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무지개 사랑

모리셔스 사자 걷기.. 무지개 사랑..

by 담빛


스드메는 나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신혼여행지만 남편이 고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남편은 모리셔스를 가고 싶다고 했다.


모리셔스?

처음 듣는 나라였다.

이유는 사자랑 꼭 걸어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남편

모리셔스 꼭 가자.
거기… 진짜 사자랑 같이 걷는 프로그램 있어.”


… 사자?

결혼한 김에 야생으로 뛰어들겠다는 뜻인가?

뭔가 멋있고, 뭔가 영화 같고…

나도 허세로 받았다.


“그래, 걷자. 사자든 코끼리든 같이 걷자.”



모리셔스 도착.

햇살 좋고, 공기 좋고,

사자도 나름 점잖게 풀밭에 앉아있었다.


우리는 안내를 따라 입장하려 했고,

그 순간 가이드가 말했다.


“Excuse me, just a moment. Height check.”




…네?

키… 측정이요?


그리고 나를 보더니 웃으며 덧붙였다.


“사자랑 걷기엔…

너무 귀엽… 아니, 왜소하신 분은 조금 위험할 수 있어요.”




잠깐, 지금 무슨 소리야?

내가 위험하다고?

왜? 작아서?

작으면 뭐? 사자가 나를 뭘로 보는데??


그랬다.


“가끔 사자가 작으신 분을… 간으로 착각할 수 있습니다.”


간식.

간. 식.

Snack.

나, 스낵.


남편은 당황했고

나는 당황한 남편을 보며 더 당황했고

결국 가이드에게 한번 더 정중히 부탁했다.


우리는 이거 하려고 비행기 16시간 타고 모리셔스까지 왔어요.



하지만 가이드는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죄송하지만, 참여가 어렵습니다.
사자가 식사시간이라 생각할 수 있어서요. 정말로 당신을 먹을 수 있어요"



그날, 나는 사자 걷기 대신

근처 아이스크림가게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샀다.


두바이에서 16시간 넘는 비행기를 타고 모리셔스 사자 걷기 체험 나 보고 온

남편은 한 마디도 불평하지 않았다.


그래도 큰 불평 없이 아이스크림 먹으며 남들이 라이언 걷기 하러 가는 걸 러운 눈빛으로 바라만 봤다.


그때, 편이 크게 불평하지 않고 맛있게 아이스크림 먹는 걸 보여 참 마음의 그릇이 크다 생각했다.



걸은 건 사자가 아니라, 나였고

걷는 곳은 초원이 아니라, 아이스크림가게 앞이었지만

행복했다.




남편은 내 옆에서 조용히 속삭였다.


“그래도… 간식은 아니잖아.”


그러나,

마음의 그릇이 크던 남편에게도

그 그릇이 금 가는 순간은 있었다.


하늘이 내려준 듯 아름다운 바다,

그곳에서 나는 수영을 했고,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었다.

하지만 수영복과 용품은

내 정신과 함께

그 자리 그대로 두고 왔다.

숙소와는 먼 해안가.

이미 되돌아갈 수 없었다.

남편은 그날,

그 크던 마음의 그릇을

끝내 깨뜨리고 말았다.


“왜 매번 뭘 두고 다녀?”

“제발 좀… 제발 좀 챙기자.”


나는 너무 속상했다.

그러고도 모자라,

나도 모르게 방어하며

화를 냈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오빠는 실수 안 해! 오빠도 뭐 잃어버림 오빠처럼 이렇게 화낼 거야!”


그리고 속으로,

끝도 없이 나를 책망했다.



정말 넌 전두엽이 없는 거야,,?


왜 이렇게 매번 흘리고 잃고 놓치니…’


마음이 너무 슬펐다.

하필 이렇게 아름다운 날,

이렇게 투명한 바다 앞에서.

신혼여행지로 모리셔스를 선택한 건,

천상의 바다’라는 말 한 줄 때문이었다.

그렇게 천상의 바다를 마주하고 있었지만,

그 순간 나에게만은 어디에도 닿지 않는 바다 같았다.

그날 저녁, 우리는 마주 앉아 와인을 따랐다.
낮엔 냉소적인 대화를 주고받았지만,
우리 부부에겐 오래전부터 지켜온 약속이 있었다.
“싸움은 절대 하루를 넘기지 말자.”
감정의 잔물결이 잦아들고,
잔잔한 대화가 와인처럼 우리의 사이를 채워갔다.
서툴고 미운 말들이 흘렀던 그날,
결국 다시 웃으며 마주 앉을 수 있었던 건
그 약속 덕분이었다.

같은 사람과 살면서,

나는 수많은 색의 나를 마주했다.

열정적인 빨강,
불안과 나에 대한 의심이었던 노랑,
그리고 냉소적인 파랑.


지금 생각해 보면,

사랑은 원래 한 가지 색이 아니었다.

그 모든 색이 나를 지나가고, 우리를 지나가면서

우리는 조금씩 ‘우리의 색’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뜨거웠던 날, 서운했던 날,

그 모든 날이 모여

우리는 지금,

어떤 날보다 고요하게 빛나고 있다.




<<무지개 사랑>>


글. 담빛


나는

내가 어떤 색인지 몰랐

그래서

사랑 안에서

내 마음의 색을 하나씩 마주하기 시작했



처음엔 빨강이었지

뜨겁고, 벅찰 만큼 선명한 색.

그 눈빛, 그 손길, 그 웃음 속에서

나는 숨이 찰 만큼 환하게 타올랐



그다음엔 노랑이 다가왔

환하고 가벼운 듯했지만,

마음은 자꾸 앞질러 나갔고,

말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자주 흔들렸

나는 그 안에서

스스로를 믿는 일마저 조심스러웠



그리고 파랑이 내려앉았

불꽃같던 시간은 잦아들고,

말보다 눈빛이,

기대보다 기다림이 더 익숙해졌

파랑은 멀어진 감정이 아니었

함께 오래 있기 위한,

조용한 쉼표였



그 모든 색을 지나며

나는 알게 되었

내 마음의 본래 빛은

하얀색이었다는 것을.



빨강과 함께여서

우리는 고운 분홍으로 물들었고

노랑에게 믿음을 더

연한 크림빛이 되었겠지.

파랑에 다정함을 더해

그 차가움은 하늘처럼 깊어졌을지도.


사랑은 결국

한 사람과 함께

수많은 색을 지나며

내 안의 빛을 알아가는

아름다운 여정이었




다음화는 목요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