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태종대
바람이 차다. 겨울도 여름도. 부산역은 언제나 그랬다. 온도계의 숫자를 잠시 의심해보지만, 그저 바다가 가까워서 그럴 것이다. 새벽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대부분 20대를 시작하는 것처럼 보인다. 문득 훌쩍 떠나고 싶을 때면 당장 입석 열차를 끊었던 때가 떠올랐다. 생각도 잠시, 곧장 역전에 있는 돼지국밥 집에서 몸을 녹였다. 국밥이 뭔가 부족하다 싶어 주위를 둘러보다 옆자리 손님의 소주에 눈길이 간다.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다 싶어 커피를 마시고 이유 있는 늑장을 부린다. 달빛 가득한 태종대에서 벌써 산책을 마친 마을 어르신의 놀란 시선에 목례를 하며 조금씩 오르기 시작하니 어디선가 바다내음이 다가온다. 손전등에 의지해서 도착한 등대는 오전 여섯 시 남짓한 시간에도 여전히 길을 비추기 바빴다. 바람을 피해 등대에 몸을 바짝 붙이고 날이 밝기를 기다리지만 기대했던 풍경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바다 끝에서 다홍빛 구름이 층층이 쌓여간다. 오래도록 조금씩 그렇게. 단지 그것이 전부일지라도, 어느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좋은 곳. 태종대의 새벽은 아무 말 없이 위로가 필요할 때 찾게 되는 그런 곳이다.
글/사진, 장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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