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해가 뜨기도 전 숙소를 나와 어두운 순례자의 길을 부지런히 걷다가 만난 첫 번째 마을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그곳에서 숙소를 나오며 대충 만들어 놓은 샌드위치로 아침식사를 해결할 생각이었다.
어느 새 떠오른 아침 햇살에 작고 조용한 마을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마을사람들에겐 아직 이른 시간이었는지 길에는 몇몇 순례자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작은 마을만큼이나 작고 아담한 성당의 광장벤치에 짐을 풀고 식사를 하려는데 어딘가에서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노래 소리를 좇아 달려가니 열 명이 넘는 노인들이 동그란 원을 이루며 서서 감미로운 화음을 맞추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합창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들에게 왜 노래를 불렀는지 물었다. 모임의 회장을 맡고 계신 어르신께서 점잖고 친절한 말투로 자신들은 이 마을의 미식가 클럽 회원이고 이 날은 어느 성인의 축일이라 축일을 기념하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고 설명을 해 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헤어지려는 순간, 회장 어르신께서 곧 식사를 하러 갈 예정인데 잠시나마 함께 하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 걸어야 할 길은 길었으나 이런 유쾌한 우연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맛있는 요리를 대접 받았고 헤어질 때 현지에서 만든 와인도 두어 병 선물 받았다. 콧노래를 부르며 걷는 길이 전혀 힘들지 않았다.
글/사진, 박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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