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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권 Mar 15. 2023

생일날 아침에

다시 민주주의를 위해

“어머니! 날이 말갛고 쾌청해요. 엄마덕에 이 좋은 세상 누리고 있으니 그저 고맙습니다”

“아이구~ 별말씀을요” “헤헤헤”_모친(기분좋으실 때 내는 웃음소리)


64번째 생일

엄마가 보내주신 축하금으로 소고기, 돼지고기, 미역 구해서 어제 저녁엔 아내와 함께 소주 한 잔, 오늘 아침엔 짙게 우려낸 소고기미역국.


오후엔 아이들이 보내준 축하금으로 멋진 곳에 가서 차 한 잔 하고, 평소 안 먹어본 음식 한가지 골라볼까 한다. 


죽산아이 앞마당

아내와 차한잔.


봄이 돌담 위에 사뿐사뿐하다. 언덕을 날아오르다가 죽산산으로, 들판으로 내달린다. 나무 끝에서 내려와 마당 봄꽃들과 함께 도레미파솔라시도!~~


그냥그냥 마냥마냥 

봄멍. 


닷새전.

“영화 참 재밌네!  괜찮다  그치?”

한참 영화상영중, 뒷자석 여성 관객 서너 분의 멘트다.


3월 10일(금), 저녁 부산시사회(부산영화체험박물관)

식전공연과 인사 마치고 이것저것 상황 점검하고 상영중에 객석으로 들어가 앉았다. 평생 관람객으로 지내다 영화를 만든 감독의 입장이고 보니 시사회 때마다 수만 가지 생각들이 초조함과 어깨동무하고 머릿속에 들락날락이다. 서울, 광주 전주에 이어 부산까지 번번히 그랬다.


속으로 “그저 민망하지만 않게 하소서!”하면서 말이다.


시사회가 지역별로 점점 더 많이 참여해주시고, 평가도 후하게 해주어서 이제부터는 마음 좀 내려놓는다. 동시에 더 ‘다양한(발칙한) 상상’으로 열사에 대한 접근 경로를 다양하게 표출하기로 마음먹는다. 


다큐를 찍는 동안 내가 건진 일관된 느낌 하나.


김상진 열사와 그 뜻을 이어 간 사람들의 공통점.

어떤 경우든 자기에게 다가온 시대를 기꺼이 맞아 들였고, 소화했고, 감당했다. 그리고 개인적인 삶의 유·불리를 넘어서 닥친 문제들을 풀어내면서 살았다.


강제징집 당한 강원도 철원김화에서 상진형 10주기를 맞아 쓴 일기장을 꺼내본다. 


20대 중반.

1985년 4월 11일


상진형 10주기를추모하며....


형! 형! 형!

.......


만에 하나라도 당신의 그 의기의 한줄기가 제 가슴속에 이어져 조국의 운명에 분명한 역할을 기할 수 있는 인간으로 커나갈 수 있다면 그 어떠한 어려움도 이겨내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리벙벙 떠꺼머리 촌놈이 대학에 들어와 뭐가뭔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시기에 접했던 형이 살아온 생생한 삶의 모습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고, 삶에 기대를 갖게끔 했습니다.

- 군대생활 일기장


50대 후반 

촛불혁명때는 화성시민으로  서울집회 26번중 23번을 참석하여 이야기를 만들고 내 인생을 풍요롭게 채웠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촛불민주주의가 평화통일로 이어지나 싶었는데 무능하기 짝이 없는 민주당정치꾼들로 인해 권력을 뺏기고 국치 윤석열검사독재의 망나니짓을 목격하고 있는 현실이 아프다. 


하지만 다시 민주주의.

또 맞받아친다. 

분명하고 확고하게 다시 저들을 걷어내기 위해 60대의 인생길을 걸어간다. 


서울을 비롯 전국에서 윤석열 퇴진 촛불집회는 점점 더 타오르고 있다. 

나는 김제시민으로 전국 지역을 돌면서 다큐<1975.김상진>감독으로 「기억투쟁」 에 집중한다.


다시 민주주의를 위해. 

64살 생일날 아침에.


#생일날 #안병권TV #다시민주주의 #1975김상진  #죽산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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