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보는 총각

설화 '복 타러 간 총각'

by 장아연
복: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운명


어느 옛날, 마을의 일꾼으로 일하고 있는 총각이 살았다. 그 총각은 유독 남들보다 복이 없어서 벼락을 맞거나 시시콜콜한 시비에 시달리곤 했다. 복이 없다는 것에 분개한 총각이 어째서 자신은 복이 없는지 찾으러 하늘나라로 여정을 떠났다.


하늘나라로 가는 길, 한 처녀를 만난 총각은 길을 물었다. 처녀는 길을 알려주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저는 혼기가 찼음에도 혼인하지 못합니다. 왜 제가 혼인을 못하는지 물어봐 주세요."


총각은 고민을 수락하며 다시 길을 떠났다. 이번엔 동자승 세 명이 슬피 울고 있었다. 총각은 동자승들에게 길을 물었고, 세 동자승은 길을 알려주며 엉엉 울었다.


"저희는 하늘나라에서 왔어요. 옥황상제께서 이 연꽃 나무에 꽃이 만개하면 돌아오라고 했는데 삼 년 동안 꽃이 피지 않아 돌아가지 못해요."


총각은 고민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한다. 다시 길을 떠났을 때, 한 노인을 만났다. 그 노인은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였다. 노인은 길을 알려주며 말했다.


"나는 여의주를 세 개나 가지고 있다. 남들은 하나만 가져도 용으로 승천하던데 어째서 난 세 개나 가져도 갈 수 없지? 이것도 물어봐다오."


끝내 총각은 하늘나라에 도착했다. 옥황상제한테 왜 자신은 복이 없느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답은 이랬다. '열심히 살면 복이 온다.' 총각은 실망했지만 앞선 세 사람의 고민을 착실히 물었다. 다시 마을로 돌아가는 길에 이무기 노인에게 갔다.


이무기 노인은 구슬 두 개를 총각에게 주고 승천했다. 세 동자승에겐 연꽃 나무 밑을 파보라고 했다. 그 밑엔 커다란 황금이 있었다. 황금을 파내자, 놀랍게도 연꽃이 폈다. 동자승들은 황금을 총각에게 준 뒤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총각은 처녀에게 갔다.


"당신은 금덩이와 여의주 두 개를 가진 사람과 혼인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바로 총각이었다. 총각은 금덩이와 여의주 두 개를 팔아 집과 토지를 마련하고 처녀와 혼인하여 행복하게 살았다. 복 없는 총각이 비로소 복을 얻은 셈이었다.




이 설화는 구복 여행을 다루었다. 비슷한 내용으론 일전에 다루었던 '원천강 오늘이'가 있다. 오늘이가 진정한 나를 찾는 과정이라면 이 설화 속 총각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찾으러 떠났다. 결말도 색다르다. 신이 된 오늘이와 달리, 총각은 금은보화를 가지고 처녀와 혼인하여 비교적 평범하게 살아갔다.


사람마다 타고난 운명이 있을까? 사주에 관한 건 아직 찬반 논쟁이 뜨겁다. 하지만 나는 전적으로 사주를 믿었다. 운명이 나를 이끈다는 말도 믿었다.


어릴 적부터 나는 줄곧 운명을 생각했다. 이 세상이 시뮬레이션 같다고 느낀 적도 수두룩했다. 명확한 근거가 없으니 이런 이야기를 한다면 다들 귓등으로 듣지 않을 거다. 내게 주어진 기회나 정해진 길이 있다고 믿었다. 특히 나는 직접 선택하는 타로보다 평생 바꿀 수 없는 사주를 선호했다.


태어난 시각까지 정확히 아는 내겐 사주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처음엔 남이 해주는 사주를 보았다. 5만 원이란 거금을 내고 신년마다 철학관을 찾아다녔으며 무료 앱으로 사주를 보았다.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내 사주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었다. 대장부의 기질을 타고난 나는 큰 사람이 될 거란 말을 들었다.


대기만성형 인재. 시간이 조금 걸릴지라도 언젠가 꽃 피울 사주라고 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실망했다. 내가 원하는 건 찬란한 청춘에 거머쥐는 성공이었다. 모두가 날 부러워하고 존경했으면 좋겠다. 미래 같은 건 나중에 생각할 일이었다.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흐르지 않는다. 그 점이 가장 서글프다.


"넌 뭔가 잘될 거 같아.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


감사하게도 이런 것과 연관 없이 어릴 적부터 많은 어른에게 칭찬을 들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잘될 거 같은 사람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가? 성실한 것도 재능이라면 나는 하나라도 뛰어난 점을 가진 게 아닐까.


누가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사주 내용이 조금씩 달라졌다. 나는 그 점이 싫어서 직접 만세력을 보면서 내 사주를 분석했다. 어떻게 하느냐고? 방법은 쉽다. 살 위주로 분석했다. 각자 떨어진 살들을 내 마음에 들도록 조립하고 요약했다.


그 결과, 이런 사주가 나왔다.


'기가 세고 성공하기 위해선 예술적으로 고독한 사주. 그럼에도 몇몇 사람들은 나를 좋아한다.'


대충 예상했겠지만 나는 괴강, 화개, 홍염. 세 개가 가장 세다. 사실 여러 살 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살만 묶어놓은 거다. 이런 식으로 사주 해석하면 손님들의 별점 테러를 받겠지만 뭐 어떤가. 이건 내가 재미로 하는 사주 풀이다.


무언가를 확정 짓는 건 생각보다 도움이 되었다. 비록 지금은 변변찮지만 노력으로 큰 부와 명예를 거머쥘 사주,라는 말을 들으면 정말 그럴 거 같았다. 난 사주 내에서 고독하고 사람들 사이에 못 섞일 운명이었다. 인간관계는 언제나 유동적이며 언제는 친구가 넘쳐 났다. 그 시기가 지나면 고요하리만큼 고독하긴 했지만. 항상 그 점에 슬픔을 가졌는데 저런 해석을 들으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복 타러 간 총각은 이런 운명에 안주하지 않고 직접 원인을 찾으러 갔다. 나는 이점에서 구복 설화를 좋아했다. 굳이 멀쩡한 삶을 부수고 허허벌판으로 모험을 떠났다. 언제나 결말은 해피엔딩.


나는 매번 주위 환경을 바꾸었다. 슬프지만 내 손으로 허물고 다시 짓기를 반복했다. 학업, 직장, 인간관계, 작업하는 글 등등. 끊임없이 주변을 변화시켜서 중심을 만들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꽃이 피지 않는 연꽃나무처럼 말라버리는 기분이었다.


내가 꿈꾸는 건 더 높은 곳에 있다. 오늘도 나는 '너는 성공할 거야.' 남들이 내어준 친절을 곱씹으며 성실하게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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