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사랑

매일장상

by 장아연


여의주 2개와 연꽃을 받은 오늘이가 향한 곳은 장상 도령이었어요. 여전히 공부만 하던 장상 도령은 오늘이를 보곤 몹시 반가워했어요.


"오늘이구나. 그래, 원천강에 내 고민을 물어보았니?"

"그럼요."

"난 대체 언제까지 공부해야 해?"

"저를 따라오세요."


장상 도령은 처음엔 미심쩍었지만, 오늘이의 말을 따르기로 했어요. 어차피 이곳에 남아도 매일 똑같은 공부를 해야 하거든요. 오늘이를 따르던 장상 도령은 어느 한 정자에 멈췄어요. 그곳엔 책 읽는 아가씨인 매일이가 있었어요.


"오늘아, 돌아왔구나! 원천강에 왜 내가 책을 읽어야 하는지 물어봤니?"


아무것도 모르는 매일이는 오늘이를 반겼어요. 매일이가 장상 도령을 발견한 건 얼마 후의 일이었어요. 장상 도령을 마주한 매일이는 흠칫 놀랐어요. 오늘이는 매일이와 장상 도령을 번갈아 보곤 말했지요.


"두 사람이 혼인해서 책과 공부한 걸 공유하면 더 풍족해질 거래요."


매일이와 장상 도령은 천천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 사이에서 살짝 물러난 오늘이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어요.




사랑이란 뭘까. 난 그것에 대해서 오랫동안 고민했다. 큰 고민은 아니었고 그저 그런 이야기였다. 왜 사람은 사랑을 해야 하고, 인생에 사랑이 꼭 필요한가? 그런 철학적인 이야기였다. 나는 오랫동안 로맨스를 적었다. 왜 하필 로맨스였냐고 묻는다면, 시작을 로맨스로 해서 그렇다. 로맨스는 목표가 사랑이기 때문에 오히려 어려웠다.


세상 사람들은 왜 이렇게 사랑 이야기를 좋아할까. 왜 나는 하필 로맨스를 선택했을까? 이런저런 고민하다 보면 해답을 얻기보단 미미한 생각에 빠지기 딱 좋았다. 내게 로맨스는 진입장벽이 낮은 장르였으며 인간이라면 느낄 수 있는 감정이었다. 꼭 인간만이 사랑을 느끼는 건 아니지만, 그 미묘하고 미세한 감정을 알아차리는 건 인간밖에 없지 않을까.


로맨스 작가로 꽤 오래도록 살았지만, 사실 난 로맨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사치품이었다. 갖고 있으면 정말 좋은데 굳이 가지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 없는 것. 이건 성애적인 사랑을 바탕으로 할 때였다. 난 존재론적 사랑을 추구하는 편이었다. 상대 자체를 믿고 따르는 부류의 사랑, 굳센 믿음과 함께 서로 성장하는 관계를 좋아했다.


물론 그건 동화나 소설 속에 나오는 사랑이었다. 내 손으로 다양한 매력을 가진 주인공들을 직조하면서 그 헛헛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아, 이래서 #회빙환 키워드를 달은 작품들이 쉴 새 없이 나오는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내게 사랑은 함부로 가질 수 없는 것, 내 것은 더욱 아닌 거였다.


"넌 뭔가 한번 사랑에 빠지면 헤어 나오지 못할 거 같아."


애초에 사랑을 해본 적도 없는데 주변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 건지 몰라도 반쯤은 인정했다. 나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을 잘 알았다. 그 미묘한 감각을 수없이 묘사했으니까. 하지만 그게 사랑에 푹 빠지는 증거가 되긴 너무 빈약하지 않나?


매일과 장상은 시간을 나타내는 이름이다. 혼자 책 읽고 공부하는 건 외롭지만, 둘이 붙으면 새로운 지식을 공유할 수 있었다. 난 혼자 있는 시간이 꽤 많다. 심심할 때면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삶을 상상했다. 가령 소설 속 인물들의 전사나, 성장과정 같은 것. 난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사람이 어떻게 자랐고, 어떤 매력을 가졌는지 내 눈엔 너무 잘 보였다.


한창 유명했던 말이 있었다. '다음 생엔 너로 태어나 나를 사랑해야지.' 그런데 그건 지금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이 세상엔 타인을 향한 사랑이 만연하다. 반면 스스로에 관한 사랑은 쉽게 내어주지 않았다. 나조차도 타인의 인정과 사랑에 목마른 적이 많았다. 그게 얼마나 쓸모없다는 걸 늦게 깨달았지만.


사랑의 목적은 도전과 성장이 아닐까. 나는 이제 알았다. 영원한 게 없는 세상에서 사랑은 꽤 빛나는 감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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