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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병권 Oct 20. 2024

의미로운 존재가 되다

죽산아이

사람이 태어나 이름을 갖는 순간 ‘새로운 관계’라는 유·무형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부모자식, 나라와 국민, 형제자매, 이웃과 나.... 비로서 ‘의미로운 존재’가 된다. 김제 죽산 농가민박(게스트하우스) 「죽산아이」간판을 달았다. 대문 왼쪽기둥에 농가민박 로고와 함께 나란히, 쪽대문 기둥에 붙였다. 


130여 년 전 김제 죽산 자락에 한 아이가 살았다.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셔서 새 어머니가 들어오셨다. 새 엄마는 계모의 전형이었다. 배도 고팠고 옷도 제때 제때 챙겨주지 않았고 무엇보다 마음이 서로 상해 싸움도 많이 했다. 그래도 다른 방도가 없어 참고 살던 아이는 어느 날 새 엄마와 크게 다투는데 아버지가 새 엄마 편만 드는게 아닌가? 참다 못한 아이는 그 길로 가출해서 흘러 흘러 인천으로 간다. 당시 개항기 때라 인천은 목재산업으로 융성했다. 먹여주고 재워만 주면 무슨 일이든 한다는 조건으로 한 목재상회에 사환으로 들어간다. 


그 아이는 영민 했고 일 머리도 빨랐다. 청년으로 성장하며 기술도 배우고 영업도 수완껏 익혀 어느 누구 못지 않은 훌륭한 목재 상인으로 커나갔다. 아이의 품성과 됨됨이를 눈여겨보던 회사 사장은 그 아이를 자기의 양 아들로 삼고 본격적으로 목재상 일을 가르쳤다. 세월은 흘러 아이는 그 회사 사장으로 취임하고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그렇게 시간은 30년 가까이 흘렀다. 국내 굴지의 목재회사로 성장한 어느 날... 고향 김제 죽산이 그리웠다. 10여 년 전 먼 소식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찾아뵙지 못했던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돌이켜 곰곰이 생각해보니 찢어지게 가난한 집에 시집오셔서 맨몸으로 여러 식구를 건사해야 했던 새 어머니 저간의 상황이나 심정도 이해가 되었다. 서운하게만 생각하고 못되게만 굴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러던 어느 날 고향 김제 죽산으로 내려갔다. 

하얀 백발이 된 새 어머니를 만나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어머니! 속도 모르고 못되게 만 군 저를 용서해주십시오. 어머니에 대한 원망은 이미 오래전에 다 씻겨 내려갔습니다” 

“미안하네 아들아! 내가 아무리 어려워도 더 신경써서 품었어야 하는데 그리 못해 자네의 어린 마음에 상처를 주었네. 미안하다”


두 사람은 부등켜 안고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던 마음의 앙금을 털어냈다. 

“어머님께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인천 회사로 돌아간 사장은 “도락꾸에 4칸짜리 집 한 채 지을 목재를 한차 실어라”

기술자들을 데리고 김제 죽산으로 다시 내려와 병오년(1906년) 4월 4일 오전 9시 상량식을 올리고 집을 짓는다. 당시에 평민의 집으로는 최고로 4칸짜리 전통 한옥이었다. 


집을 다 짓고 어머니를 안방에 모시고 큰절을 올리는 효자.

“어머니, 오래 오래 만수무강하소서!”


이 집이 지어진 내력이다. 김제로 귀촌하면서 원래는 다 헐고 새로 지을 요량으로 여러 해 방치된 헌 집을 구입했다. 건실하게 남아있는 상량문과 이 집을 지은사람 스토리에 반해 지어진지 115년만에 지난 2021년 전면 리모델링 했다. 그때 효자의 마음 씀씀이를 생각하면서 택호를 ‘죽산아이’로 붙였다.  한 집 건너 이웃에 살림 집은 별도로 있어서 죽산아이는 나와 와이프의 문화놀이터로, 사무실로 농촌살이가 건네주는 ‘자유로운 영혼’을 만끽하고 있다. 


2024년.

다시 치밀하게 내·외부를 다듬어서 와이프는 김제시에 농촌민박사업자로 신청했고 지난달에 김제-제41호로 신고확인증이 날아왔다. 그리고 오늘 간판을 달았다. 


죽산아이.

이로서 김제 죽산과 김제시와 전북특별자치도와 대한민국과 공식적으로 ‘대놓고 관계맺기’ 시작했다. 간판이 붙을 때와 아닐 때의 정감이 묘하게 다르다. 효자 죽산아이가 대문안에서 걸어 나와 환하게 웃는다. 길건너에서 영상을 찍는데 ‘웃고 있는 저이’와 이 집을 살다간 사람들의 좋은 마음이 오고 가고, 묵어가는 게스트들에게 한껏 곁을 내줄 것으로 믿는다. 


간판을 달고 나니

이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기쁨과 유쾌함이 번갈아 오도다.

김제 죽산에 120년전에 지어진 좋은 숙소(게스트하우스)가 생겼다. 또 다른 100년을 시작한다.

대한민국 시민 여러분! 호남 여행길엔 김제 죽산아이에서 묵어가소서!


요즘 죽산이 핫하다. 

#김제농가민박 #에어비엔비  #김제죽산여행길 #소설아리랑의중심지 #선한마음이내어주는고향 #이야기농업 #안병권TV #워크숍하기좋은숙소

죽산아이 바베큐장과 불멍아지트
죽산아이 거실, 120년전 벽장과 다락방이 소중하다
후문에서 바라본 죽산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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