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에는 이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2023.12.16 - PM 11:12

by ByteWriter

워크숍이 끝나고 나서 지친 몸을 이끌고 고시원에 돌아왔다. 좁디좁은 고시원에는 내가 해야 할 일이 한가득 밀려있었다. 우선 빨래, 그리고 점심은 넘긴다고 하더라도 저녁까지 못 먹으면 못 자니 저녁준비는 해야 했다. 그리고 워크숍 가기 전까지 하루하루가 바빠 방이 개판이라 방도 정리해야 했다.


크기도 않은 방이건만, 뭐 이렇게 할 일이 많은지. 어쩌면, 방이 크지 않기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써야 해서 물건 하나하나를 심사숙고해서 사고 위치도 고민하기에 더더욱 그런 걸까 싶기도 하지만 그저 일이 밀렸을 뿐일 것이었다.


그렇게 우선 빨래를 하기 위해 복도를 지나가니, 복도 끝 고시원의 공용 주방에 몇 개의 안내문이 더 붙어있었다.


"여기에 쓰레기 버리시는 분, 한번만 더 버리시면 CCTV 확인 후 강제 퇴실 조치 하겠습니다."

"인덕션 위에 직접적으로 음식물을 구워 먹지 마세요."


위의 안내문을 보자니 생각나는 건, 내가 입주할 때부터 주에 2,3번씩 공용부엌 위에 올라온 재활용 쓰레기들이었다. 커피 먹고 생기는 플라스틱 병 같은 것들이 종종 위에 있었는데 나는 버리기 전에 물로 말려서 버리려는 그런 건 줄 알았는데 그냥 그렇게 두고 간모양이다. 어쩌면, 이제 안 보일 수 있겠구나 싶다.


그리고 아래의 건의 경우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아마, 그때 일기를 쓰는데 어디선가 탄 냄새가 맡아진 것 같았다. 처음에는 음식물 냄새로 착각을 했기에, 환기를 시키려고 하니 뭐가 방이 뿌옇게 되는 게 뭔가 이상함을 느껴 다급하게 총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시원의 특성상, 다른 방들과 환풍기가 연결되어 있는데 그 방중 하나에서 불이 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늦은 시간대라 어지간하면 사람이 있을 법 하지만, 환풍기를 타고 들어왔다면 이미 질식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역시, 미디어를 너무 많이 봤다.


총무는 덤덤하게 자기가 하는 일이 있어서 5분 뒤에 올라가겠다고 하였다. 후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기는 환풍기 쪽에 뭐가 문제가 생겨서 환풍기를 교체할 생각으로 올라왔다고 하더라.


그리고 우리 둘의 예측은 모두 틀렸다.


총무가 공용복도로 들어오는 문의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고, 나도 문을 여니 복도는 온동 연기로 가득 차 있었다.


처음 생각은 "아, 불난 게 맞나 보다"였고, 지금이라도 불이 번지기 전에 대피를 해야 하나 싶은데 내 바로 앞에 보이는 총무는 공용부엌을 보면서 뭐라고 하더라. 내 위치상 보이지도 않건만, 부엌 쪽에서 누가 뭐라고 사과하는듯한 소리가 들리고 총무는 그대로 복도의 열 수 있는 문을 모두 열고 복도 끝, 빨래를 말리기 위해 바깥으로 나가는 문을 열어 외부로 나갈쯔음 말하더라.


"웬 미X놈이 인덕션 바로 위에 오징어를 구워서는..."


아직도 그 총무의 한숨이 잊히지 않는다. 그러며 "여기 있다 보면 진짜 상식밖의 사람들이 한가득이에요" "여기 오래 있지 마세요. 오래 있을 곳 아니에요."이라면서 한숨을 내쉬며 자기의 방으로 돌아갔다. 확실히, 2024년의 목표는 이미 고시원 탈출로 될 만큼 이미 나는 벗어나는 것이 하나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빨래를 하고 다시 안으로 공용현관을 통해 문을 들어서려고 하자 또다시 새로운 안내문이 붙여져 있었다.


"라면용기는 일반쓰레기입니다. 피자박스, 치킨박스등에 음식물 넣은 채로 (피클, 치킨무등) 버리지 마세요. 또 종이 버리는 곳이 음식물 묻은 종이류 버리실 경우 경고 없이 CCTV 확인하여 강제 퇴실 하도록 하겠습니다."


내용은 내가 임의로 줄였다만, 대강 저런 내용이었다. 확실히 이것도 한 달 전 쯔음부터 종이 박스 같은 것을 버리는 곳에 치킨박스, 피자박스 같은 것들을 버리는 게 보였는데 그 안에 피클, 치킨무 등을 비롯한 그냥 일반쓰레기를 같이 넣어서 버리는 것 같았다. 여러 가지로 가관이구나 싶었다.


몰라서 그런 걸까, 편해지고 싶어서 그런 걸까. 조금 무서운 건 역시 저 모든 일을 한 사람이 한 거라면 가장 무서운 게 아닐까 싶은 거다.


고시원... 빨리 나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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