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농업
전통단무지의 변신_꽤짭짤은근달달
전북군산 우체통거리 임영숙전통음식연구원에서 슬로푸드전북회원 전통단무지담기 교실 프로그램이 2022년 12월 10일 열렸다. 홍사면으로 수제비 맛깔나게 즐기고 메론장아찌등 회원들이 요모조모 준비한 특별한 밑찬들로 유쾌한 점심을 즐기고 2부에서 전통단무지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노랑물을 들이기 위해 치자도 준비하고 항아리와 볏짚도 준비해서 차근차근.
다 만들고 나서 회원들은 각자의 용기에 전통단무지를 담아 집으로 가져갔다. 내 몫도 있다.
“최소 3개월이상 숙성시키면 먹을수 있어요”
집에 돌아와 거실 바깥 식료창고 한켠에 ‘맛있어져라’ 고운 마음을 담아 자리를 앉혔다. 그렇게 무심코 2년 가까이 흘렀다. 잊어버린 것이다. 죽산아이 게스트하우스 준비, 내가 만든 장편 다큐 <1975.김상진>시사회등 일련의 안팤 일정으로 정신없이 돌아갔고 까맣게 잊었다. 그러다가 지난 9월 말 집안 정리를 하면서 눈에 띈 단무지박스. 너무 오래되어 못 쓰게 된줄 알고 아차차 ! 흠칫했다. 짙은 먹색 단무지.
다행히 궁극의 흑색. 단무지 그릇의 냄새는 상한게 아니었다. 기대반 설레임으로 썰었다. 놀라웠다.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멋진 무늬’가 다가왔다. 흰색 방사선과 먹색 방사선 무늬가 중첩되어 헝클어진 듯한데 질서정연했다. 흰색에서 옅고 짙은 회색을 거쳐 깊은 검은색까지 무채색의 향연이 눈을 부드럽게 자극한다.
맛은?
맛도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질문1]“아주 맛있나?” 물으면 아니 그런 것은 아닌데 싶다가 “그럼 맛없어?” 하면 그것도 아니거든. 하여튼 묘한 맛인데 기분 나쁘지 않아
[질문2]“아주 짜?” 그러면 아니 그렇지는 않아, 그럼 싱겁나? 하고 물으면 그것도 아냐. 짠맛으로 꽤 깊은데 맛은 먹을만해.
따끈따끈 하얀 맨밥에 얹어먹으면 좋겠고, 가늘 ·중간 ·두텁게 채썰어 참기름,깨에 조물조물 무쳐도 좋겠다.
달디단맛만 빼놓은 나머지 영역에서 놀만한 맛이다. 하여튼 한마디로 ‘꽤짭짤은근달달’이다. 밥하고 오래 씹으면 살짝 단맛이 보이기도 한다. 전통단무지가 2년가까이 상하지 않고 이렇게 변신하는 자체디자인에 경의를 표한다. 발효.미생물.손맛.좋은 재료등등 여러 가지 팀워크의 소산이다.
요즘 그 맛을 즐기며 호사를 누린다.
손이 자주 가는 찬은 아니지만 물리지 않는 ‘멋’이고 ‘맛’이다. 음식을 단품 ‘멋’으로 만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가히 슬로푸드와 정 맞는다 하겠다.
#슬로푸드 #전통단무지만들기 #전북슬로푸드 #음식이멋으로변신하다#이야기농업연구소 #안병권TV #전북군산임영숙전통음식연구원 #꽤짭짤은근달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