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해야 특별해 진다

AI 시대, 대체 불가능한 나를 만드는 법

by 도전멘토 박은정

35만 원짜리 미싱

원망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후회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누구도 등떠밀며 시켜서 한 일이 아니었어요. 누구나 부러워하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창업을 시작한 일을요.


저는 원래 뭔가 만드는 일을 좋아했습니다.

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지만 가만히 앉아서 컴퓨터만 만지작거리는 건 썩 재밌지 않았어요. 텍스타일 디자인을 복수전공하면서 섬유로 뭔가 만들어내는 일에 빠졌고, 그때 처음으로 창업에 도전했습니다.

맥도날드에서 한 달 반 일해서 번 35만 원으로 중고 공업용 미싱을 샀어요. 그리고 가방을 만들었습니다.

토요일마다 플리마켓 좌판에 앉아 판매를 했습니다.


첫 판매날. 처음 팔렸던 순간을 잊을 수가 없어요.

내가 만든 가방을 돈을 주고 사가는 사람이 있다니!

처음으로 누가 시키지 않고 도전한 일로 타인에게 인정받은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 때문에 지금의 저를 계속 도전하게 만들었지 않았나 싶어요.

그렇게 저는 창업의 세계에 발을 딛게 되었습니다.


취미와 창업은 달랐다

대학 시절 만들었던 브랜드 "Welcome EJ's"는 취미였습니다. 부모님 원조가 있어서 생계 걱정 없이 할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진짜 창업은 달랐습니다.

석사논문 주제였던 '재활용이 가능한 단일소재 가방 디자인 연구'를 고민하다 플라스틱 지퍼로 된 가방 브랜드 23.536.5를 만들었을 때, 본격적인 창업가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가방으로 제 생계뿐만 아니라 직원 월급도 줘야 하고, 생산비, 월세 등을 다 제하고 나니 청년창업대출 받은 5,000만 원 자금은 단 몇 달 만에 사라졌습니다.

제 책 [맘스타트업]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정말 쫄딱 망해서 죽어야겠다 결심까지 했던 적도 있었으니까요.

재기하기까지 정말 지금 생각해보면 어찌 그 시절을 다 지내왔을까 싶을 정도로 고단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멈추지 않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지금에 와서 후회하지 않는 것은

그때 제가 멈추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 당시에 저는 실패했었지만, 그 이후 7년이 지난 지금 저는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 시간들이 있었기에 진짜 중요한 것들을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대기업 명패를 떼어낸다는 것

제가 창업 전문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42살 때의 일입니다.

경기도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컨설턴트 양성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첫 수업에 갔을 때 저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어요.

저와 같은 40대는 저밖에 없었고, 대부분이 50대~60대 남성분들이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명함에 SK이노베이션, KT&G 같은 대기업 이름이 적혀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대단한 분들이 왜 여기에 있지?'


그들의 고민은 단 하나.

'은퇴 이후 할 일이 없다.' '나의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그들의 눈빛은 자신감이 떨어져 있었고,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신입의 자리를 어색해했습니다.

저는 그때 처음으로 제가 창업을 시작하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기업의 명패를 떼어내고 자신의 이름 석 자로 세상에 나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저는 이미 경험했으니까요.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그런 경험을 해서 다행이라는 안도가 들었달까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들의 이야기

얼마 전 인기리에 방영한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라는 드라마를 정말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김부장의 얼굴에서 그들의 얼굴이 겹쳐 보였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김부장이 회사 다닐 시절의 콧대 높았던 자아와 지금의 초라한 현실의 자아가 서로 이야기하며 김부장 시절의 자아와 이별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장면을 생각하니 소름이 돋네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을 보면 열광합니다.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는 사람들을 존경하기도 하죠.

특별한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 들여다보면 명확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남들이 뭐래도 도전했다는 것. 어렵고 불편해도 포기하지 않고 지속했다는 것.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도전하고 성공했을 때 그 스토리는 진짜 자신의 것이 됩니다.


불이 꺼지는 공장

박찬욱 감독의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보셨나요?

25년간 종이공장에서 일하던 만수(이병헌)가 해고된 후, 재취업을 위해 처절하게 발버둥 치는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정말 소름 끼쳤어요.

인간 경쟁자들을 모두 제치고 가까스로 다시 취직에 성공한 만수. 그런데 그가 걸어가는 공장에는 더 이상 함께 일하는 동료가 없습니다. 자동화된 기계들만 돌아가고, 만수가 지나가는 자리마다 불이 꺼집니다.

AI 시스템이 관리하는 텅 빈 공장에서 홀로 서 있는 그의 뒷모습.

인간 경쟁자를 이겼더니, AI가 나타난 겁니다.

그 거대한 헛수고. 그 씁쓸한 아이러니.


AI가 학습할 수 없는 것

요즘 AI 이야기가 많습니다.

AI가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코딩도 하고, 심지어 로봇이 춤까지 춥니다. AI의 핵심은 학습입니다. 누군가의 데이터를 학습해서 그것을 재현하는 것이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학습할 수 있다는 건 누군가 이미 해본 일이라는 뜻입니다.

남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패턴, 이미 증명된 방식, 이미 성공한 사례. AI는 그것들을 빠르게 배우고 더 잘 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해보지 않은 일, 실패할지 성공할지 모르는 도전, 그 과정에서 겪는 고유한 좌절과 극복의 순간들은 학습할 데이터 자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알 것 같습니다.

AI가 학습할 수 없는 것.

그것은 실패하고도 다시 일어난 경험, 죽고 싶을 만큼 힘들었지만 결국 멈추지 않았던 그 시간들입니다.

플리마켓에서 처음 가방이 팔렸을 때의 떨림. 5천만 원이 사라지고 막막했던 새벽. 그리고 그럼에도 다음 날 아침 다시 미싱 앞에 앉았던 저 자신.

이런 것들은 데이터로 전환되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도전

원망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후회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누구도 등떠밀지 않았기에 온전히 제 것이 된 이야기. 그것이 바로 AI가 대체할 수 없는, 저만의 특별함입니다.


여러분에게도 분명 그런 것이 있을 겁니다.

아직 시작하지 못한 무언가. 두려워서 미뤄둔 도전. 남들이 뭐라 할까 봐 꺼내지 못한 꿈.

지금 시작하세요.

실패해도 괜찮습니다. 아니, 실패해야 합니다. 그래야 그 이야기가 온전히 여러분의 것이 되니까요.


AI 시대, 진짜 경쟁력은 스펙이 아닙니다.

남들이 대신 써줄 수 없는 자신만의 스토리. 그것은 오직 도전한 사람만이 가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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