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2주살이 : 소박한 일상 채우기
걸어서 모든 곳을 갈 수 있는 레이캬비크
한국에서는 새벽 2-3시까지 깨어있는 것이 일상이었는데, 아이슬란드에서는 가족 모두 늦어도 9시에는 잠에 든다. 하루종일 새로운 풍경과 상황들을 마주하다 보니 단잠이 필요한 것일까! 새벽 4시에 깨도 7시간을 넘게 자는 것이니 하루가 길다.
레이캬비크에서의 삶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나서부터는 도시를 천천히 탐험하기 시작했다. 해변가로 나가 천천히 걸으며 작은 등대도 보고, 유명하다는 생선 배 모양 조각상에서 사진도 찍었다. 해가 밝지 않은 날 천천히 오는 아침을 맞으며 걸으니 기분이 좋았다.
바닷가 쪽으로 걷다 방향을 틀어 도착한 곳은 레이캬비크 아트 뮤지엄. 예술품에 대한 미적 감각은 없지만 공간이 소박하고 깨끗해 정말 마음에 들었다.
작품은 30분이면 금방 볼 수 있지만 갤러리 전체는 꽤 넓고, 북유럽 특유의 정돈된 우드톤 인테리어에 예쁜 조명과 생화가 잘 어울리는 곳이었다.
레이캬비크 시내와 아이슬란드를 담은 로컬 작가의 작품들도 많았고, 섬세한 직물과 조형물까지 다양했다.
한 바퀴 돌아보고 나서 엄마는 다시 한번 감상하러 떠났고, 나는 당근케이크 하나를 주문해 넓은 카페에 앉아 여유를 즐겼다(이 인테리어가 정말 마음에 쏙 들어서 나중에 집을 꾸미게 되면 이런 톤&매너를 참고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 갤러리는 도시 반대편에 있다. 표를 하나 끊으면 레이캬비크에 있는 3개의 갤러리를 몽땅 둘러볼 수 있는데, 여긴 조금 더 현대미술에 가까웠다. 1층에는 미디어 아트가, 2층에는 팝아트를 닮은 작품들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넓은 공간과 고요한 전시에 내 마음도 조용히 가라앉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아이슬란드에서의 첫 외식(핫도그 제외)! 아이슬란드가 양고기와 물고기로 유명하다고 해 가까운 캐주얼 다이닝에 갔다.
푸드코트처럼 여러 개의 식당이 모여 있는 곳이었는데 펍처럼 분위기가 좋았다. 맥주 한 잔에 에피타이저 하나와 식사 메뉴 3개를 주문했고, 가격은 무려 16만 원! 아이슬란드 외식 물가는 역시 상상 이상이지만... 어찌 보면 한국 레스토랑이랑 큰 차이가 없는 것 같기도...
간단히 먹는다고 갔던 식당이었음에도 정말 맛있었다! 햄을 두른 치즈볼은 아래 사워크림이랑 잘 어울렸고, 양고기 향이 섞인 햄버거는 신선했다. 잡내 없는 양고기는 감자, 파, 양파와 함께 먹으니 질리지 않았고, 대구도 정말 부드러웠다. 레이캬비크의 KROST 추천합니다.
매주 목요일 12시에는 레이캬비크 중심 교회에서 오르간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오르간 연주자를 찍는 것은 금지되어 있어 오르간 사진만 슬쩍... 엄청나게 큰 파이프 오르간이어서 소리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 같았는데,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꿀잠을 자버렸다.
마지막 일정은 혼자 간 북카페. 레이캬비크 중심가에 있는데 공간도 매우 넓고, 사람이 별로 없다. 낮에는 카페처럼 운영하고 밤에는 펍으로 변신한다고. 3시쯤 방문한 나는 페퍼민트 차를 한 잔 주문하고 밀린 사진 정리를 했다. 다음에 다시 와서 8시부터 열리는 라이브 공연을 보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