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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권 Jan 24. 2024

김제 죽산에 사는 반신선(半神仙)

죽산아이


도(道)를 닦아서 현실의 인간 세계를 떠나 자연과 벗하며 산다는 상상의 사람. 세속적인 상식에 구애되지 않고, 고통이나 질병도 없으며 죽지 않는다고 한다. 사전으로 찾은 ‘신선’의 의미다.     

내가 도는 닦지 않았으되 60여 평생 나름 일관되게 살아온 것으로 퉁치고 뒷부분 ‘고통이나 질병도 없으며 죽지 않는다고 한다’만 빼면 난 신선이다. 그러니까 반은 신선인 셈이다.     


며칠째 함박눈이 펑펑. 죽산아이 마지막 공간 다락방 청소하고 손질하고, 칠하고 ....허리 벅쩍지근 고개가 뒤로 젖혀져 뭉근한 찰나에 와이프 호출이다      

“새참먹고 하세요”


살림집 앞마당 비닐 덮은 텃밭 열어젖히니 탐스러운 녹야청청 배추가 한껏 제멋을 뽐낸다. 한 포기 뜯어다 잘게 송송, 집간장, 고춧가루 기본양념에 들기름 듬뿍... 배추샐러드다. 밥상머리 메모지 보니 소리쟁이,망초나물등 죽산아이 앞마당과 언덕에 겨울에도 의기양양 살아가는 자연풀들이다. 이걸 틈틈이 뜯어와 나물이나 전으로 만들어 먹는다. 오늘도 따끈따끈 ‘야생풀전’이다. 두부·야채볶음은 덤.


여기에다  500cc 막걸리 풀컵.     

목갈증에 마음의 요동이 서두른다. 한순배 들이키니 목넘김이 좋다. 샐러드 한 젓가락, 야채전 한 조각 입에 무니 한겨울 찬바람이 따뜻하다. 이번주 후반부에 중요한 일정들이 연이어 있다. 서울에서 다큐멘터리 <길위의 김대중>을 어머님을 모시고 식구들과 함께 관람, 그 밤 강원도 양양으로 내려가 다음날 오후 스토리텔링 특강, 마치는대로 한반도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경남 김해봉하마을로 내려간다. 다음날 오전 10시 <1975.김상진> 상영회 마치고 관객들과의 대화에 참여한다.      


힐끗 창밖을 보니 함박눈이 펄펄.

은근 달아오르는 취기에 들기름향과 안줏거리들이 내어주는 ‘야생성’을 즐긴다. 그러다 어느 순간 무념무상 신선의 경지에 들어서는 나. 내가 신선인지 신선이 나인지 구분이 안되는 경계선에서 시골겨울을 만끽하고 있다. 여기는 김제죽산이고 나는 죽산 신선이다.     

#시골살이의야생성  #새참먹는즐거움 #길위의김대중 #1975.김상진 #안병권TV #안병권감독 #죽산아이숙박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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