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풍경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걷다가 만나는 도시의 풍경은 낯설다. 들판과 숲을 가로지르는 길은 고요하고 한적했다. 보이는 것들은 하늘과 들판, 나무가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말이 없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들. 하지만 도시는 크고 복잡하고 시끄러웠다. 그곳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 틈을 거치며 패션보다는 기능에 더 충실한 옷을 입고 걷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 도시 한가운데 공원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나이 든 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런 낯섦과 불편함이 씻은 듯 사라졌다. 그들이 오랜 시간을 함께 한 부부인지, 죽마고우인지, 갓 사귀기 시작한 사이인지 나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과 한 마디의 말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으려는 표정과 따뜻한 미소의 두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저 모습이야말로 진심을, 마음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표정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
글/사진, 박상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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