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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권 Mar 06. 2023

햇봄이 맛있다

자연을 줍는다

햇봄이 맛있다     

작은 배낭하나, 과도 하나와 호미


틈나는대로 만보걷기, 와이프와 완전군장     

“여보!  저거 야생갓이지? 아직 어린거지?”

원평천 뚝방. 


새들의 무리 날갯짓이 자유로운데 일관된 질서가 보인다. 부럽다     


부러움이 사무친다. 순간 저들의 무리속으로 날아 올라가 마음껏 휘젓는 나. 순식간의 방향전환은 환상적이다 못해 꿈결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경험을 했을 때 느끼는 통쾌함. 


 따라다니기만 해도 ‘모든 곳, 모든 순간’이 오만하기 그지없는 인간사로부터의 해방구다.            

눈 아래로 펼쳐진 세상. 

여기가 죽산산이고 여기는 동진강 원평천 만나는 곳이네. 여기가 광할이다. 날갯짓 한 번에 바람결 따라 십리씩은 찍고 넘어간다.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다시 뚝방에 착륙.

아내와 야생갓, 달맞이꽃 캐기. 

원평천 뚝방길과 죽산들판은 겨울이 지나가려는 조짐이 보일 때부터 ‘들풀 천국’이다. 요맘때부터 한동안 풍성하다.      


자연을 줍는다.     

뿌리채 야생갓.

어머니가 담가주신 2019년산 집간장을 중심축으로 복잡하지 않게 양념.     

그리 강하지 않은 쌉싸롬, 잘생긴 팥밥에 이웃집에서 지난 겨울 주신 새콤새콤(묵은지). 


가기 싫어하는 겨울과 아직은 겨울 눈치를 보는 봄맛.     

햇봄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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