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일기
“풉”, 아버지도 뭔가 뿜으셨다.
경기도 양평 강상면 송학리.
내 조상님들과 아버지(59세 일기로 1990년 작고)가 누워계신 고향.
얼마 전 만삭이 다된(7개월) 복중 태아의 얼굴 윤곽이 보이는 이미지를 아들·며느리로부터 받았다. 카톡으로 사진을 받아들자마자 입안에 음식이 들어있었으면 뿜을뻔했다. 내가 며늘아이 복중에 들어앉아 있는게 아닌가?^^ 옆으로 두툼하게 퍼진 코, 큰머리, 넓은 하관.
영락없이 나였다.
아니 나 이전에 아버지이고, 내 뒤를 이은 아들 녀석이 분명하다.
이 일관된 ‘고집’과 타협 없는 ‘관철’에 놀라울 따름이다.
“인간은 유전자의 복제욕구를 수행하는 이기적인 생존기계이다”
「이기적 유전자」를 일갈한 리처드 도킨스의 말이 생각나 책을 펴서 다시 한 번 곰곰이 음미했다.
예전에는 그의 논리가 “음~ 대단해, 그려려니.... , 충분히 그럴 듯 한걸!” 이었다면
복중 손자녀석을 보고 나서는 “상상이 아니고 꿈이 아니었어. 이기적유전자 이건 실재였어!”
이기적 유전자(죽산안씨)는 나를 단호하게 설득했다. 반론을 필 이유와 틈을 주지도 않고.
나는 기꺼이 무릎을 끓었다.
일가 20여명이 모여 맛난 음식(새참) 준비하고 오전 7시부터 벌초 시작해서 오전 11시쯤 끝냈다. 나는 김제에서 올라가느라 여섯시에 서둘렀는데 9시에 도착했다. 집에서 예초기를 가지고가 흠씬 땀을 흘렸다.
아제네 집에서 직접 수확해 쑨 도토리묵과 새참 막걸리 한잔 나누며 왁자지껄, 1년 만의 만남을 이야기하며 작업 진행. 일꾼들이 많으니 순식간에 19기 어른들의 묘역과 주변 상황은 깔끔하게 마무리.
조상들과 큰아버지,아버지 묘역 이발해드리고 아들 며느리와 함께 아버지앞에 섰다.
“아버지, 증손자입니다”
핸드폰으로 사진을 보여드렸다.
“풉”
아버지도 뭔가 뿜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