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우리 집에 도둑?

우리 집에 도둑이?

by 담빛


우리 집은 아파트 1층이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릴 필요도 없고,

택배도 현관문 앞까지 착착 오고,

아이 뛰는 소리로 아래층 걱정할 일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비록 10년 넘은 구축이었지만,

나는 이 집이 꽤 마음에 들었다.


‘내 집’이라는 뿌듯함도 컸다.

비록 대출이 섞여 있었지만,

이 집은 우리가 직접 고른 첫 자가였고,

아이와 함께 마음 붙이고 살아갈 둥지였다.



어느 날, 현관 벨이 울렸다.


문을 열자

관리사무소에서 일하시는 청소 아주머니 두 분이

낯선 표정으로 서 계셨다.


“어머니, 작은방 쪽에서 물 새는 거 아세요?

우리 집은 1층인데 이게 무슨 소리지?

알고 보니 밑에 청소하는 아주머니 쉬는 공간이 있었던 것이다.

"밑에서, 그러니까 관리사무소 안쪽 휴게공간에

천장에서 물이 똑똑 떨어져요.”


나는 바로 작은방으로 달려갔

수리아저씨를 불렀다.


나는 당황해서

바로 수리업체와 보험사에 연락을 돌렸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는 말에

그분들 얼굴엔 피곤함이 서려 있었고,

나는 자꾸만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날 이후,

집 안은 작지만 소란스러워졌다.


젖은 벽지를 뜯고,

하수 누수 라인을 따라 벽을 조금씩 잘라내고,

습기 찬 냄새와 분주한 공사 소리가 며칠을 이어졌다.


육아와 집수리가 겹친 날엔

정신이 쏙 빠질 정도였다.

그 와중에도 아이는

그 사이사이에서 놀고 울고 먹고 졸았다.


나는 그냥… 계속 움직였다.

수리비 걱정에 머리가 아팠지만,

마냥 손 놓고 있을 순 없었다.

나는 작은방 누수 공사를 진행하면서도

짬짬이 영어 과외를 이어갔다.


과외는 과외학생 집에서 했다.

그 집 아이는 똘똘했고,

그 아이의 엄마는 마음이 따뜻한 분이었다.


선생님, 수업 시간 동안 제가 아기 봐드릴게요.”

그분은 그렇게 말하며

내 아이를 돌봐주시곤 했다.

그 덕분에 나는 교재에 집중할 수 있었고,

작지만 소중한 수입으로

수리비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날,

잠깐 영어 수업을 다녀오는 길에

아이 짐을 챙기고, 유모차를 끌고

급하게 집을 나섰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수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현관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문이 열려 있잖아…?

이 시간 동안 내내?”


놀란 나는

함께 있었던 과외해 드렸는 엄마와

서로 눈을 마주치더니

나는 빗자루를 그 엄만 우산을 들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 아직 안 나갔으면 어쩌지?”

돌 반지? 컴퓨터는? ”


우리는 거실, 안방, 작은방까지

모든 문을 열고,

우산을 들고


이 도둑아 나와!"하고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집 안은 조용했고,

모든 건 그대로였다.


옷 장의 옷 들은 흐트러지지 않았고,

아이 책장은 흐트러지지 않았고,

티브이도, 젖병도, 선반 위 나무숟가락도

한 치의 흔들림도 없이 그대로였다.


CCTV를 볼 수 있으려면 경찰이 와야 한다 해서

경찰도 불렀다 그리고 경비실로 달려가

CCTV를 확인했다.


그런데,..

화면 속엔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


유모차를 힘껏 밀며,

현관문을 ‘닫았다’고 착각한 채

급히 나가는 나.


그 문은 유모차 바퀴에 걸려

툭— 하고 다시 열렸고,

1층인 우리 집은 그대로 몇 시간 동안 활짝 열린 채

세상을 맞고 있었다.



나는 돌아와서 조용히 말했다.

그 도둑…접니다.
정말 죄송해요.”


경찰아저씨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아저씨는 웃으면서 괜찮다고 하셨다.

모두 폭소를 터뜨렸고,

나도 울다가 웃었다.

민망했지만, 왠지 조금 웃긴 하루였다.


그날 이후 나는

현관문을 세 번씩 꼭 눌러본다.

닫고, 당기고, 다시 보고.


집을 지킨다는 건

생각보다 사소하고 반복적인 행동이고,

엄마가 된다는 건

그 사소한 실수 하나도

끝까지 책임지려는 마음이라는 걸

그날, 나는 다시 한번 배웠다.



문이 열린 것도,

엄마인 나의 실수였다.


그렇지만,

그 모든 실수를 안고도

나는 오늘도 아이와 웃으며

하루를 살아간다.


엄마란 그런 존재니까.


“매주 화.목요일 오전 11시에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