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 2주살이 : 현지인의 삶 간접체험
이 풍경을 매일 보면 무뎌질까?
레이캬비크의 모든 것들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도시를 묵묵히 지켜보던 설산이었다. 처음 레이캬비크의 풍경을 마주한 날에도 멀리 보이는 이 흰 산이 우리가 아이슬란드에 왔음을 체감하게 했다.
이 도시의 사람들은 마음이 좁아질 때 산을 보며 여유를 찾을까? 고개를 들어 자연의 웅장함을 찾기엔 너무도 빽빽한 서울의 풍경이 떠올랐다.
하루는 도시 끝까지 30분 정도 걸어 항구에 갔다. 눈이 펑펑 온 다음날이었다. 날씨가 워낙 투명해 먼 산이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가까웠다.
항구 바로 앞에는 줄 서서 먹는 도넛 집이 있었다. 설탕이 가득 묻은 큰 도넛이었는데, 제일 좋아하는 피스타치오 맛이 있어 8천 원을 내고 하나를 샀다. 필링이 엄청나게 가득 들어 있고 그렇게 달지 않아 정말 맛있었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바다 앞에서 혼자 먹는 도넛이라니!
또 하루는 가족들과 떨어져 집에서 3km 떨어진 큰 수영장에 다녀왔다. 왔다 갔다 오래 걷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날씨가 여전히 워낙 좋아 기분이 좋았다.
수영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야외로 나가는 길이 꽤나 길어, 종종걸음으로 달려가 작은 탕 안에 뛰어들었다. 평일 낮인데도 사람이 꽤 많았는데, 외국인은 한 명도 없고 모두 아이슬란드어를 쓰는 현지인들이었다. 눈이 펑펑 오는 날, 한낮에 뜨끈한 물에 뛰어들어 즐기는 온천이 그렇게 행복할 수 없었다! 나는 벽에 기댔다가, 누웠다가 하면서 편한 자세를 찾은 후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수천수만의 눈송이가 내게로 떨어지는 것을 지켜보며.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초등학교 4학년 정도 되어 보이는 꼬마들이 수영장으로 우르르 들어왔다. 학교 수영 시간이라고 한다! 따로 수업이 있지는 않았고, 자유롭게 물속을 헤엄치고 친구들이랑 장난치며 시간을 보냈다. 큰 풀장보다 내가 있던 작은 탕이 약간 온도가 더 높았는데, 바람이 불고 구름이 해를 가리니 또 우르르 그 작은 풀장으로 아이들이 몰렸다. 아이슬란드어로 신나게 까르르거리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혼자 3시간가량 물놀이를 신나게 한 후 배가 너무너무 고팠다. 또 오는 길에 들르고 싶은 가게는 어찌나 많은지! 마트에서 간단히 사 먹을까 하다가 그렇게 먹어도 2만 원이 넘어, 결국 동네에서 평점 좋은 베이글 가게에 들어갔다. 몸이 차니 뜨끈한 수프 한 그릇과 베이글을 시켰는데 무려 4만 원... 이렇게나 비싸리라고는 생각 못했지만 결국 눈물을 머금고 돈을 냈다. 맛은 정말 건강한 맛이었다!
멋있는 풍경들을 찾아 나서는 여행도 좋았지만 난 이 레이캬비크에서의 일상이 아직도 문득문득 떠오른다. 캐나다 교환학생 이후로 여기서 다시 한번 느리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