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장진호
오랜만에 만난 새벽공기가 반가워서 깊은 숨을 들이켜 가슴 가득 품어본다. 따뜻한 이불 속을 파고들 듯, 이내 바람 한 점 없는 찬 공기가 조금씩 옷깃으로 스며들었다. 움츠렸던 온몸 구석구석을 지나더니 오히려 발걸음을 재촉한다.
잠시 편의점에 들러 따뜻한 캔커피를 손에 쥔다. 한겨울에 걷기에는 이만한 것이 있을까. 요즘은 손이 차가워지면 온몸의 온기가 빠져나가는 것 같아서 추위를 맨 살로 맞선 귓불도 손에게 양보할 수 밖에 없다.
자동차에 내려앉은 성에가 오늘의 날씨를 말해주고 푸른빛을 머금은 사물들이 점점 본래의 모습을 찾아갈 때 쯤, 얼음이 갈라지는 둔탁한 소리를 뚫고 피어난 물안개를 만났다.
마치 구름 위에 올라서 신선 놀음이나 할법한 풍경은 아니지만, 그곳에는 무작정 나온 마음을 달래기에 딱 좋은 만큼의 잔잔한 멋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