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시아의 정원

자연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담긴 카펫

장소의 연인들, 이광호, 18p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헤테로토피아는 페르시아의 정원일 것이다. 식물들의 완벽한 표본을 보여주는 이 정원에서는 온 세상이 상징적인 완벽성을 얻는다. 본래 이 정원의 복제물이었던 양탄자는 그 자체 공간을 가로질러 움직이는 정원이라 할 수 있다.

이란 이스파한 이맘광장

스페인 그라나다의 제네랄리페 수로의 정원

낙원이라는 뜻을 가진 파라다이스(Paradise)의 어원은 페르시아의 정원을 뜻하는 파르디스(Pardis: Pairi(둘러싸다)+Diz(담장))에 있다. 페르시아 제국의 왕들은 사막의 거센 모래바람과 뜨거운 해를 피해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인 본인들만의 파라다이스를 조성했다.

물과 식물이 부족했던 사막 환경에서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물길은 십자로 흐르고 중앙에는 연못이 자리했다. 4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진 땅에는 아름답고 진귀한 동식물이 가득했다. 정원에 방문한 이들은 꽃의 향기와 정겨운 새소리, 졸졸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치유받고 휴식할 수 있었다.

고도로 발달했던 페르시아의 정원은 현재까지 남아있는 것이 없으나 차하르 바그(Chahar Bagh, 4개의 정원)로 알려진 기하학적 레이아웃의 정원은 다양한 문학 작품과 시, 음악과 건축 분야에 영감을 주었고, 세계 정원 디자인 발전에 영향을 미쳤다.

전형적인 페르시아 정원 양식의 이란 이스파한 체헬소툰 궁전.실제 기둥은 20개지만, 연못에 비친 기둥까지 포함해 '40개의 기둥'이라는 뜻의 시적인 이름을 가졌다.

페르시아 예술 전문가 아서 포프가 "모든 페르시아인들의 마음 모퉁이에는 정원이 있다."고 말했을 만큼, 페르시아 정원의 사상은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자리했다. 명물인 카펫을 통해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밤이면 땅에서 냉기가 올라오는 사막 생활에 두껍고 질긴 양탄자는 필수였고, 무명의 장인들은 왕의 정원을 모방한 카펫 작품을 만들어냈다.

기록으로만 남아있는 왕 호스로우 1세의 '봄의 카펫'은 루비로 된 꽃, 다이아몬드와 사파이어로 된 물, 에메랄드로 된 나무로 장식되어 자연에 대한 향수가 강해질 때 왕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다고 한다. 카펫 위에서나마 자연 속을 거닐며 평화를 느끼고 싶었던 페르시아인들의 마음이 생존을 위한 도구를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치환시켰다.

정원 카펫, 이란 북서부 또는 중부, 18세기 전반, 면·양모, 925.0×3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