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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위의 다이아몬드들

아이슬란드 2주살이 : 요쿨살론과 다이아몬드비치

by 김다영

2주 동안의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하이라이트를 고른다면 바로 오늘.


어제는 내내 비가 오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몸이 휘청거리고, 창문이 깨질 것처럼 흔들렸던 강한 바람이었다. 이렇게 한차례 몰아치고 나니 오늘은 마법처럼 파란 하늘이 보인다!


정갈한 조식과 아늑했던 오두막


어제 머무른 숙소는 Hali country라는 호텔의 작은 오두막집이었는데, Cottage라는 설명이 무색하게 깨끗하고 낭만 있었다. 방도 두 개로 나뉘어 있어 깊은 잠을 잤다.


특별한 점은 조식을 준다는 것! 특히 예상했던 것과 달리 신선한 야채들이 있었고, 방부제 없이 집에서 직접 만든 햄이 맛있었다. 양, 소, 돼지 햄 모두 골고루 먹었다.


조식이 오픈되는 이른 시간에 맞춰 제일 먼저 자리를 잡고 후다닥 먹은 다음, 요쿨살론과 다이아몬드 비치에서 일출을 보러 떠났다!


요쿨살론에서 거대한 고요함을 만나다


차에서 내려 요쿨살론을 마주했을 때, 그 아름다움에 숨이 막히는 듯했다. 사진으로는 절대 담기지 않는 거대함. 뒤에는 눈 덮인 설산이 있고, 그 앞에는 바다로 흐르는 강이 있었다. 강 위에는 크고 작은 빙하 조각들이 있었는데,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서걱서걱 빙하끼리 부딪히고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세상의 시간이 멈추고 빙하만이 흐르는 듯한 고요함이 느껴졌다.


일출 시간에 맞춰 요쿨살론을 보러 온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 아주 밝은 낮보다도 빙하와 하늘, 산의 다양한 색들을 볼 수 있었고, 일출의 황금빛이 섞여 다른 지구에 온 듯한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다.



변덕스러운 아이슬란드 날씨답게, 청명한 풍경을 볼 수 있는 시간은 1시간도 되지 않았다. 기온이 오르며 곧바로 안개가 가득 끼었고, 약간 늦게 도착한 사람들은 이 풍경을 보지 못해 아쉬워했다.



요쿨살론 다음으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일출 시간대의 다이아몬드 비치. 요쿨살론을 눈에 담고 바로 옆에 있는 다이아몬드 비치로 허겁지겁 뛰어갔다. 해가 완전히 뜨기 전, 사선으로 비치는 황금빛 햇살과 빙하 조각을 함께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이슬란드에 머문 시간 내내 날씨는 거의 봄이었다. 눈이 아닌 비가 내렸고, 하루 종일 기온은 영상을 맴돌았다. 얼음과 추위에 대비해 히트택부터 아이젠, 스키장갑까지 꽁꽁 챙겼건 걱정이 무색하게 가벼운 후리스 하나만 입고도 돌아다니곤 했다.


마냥 좋기만 한 줄 알았던 봄날씨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있었는데, 바로 다이아몬드 비치의 얼음이 몽땅 녹았다는 것이다. 우리가 방문하기 딱 하루 전까지만 해도 아이슬란드 오픈채팅에는 마지막 얼음 조각이 녹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이 올라왔다.


그런데 갑자기, 그 다음날 해변가에 수천수만 개의 빙하가 쓸려내려온 것이다!



사람 몸통 조각보다도 큰 빙하 조각들은 바다로부터 밀려와 검정 모래의 해변을 가득 채웠다. 햇살에 얼음 조각이 빛나면서 눈이 부셨다.



차를 타게 위해 다시 요쿨살론으로 걸어오면서, 잊지 못할 풍경을 마지막으로 눈에 가득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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