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2주살이 : 빙하와 폭포 모아 보기
빙하 트래킹 앞뒤로 우리 가족은 숨겨진 다른 빙하들을 찾아 나섰다. 요쿨살론과 다이아몬드 비치에서 보는 빙하들은 워낙 유명하지만, 아이슬란드에는 그 밖의 알려지지 않은 명소들도 정말 많다.
하루 종일 앉아 빙하만 보고 싶은 곳
여기는 피얄살론. 구글맵 리뷰 300개 내외로 작은 규모지만, 날씨에 따라 요쿨살론보다도 더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구글맵에 올라온 사진들은 변덕스러운 아이슬란드 날씨에 맞게 흐린 풍경이 많았다. 그런데 날씨 운이 워낙 좋았던 우리 가족이 발을 내딛는 날엔, 땅에 고인 물에 흰 산의 반영이 한가득 담길 정도로 맑았다!
빙하 호수 앞엔 우리 가족을 포함해 두세 그룹밖에 없었다. 풍경은 두 눈을 가득 채우고도 흐를 정도로 가득했으나 소리는 고요했다. 나는 눈을 감고 서울에서는 쉽게 느끼지 못할 광활함과 평화로움을 마음껏 즐겼다. 꽉 막힌 출근길 2호선 지하철 안에서 이 순간을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지 상상하며...
인터스텔라 찍을 만했다!
두 번째 빙하는 스비나펠스요쿨. 인터스텔라에서 쿠퍼 일행이 얼음 행성을 찾아 만 박사와 함께 탐험을 나섰다가 엎치락뒤치락 싸운 그곳이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수많은 빙하 후보지 중 왜 스비나펠스요쿨을 택했을까 궁금했는데, 보자마자 그 의문이 풀렸다.
두 번째 사진을 보면 우측 하단에 아주아주 작은 사람이 보인다. 사람보다 빙하가 한참 가까이 있는데도 크기가 저렇게 많이 차이가 난다. 실제로 바로 앞에서 보면 고층 아파트보다도 훨씬 더 클 것이다. 압도적인 크기와 더불어, 뇌의 주름에 올라앉아 있는 것 같은 비현실적인 모양이 모든 풍경을 외계 행성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내가 놀런 감독이었어도 무릎을 치며 여길 촬영지로 택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https://maps.app.goo.gl/x4U9rUY14M5G6bqT6?g_st=com.google.maps.preview.copy
저 빙하 위를 걷는다면
스카프타펠요쿨은 우리 가족이 가장 처음 본 빙하였다. 다른 요쿨보다 꽤나 먼 거리를 걸어 빙하 가까이 가야 했는데, 그 길에 절벽을 따라 흐르는 작은 폭포들과 이끼 같은 풀들이 가득해 아름다웠다.
혓바닥처럼 산 사이로 펼쳐진 빙하는 분명 거대했지만, 30년 전에 비해서는 정말 많이 작아졌다고 한다. 빙하로 걸어 들어가는 입구에는 100년 전에 비해 빙하 크기가 어떻게 줄어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이 있었는데 그 차이가 정말 어마어마했다. 아이슬란드에서는 용암과 화산과 작은 지구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마찬가지로 지구온난화 또한 피부에 닿도록 생생했다.
https://maps.app.goo.gl/kSktd84ZT7zsBcgdA?g_st=com.google.maps.preview.copy
막 찍어도 그림 같은 스코가포스
스코가포스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폭포 중 하나다. 굴포스가 그 크기로 압도했다면, 스코가포스는 주변 자연이 정말 아름다웠다. 특히 이 지푸라기 색의 잔디들과 짙은 색의 돌, 그 사이의 하얀 새들이 어우러져 세심하게 그려진 그림처럼 보였다.
스코가포스에서는 가파른 계단을 올라 폭포 위에서 떨어지는 물을 아래로 내려다볼 수 있었다. 날씨도 봄 같아 땀을 뻘뻘 흘렸지만, 위에서는 확실히 산도 들도 폭포도 한눈에 볼 수 있어 후회는 없었다.
https://maps.app.goo.gl/zn8YRPgsZQH2nU367?g_st=com.google.maps.preview.copy
작은 폭포가 아니었어!
셀야란드포스를 처음 본 나와 엄마는 ‘굴포스를 보고 나니 작아 보인다’는 생각을 했다. 나이아가라보다 인상 깊었던 굴포스에 비해 이 폭포는 한눈에 보기엔 앙증맞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생각은 폭포에 가까이 갈수록 사라져 갔다. 멀리서도 튀는 물방울, 다가갈수록 천둥 같은 폭포 소리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셀야란드포스에서는 특이하게 폭포 뒤를 걸어 통과할 수 있었는데, 바닥이 미끄러워 조심조심 걸으며 물줄기를 지나쳤다. 우비를 입었는데도 바지가 흠뻑 젖고 머리에서는 물이 뚝뚝 흘렀다. 역시 아이슬란드에서는 웬만큼 큰 폭포가 아니고서야 관광지가 되기 어렵다!
https://maps.app.goo.gl/7xooYcKEVR7ySbKGA?g_st=com.google.maps.preview.copy
지칠 때까지 광활한 자연을 맛봤던 아이슬란드. 여행과 쉼을 균형 있게 가져가기 위해, 남은 날들은 레이캬비크에서 마지막으로 잔잔한 일상을 보냈다.
다리가 짧아 귀여운 아이슬란드 토종말 사진과 함께, 3박 4일 로드트립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