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안병권 Aug 21. 2023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한 것

귀촌스토리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스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시인 백석은 

이것은 겨울밤엔 동치미국물, 얼얼한 댕초가루,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한다.

쩔쩔 끓는 아랫목을 좋아하고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를 좋아한다고 했다. 또 의젓한 사람들과 살뜰하니 친하다고 했다.

이것은 국수다.     


난 국수를 좋아한다. 특별하지 않은데 특별해서다.

그중의 별미는 밀가루를 밀어서 직접 만드는 손칼이다.       


우리 음식들은 먹는 재미도 재미지만 더 재미진 것은 조리과정이 보여주는 비주얼이다.  밀대로 밀어 편평해진 밀반죽에 밀가루를 뿌리고 돌돌두툼 말아 칼질을 하면 단면이 카스테라빵 같다. 물에 젖은 밀을 젖지 않은 밀가루가 하얀 색깔로 구분한다.      

 

희고 노란 것의 경계점에서 내 눈은 서성거린다. 사물과 사물사이, 혹은 이것과 저것의 경계점에서 만들어지는 에피소드는 매력적이다. 예전 어느 땐가 김밥말이하다 느낀 정감하고 비슷하다. 아마 사람과 사람사이도 그럴 것이다.      


얍삽하지 않고 두툼하다. 거의 여자들 손가락 굵기다. 늘어지는 탄력성은 쫄깃함으로 하늘을 찌른다. 공장식 면발이 아니고 손칼국수가 건네주는 통쾌함이다.      

 

“모름지기 국수는 이 정도는 되어야지”


팥을 정성스럽게 갈았다.      

팥칼국수를 먹었다. 

손칼국수가 주는 매력에 흠뻑 빠졌다.


작가의 이전글 대동세상 혁명재판소를 꿈꾸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