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
순례자의 길을 관통하는 스페인의 작지 않은 어느 도시. 식사를 위해 길을 걷다 신호등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보았다. 유모차를 탄 아기와 엄마로 보이는 여성 뒤로 휠체어에 앉은 노인과 한 남자였다. 그들의 모습은 마치 한 사람의 인생을 함축해서 보여주는 것 같았다. 태어나 나이를 먹고 늙어가는, 그 과정 속에서 혼자가 아니라 늘 누군가가 함께하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생.
사람들은 흔히 순례자의 길을 걸으면서 비로소 인생의 의미를 깨닫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때론 한나절의 도보여행을 마치고 휴식을 위해 머문 동네나 도시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에서 그 큰 가르침이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어쩌면 여행은 자신의 등과 어깨에 자신의 짐을 짊어지고서 자신의 두 다리로 걸으며 세상을 바라보고 또 받아들이는 과정이 아닐까. 그리고 각자의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또 응원하고 소통해 나가는 과정이 아닐까. 그렇게 믿고 싶다.
글/사진, 박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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