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홍주 / 사진, 박상환
물론 조금 더 함께 걸었으면 어땠을까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그만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자 겨울이었다. 밤은 길었고, 몇 번이고 눈을 떠도 어둠은 식지 않았다. 난 곁에 누운 고양이 꼬리를 건드리며 뒤척거렸다. 녀석은 잠든 듯 누워있었지만 꼬리는 혼자 방정맞았다.
우리는 길 어디쯤에서 만났다가 모퉁이에서 인사를 나눴다. 모퉁이를 돌고도 길은 계속 이어져 있었다. 나는 그때, 질문 보다 걷는 것을 선택했다. 돌이켜보면 어느 골목을 선택하건 다음 풍경을 안 적은 없었다. 그저 짐작을 통했고, 그것은 늘 추상적이었다. 길에서 난 걸었고, 만났고, 보았을 뿐이었다. 그동안 선택을 과대포장 해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서성거림은 신중함보다 두려움쪽이었다. 길은 무심했다. 나도 그래야 했다.
페이스북에서도 만날 수 있어요.
문의 및 원고는 메일로.
> 이메일 : 231@23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