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여백과 함께 걷는 나
두여자가 죽산들판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아흔살, 어머니
올해로 예순 한 살, 1월1일이 생일인 토끼띠 와이프.
한참 동안.
장편 다큐멘터리 『1975.김상진』 서울 시사회 치루고 다음 달, 2월 10일 광주·전남시사회 준비 셋팅하느라 몸과 마음이 정신없이 돌아갔다. 생애 첫 작품을 세상에 내놓으려니 속 깊은 저편, 기대와 설레임과 걱정이 번갈아 뛰어 들어와 품에 뛰어 든다.
아내와 맛있는 음식 이틀에 걸쳐 준비했다. 차례상 초점이 아니라 오는 식구들 입맛에 맞췄다. 결혼한 아이들과 손주·손녀들이 입맛 호강하고 돌아갔다. 어머니는 며칠 더 계시기로.
이메일 클릭.
첫 업무로 모 독립영화 배급사에 영화 파일과 ‘배급의뢰 신청서’를 작성해 메일 첨부했다.
첨부파일 걸어놓고 심호흡 크게. 그리고 다시 한번 영화 훑어보기. 아쉬움은 여전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한’ 내가 보였다. 까짓거! 이만하면 됐다. 차분하게 내 곁에다 내려놓았다.
그리고 마우스 클릭!
영화 1975.김상진이 또 다른 인연들을 향해 항해를 시작했다.
부디.
두여자와 산책길.
죽산의 햇살은 따뜻. 앞에서 두 여자 주고받는 말소리... 정겹다.
물끄러미.
아흔이신데도 정정하신 엄마가 고맙고, 돌아돌아 한갑자 인생길, 내 곁에서 함께하는 아내가 더 없이 소중하다.
어머니의 구순과 아내의 환갑, 그 둘과 어깨동무중이다.
온 마음으로 축하축하 감사감사.
널디너른 들판 깊숙히 두 여자가 걸어들어간다.
모처럼 내 마음도 한가롭다.
삶의 여백과 함께 걷는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