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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권 Dec 20. 2023

‘기록’은 기억의 한계를 뛰어넘는다


‘기록’은 기억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원동력이다


1981년 4월 2일, 전두환은 국방부장관에게 “소요관련 학생들은 전방부대에 입영조치토록하라”지시했다. 연령,신체 조건에 상관없이 징병절차를 무시하고, 경찰등 수사기관에서 연행·구금·강제징집한후 보안사에서 녹화공작(프락치활용)을 자행했다. 


  2024년 새해,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용역 「강제징집 및 녹화선도공작 피해자 증언채록」 조사원으로 일을 시작한다. 한홍구 교수가 주관하는 사업에 피해 당사자겸 조사요원으로 참여한다. 어제 서울에서 실무회의를 마치고 내려왔다.  ‘보안사 존안카드 2368번’ 당사자로서 피해자들을 만나 증언을 채록하는 작업은 내 생애 또 하나의 분기점이 될듯하다. 군대 의문사부터 시작하여 애절하다 못해 가정 파탄까지, 말로 다 못할 스토리들이 겹겹첩첩 쌓여 ‘풀어내지 못한 한’으로 남겨진 시대.


증언·채록 작업을 치열·정밀하게 수행해내면서 동시에 일명 ‘강집·녹화공작 실록(實錄)’을 준비하려 한다. 이른바 ‘우리의 기록’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 기록들을 기반으로 머지않은 장래에 다양한 콘텐츠로 표출할 예정이다. <1975.김상진>에 이어 내 두 번째 다큐멘터리는 강집·녹화공작 스토리가 될성부르다. 대상은 박정희·전두환시대 4차례 강제징집자들이 대상이다. 2,900여명중 우선 약 60~80명을 증언·채록한다.


1.1971년 위수령발동 관련

2.1975년 대통령긴급조치9호 위반 관련

3.1980년 계엄포고령위반 관련

4.5공화국 정권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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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지난 11월 서울대민족민주열사 합동 추모제 자료집에 기고한 내 생각이다.


우리의 기록_강제징집·녹화공작의 기반기억


‘기록’은 기억의 한계를 뛰어넘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원동력이다. 장편다큐멘터리 감독으로 3년 반 동안 영화<1975.김상진>을 만들면서 가슴에 새긴 ‘관련 기록’에 대한 정의로운 의미다. 한국 현대사 한복판 군부독재시절, 20대 청춘에게 가해진 강제징집·녹화공작은 죽임,고문,협박,회유,망설임,수치심등으로 채워진 흑역사와 ‘분노와 좌절 그리고 끝내 이겨낸 씩씩한 삶’에 대한 여정을 속성값으로 갖는다. 그런데 기록은 보안사와 경찰등 저들의 시선으로 작성한 기록(존안카드)뿐이고 살아있는 관련자의 기록은 각자 개별 영역으로 흩어져있거나 사라지고 없다. 


  진상규명과 가해자 처벌을 위해서 저들이 감추고 있는 자료를 찾아내 확보하는게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의 기록’이다. 그 시·공간을 온전히 감당한 피해당사자들의 이야기를 ‘기억과 그 기억 너머 저편’에서 건져내 자료화하고 정리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시간이 더 흐르기 전에. 


  강집피해당사자들과 관계된 사람들의 증언과 글, 영상과 사진자료를 취합·정리하는 일과 개인별 삶의 여정을 ‘영상(인터뷰)으로 기록하는 일’이다. 살아있는 당사자들 숫자만큼 다양한 ‘강집 스토리’는 기록하는(Data) 과정에서 여러 갈래 ‘새로운 생각’들과 연결될 것이다. 동시에 사물을 영상으로 헤아리는 시대에 영화나 연극, 음악이나 웹툰등 다양한 콘텐츠의 밑그림으로 쓰일 것이다. 또 훗날 누군가가 강집녹화공작의 역사를 이야기하고자 할 때 지금 우리가 준비한 기록들은 또 다른 기반기억으로 작동할 것이다.


- 글_안병권(농대‘79)_ 83.6.13강집


#기록은기억의한계를뛰어넘는다

#강제징집녹화공작피해자증언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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