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꽃 피우다

연꽃

by 장아연


용이 된 이무기로부터 여의주 두 개를 얻은 오늘이는 기뻤어요. 승천한 용은 오늘이를 태우곤 연꽃 나무에게 향했어요. 연꽃 나무 앞에 도착한 오늘이는 연못 주위로 가까이 다가갔어요.


"오늘이구나! 어때? 내 고민을 들어줄 수 있겠니?"

"응. 네 나무 전체에 꽃이 피려면 이 한 가지를 뜯어야 해."

"뭐?"

"이 가지 하나가 나머지 가지의 순환을 막고 있어."


연꽃 나무는 잠시 망설였어요. 이 한 가지는 연꽃 나무의 유일한 희망이었거든요. 유일하게 꽃이 핀 가지를 뜯어버리면 연꽃 나무는 그냥 나무가 될지도 몰랐어요. 하지만 오늘이를 믿은 연꽃 나무는 과감하게 자기 가지를 뜯어내 오늘이에게 선물했어요.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요. 오늘이의 말마따나, 다른 가지에 꽃이 피더니 그토록 바라던 연꽃들이 우수수 피었어요.


"거 봐, 내 말 맞지?"

"정말이야!"


연꽃 나무는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어요. 그걸 본 오늘이는 뿌듯한 마음이 들었답니다.




꽤 오랫동안 나는 무명이었다. 나는 어렸고 물론 지금도 젊지만, 내 욕심과 야망을 담기엔 세월의 흐름이 역력했다. 실패는 디폴트 값이어서 딱히 두렵지 않았다. 내가 가장 무서워한 건 아무것도 되지 못할까 봐. 함께 동고동락했던 친구나 동기들은 제각기 길을 찾아 떠났다. 어떤 사람은 30대에 무언가를 시도해서 꿈을 이뤘고, 어릴 적부터 해온 전공을 버린 사람도 수두룩했다.


나는 어떤 쪽일까.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인간관계는 여러 차례 변동 사항이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는 늘 일정했다. 난 도전하길 좋아해도 변화는 딱히 안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는 건 내게 어려운 일이었고 금세 나가떨어지곤 했다. 하던 거나 잘 하자, 그런 마음이 지배적이었다. 나는 학원에서 국어를 가르쳤다. 소설의 3요소를 읊어대고 시를 분석하는 건 내게 일상과도 같은 일이었다.


정체된 일과는 따분하기 그지없었다. 똑같은 요일과 시간에 출근해서 같은 아이들을 가르쳤다. 눈이 떠지면 자리에서 일어나서 하루 할당량을 숙제처럼 해냈다. 메일창을 켜서 휴재 신청을 번복하길 여러 번, 내 삶엔 더는 특별한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축하드립니다! 귀하의 소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어요!]


그러던 어느 날, 모든 건 갑자기 터졌다. 연락 하나 없던 대화방이 금세 떠들썩해졌으며 반가운 메일 한 통이 도착했다. 지난 4월에 출간한 독립 출판 소설 하나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소식이었다. 이번 여름 내내 그 소설은 두 차례나 입고 요청이 들어왔다. 그만큼 소설이 잘 팔렸다는 말이었다.


또 계속 마음 졸이던 플랫폼 심사에 통과했다. 박 터지는 시기에 심사 통과는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가웠다. 거기다가 작년 여름엔 미팅 아닌 미팅을 하고 왔다. 좋은 일은 갑자기 벌어진다더니, 이렇게까지 기쁜 일이 몰려오는 게 꿈만 같았다.


2025년의 나는 새해부터 운이 좋았다. 공모전 수상을 세 개나 했으며 12월에도 공모전을 무려 두 개나 넣었다. 무사히 대학원 1학기를 마쳤으며 좋은 사람들을 알게 되었다. 2025년 자체가 나한텐 거의 5년을 압축한 느낌이었다. 이렇게 터진다고? 싶을 정도로 수많은 일이 벌어졌다.


한창 힘들 무렵, 나는 주저앉고 싶지 않았다. 그 자리에 정체되면 그걸로 끝일 거 같은 불안에 휩싸였다. 내가 택한 건 매일 조금이라도 꾸준히 글을 적는 거였다. 지금 하는 일을 사사로운 감정으로 그만두지 말 것. 어떻게든 내가 벌인 일에 책임을 질 것. 매일 출근하는 1시간 내내 같은 말을 읊조렸다.


'내 일은 지하철에 버려두고, 애들 앞에선 무너지지 말 것.'


출근하기 직전엔 안면근육을 풀고 웃는 연습을 일삼았다. 실제로 이건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적어도 일하는 동안엔 무너지지 않았으며 나도 아이들에게 많은 걸 배웠다. 거기다가 꼬박꼬박 월급까지 나오니까 얼마나 좋은가!


사람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는 이 말을 좋아한다. 인생이란 정말 뜻대로 흐르지 않으며 가끔 이런 이벤트가 나를 기쁘게 해 주었다. 작년을 잘 닫고, 올해를 맞이한다. 2026년엔 어떤 일이 생길지 벌써 기대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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