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세상을 향하여
판을 바꾸는 ‘통쾌한 역사’, 한번 더.
장면1. #원평장터_낮
횃불, 죽창, 화승총, 수천명의 농민군, 오고가는 장꾼들
1894년 4월 26일, 동학농민혁명군 전주성 공격 하루 전
전봉준 : (단호하게) 저들을 데려오라
농민군두령1 : 대장군님, 모두 데려 왔습니다.
(다섯을 일렬로 무릎 꿇리고)
이들은 왕(고종)이 우리를 토벌하려고 보낸 경군들을 위로, 고무하기 위해 돈 1만냥을 싸서 보낸 선전관(이주호) 일행이외다. 또 우리를 회유하기 위해 보낸 특사(이효응, 배은환)도 포함됩니다.
백성이 살아야 나라가 서는데 왕과 부패한 권력은 고혈을 빠는 것도 모자라 외세를 끌어와 우릴 죽이고 능멸했소이다. 제 뱃 속만 채우는 탐관오리 가득한 천인공노할 세상이 되었소.
저들은 더 이상 우리의 왕도 아니고 우리의 상전도 아니올시다. 그들은 천벌을 받아야 마땅하오. 왕과 양반모리배들 대신 저들을 참수하겠소이다!
(웅장한 배경음)
전봉준 준비되었는가?
참수하라! (농민군은 다섯의 목을 벤다)
농민군들의 드높은 함성이 원평 하늘에 울려 퍼진다. 북받쳐서 우는 사람, 기차놀이, 덩실덩실 춤추는 사람들
전봉준 : 이제 더 큰 꿈을 꿉시다. 이 여세를 몰아 내일 전주성으로 진격합시다. 이 썩어빠진 조선 나랏님의 곡창지대, 호남의 심장부 전주성을 공격할 것이외다.
얼마나 서럽고 힘들고 안타까웠습니까? 이제 그 한을 풀고 신명나게 살아가입시다. 새로운 세상, 사람이 하늘인 세상, 여러분과 내,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느끼고, 어깨동무하는 세상 만듭시다.
(와~~ 와~~ 군중들의 함성은 천지를 진동한다)
출처:장편 다큐멘터리 '동록개의 꿈' 시나리오_안병권
장면2. #대한민국 국회정문앞
2016년 12월 9일
쌀쌀한 이른 아침, 여의도 국회정문은 촛불시민들로 가득합니다. 아들과 나는 촛불시민혁명 물결속에서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고 그 결과를 맛보려고 역사의 현장에 함께했습니다. 26번의 공식집회에 23번 참석했습니다.
국민들의 투쟁에 놀란 국회는 박근혜 탄핵안을 표결했고, 촛불 시민들은 국회 정문에서, TV앞에서 숨죽이며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모두 겉으론 호기롭게 시끌벅적했지만 속내는 “혹시 안되면 어쩌나!” 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침내 234표~ 234표~ 탄핵 가결 결과가 발표되었고, 우리는 너나 할 것 없이 부등켜 안고 울었습니다. 덩실덩실, 기차놀이하고, 만세 부르고, 그냥 서로 붙잡고 뛰어다녔습니다. 판을 뒤집으니까 선한 사람들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액면 그대로 맛 보았습니다. 그날 밤, 가슴 벅차서 쉽게 잠들지 못했습니다.
이 두 장면은 근·현대 한국역사에서 ‘상징적인 의식(儀式)’으로 저의 '기반기억'에서 작동합니다.
참수(사형), 징벌, 체포,고문,수감, 덮어씌우기, 피해자 가해자 뒤바꾸기... 모두 왕과 기득권과 외세의 일방적 판단과 조작으로 작동한 의식(체계)입니다. ‘합법을 가장한 불공정, 불합리’였습니다.
이 사건들이 상징적인 이유는 '아래가 위를 도모'해버린 것이다. 의식속에 잠재해 도저히 변화 불가능할 것 같은 세상을 내 뜻대로, 우리 의지대로.... 판을 바꾼 것입니다.
백성들이 왕과 기득권류를 ‘무릎 꿇리고 처단'한 것이다
시민들이 대통령과 불의한 권력을 ‘한 줌으로 만들어 처단'한 것이다.
지금 다시 민주주의
검찰 쿠데타로 집권한 21세기 검찰파쇼
조선시대 탐관오리의 전횡으로 출발하여 일제강점기 검찰로 연결, 고착되었다. 식민지 법체계가 그대로 살아남아 지금까지 ‘더할 나위 없는 반역(叛逆)’을 저지르고도 단 한번도 단죄받지 않은 판사, 검찰, 대한민국 사법체계. 그들만의 리그가 점입가경입니다. 반성하지 않는 일본과 내부에서 친일의 뿌리까지 드러낸 법비(法匪)들의 아귀다툼.
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지금 이 시기가 고통스럽지만, 현 국면은 그 패악을 해체할 절호의 기회와 맞닿아있습니다. 그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제거하고 나면 우리는 대동세상(大同世上)으로 가는 큰 발자국을 내디딜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일본과 달리 여차하면 판을 바꾸는 힘을 가진 민족입니다.
의적 장길산의 말로 글맺음 합니다.
재물과 신분의 구별이 없는 대동세상은 가장 천한 것에서 찾지 않으면 안 됩니다. 도대체 진인(眞人)이란 무엇입니까? 진인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역병에 쓰러져가는 팔도의 백성들이 다시 살아 환호하며 춤추는 세상에서 서로 정을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모든 이가 진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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