 스쿠터도 묘미이고, 돗자리를 깔고 가만히 누워 있어도 푸른 하늘과 맑은 공기 덕에 행복해진다.


        건축 상을 받은 다운타운의 가장 거대한 공공 도서관을 비롯해, 마을마다 마주할 수 있는 도서관은 크고 깔끔하며 한 번에 무려 책을 99권이나 빌릴 수 있다! 인쇄와 자료 이용이 무료인 것은 당연하다. 캘거리 트레인으로 도심과 외곽이 한 번에 이어지고, 캘거리 대학의 학생이라면 교통비 전액을 지원받는다.


        다민종 국가의 장점인지, 태국, 베트남, 몽골, 한국, 중국, 일본, 티베트 등 다양한 국가의 음식점과 식료품점이 산재해 있기도 하다. 몰 문화가 발달한 캐나다의 특성을 반영해 코어 쇼핑몰, 치눅몰, 마켓 몰 등의 거대한 복합쇼핑센터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어 쇼핑과 즐거움 모두를 잡을 수도 있다.




        이렇듯 캘거리는 멀리 보면 노잼일 수 있어도, 자세히 들여다보고 탐색한다면 어마어마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내일이면 캘거리 거주 경력이 세 달을 채우게 되는데, 매일 캘거리를 탐색하고 다녀도 여전히 볼거리들은 많고, 반할 매력은 끝이 없다.


        처음 내가 캘거리에 도착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그때는 참 막막했겠구나 싶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타지에서, 모든 것을 나 혼자 해결하며 반년을 보내야 했기에. 하지만 그 막막함에 절박하게 찾아다녔던 활동들이, 결국 지금의 안정된 생활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처음부터 친한 한국인 친구가 있었다면, 그 편안함에 안주하여 외국인 친구들을 만날 기회를 잃었을 수도 있고, 내가 찾아다녔던 캐나다의 매력들을 반의 반도 경험하지 못했을 수도 있으니까. 나에게 온 어려움, 그리고 그것으로부터 나온 행운들에 모두 감사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브런치에서는 이 글에서 간략하게만 언급했던 수많은 경험들을 구체적으로, 차례대로 풀어보고자 한다. 나처럼 처음 캘거리에 도착해 당황했던 사람들이, 내 글을 통해 캘거리의 매력을 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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