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질 수 없는 것

욕망

by 장아연


여의주 두 개를 버린 후 용이 된 이무기는 생각했어요. 어쩌면 내가 지키려고 생각한 게 나를 갉아먹으려고 한 건 아닐까? 사실 이무기가 여의주를 세 개나 모은 건 남들보다 더 거대하고 멋진 용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오히려 그 욕심이 이무기의 승천을 방해했지요. 이무기는 남들처럼 여의주 하나를 가지면 자기도 용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하지만 그럼 남들처럼 평범한 용이 되는 거잖아요. 오늘이의 해답을 들은 이무기는 잠시 망설였어요.


"나는 특별한 용이 되고 싶어."


하나만 갖고 있기도 어려운 여의주를 세 개나 가진 용이라면 다들 부러워할 거예요. 누구보다 멋진 용이 되어서 하늘을 훨훨 날고 싶었던 이무기의 꿈은 하루아침에 사라진 셈이 되었지요. 슬퍼하며 여의주 두 개를 오늘이에게 건네길 고민하는 이무기에게 오늘이는 말했어요.


"내가 보기엔 넌 특별해. 꼭 여의주 세 개를 가지지 않아도 말이야."


그 말에 이무기는 용기가 생겼어요. 여의주 개수는 특별함을 상징하지 않으니까요. 평생 용이 될 가능성을 가진 채 이무기로 남는 것보단 용이 되어 새로운 세계를 탐닉하는 게 낫겠지요.




설화 속에서 가장 애정하는 인물을 뽑자면 단연코 이무기였다. 이무기는 욕심이 아주 많았다. 여의주 세 개를 가지고 있음에도 용이 되지 못한다고 슬퍼했다. 오히려 그 성장을 막은 게 본인의 욕심 때문이라는 게 참 아이러니했다. 설화의 은유는 때론 직접적이다. 이걸 은유라고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대놓고 설명하는 게 많아서 뼈를 맞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나는 언제나 욕심이 많은 편이었다. 아니, 이건 하나의 욕망이었다. 인물을 조직할 때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가?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욕망과 결핍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중 욕망은 인간이라면 가지는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이었다.


세상에 욕망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한창 세상을 강타한 두 바이 쫀득 쿠키를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욕망의 일종이거늘! 인간의 욕망은 작고 사소한 것부터 거대한 것까지 아주 다양했다. 그중 나의 욕망을 말하자면 어릴 적부터 아주 일관되었다.


"난 나중에 유명해질 거야."

"뭐로 유명해질 건데?"

"유명한 걸로 유명해질 건데?"


명예! 인기! 사랑!

어린 나는 관심받는 걸 즐겼으며 춤과 노래를 좋아했다. 드라마나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따라 하는 걸 줄곧 즐겼다. 누가 봐도 연예인의 피를 타고 난 이런 애가 어느 순간부터 글을 적었다. 생각해 보면 관심받길 즐긴다고 다 연예인을 하는 건 아니었다. 내겐 가장 중요한 끼가 없었다. 부끄러움도 많았고 꽤 소극적이었다.


만일 내가 연예인이 되지 않으면 뭐로 유명하면 좋을까? 그 결괏값이 글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제정신이 아니었다. 대체 누가 글을 유명해지려고 쓰는가? 내 주변만 해도 책을 사랑하거나, 글쓰기에 영혼을 바친 사람들이 많았다. 내게 글은 하나의 도피 창고였고 회피 도구였다.


명예를 갖고 싶다는 욕망은 역설적으로 정상성에 관한 갈망을 일으켰다. 내가 자주 침잠하는 동안 세상은 나 빼고 부지런히 돌아갔으니까. 나는 골방에 박힌 채 아무도 보지 않을지도 모르는 글을 생산할 때, 타인은 반짝거리는 하루를 자축하며 술잔을 기울였다.


세상은 불공평해서 인간에게 가장 원하는 걸 주지 않았다. 지난 4월부터 혼자 침잠한 시간은 후회와 고요로 점철되었다. 매일 사회적 가면을 쓰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유능한 척했다. 실은 곪아가는 중이었음에도 하루를 연명했다. 이대로 무너지면 영영 일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이 모든 궤적을 살폈다. 평범함과 정상성을 갈망하던 여린 영혼은 오랜 고립으로 단단해졌다. 사랑받고 싶은 어린이는 번데기에 갇힌 채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았다. 이대로 나는 세상에서 잊히는 게 아닐까? 알고 보니 나는 세상에서 도태되었는데 내가 인정하지 못하는 거라면?


미친 듯이 썼다. 지겹도록 이곳저곳에 투고나 공모전 지원을 밀어 넣었으며 마감이 잡히면 절대 미루지 않았다. 수없이 자기 객관화를 하면서도 하고 싶은 일은 놓지 않았다. 대신 조금만 힘을 뺐다. 난 정말 멋진 작가가 되고 싶었으며 모두가 내 글을 봐주길 원했다. 그 모든 게 나를 찔렀다는 걸 알았을 땐 내 세상이 무너지는 듯했다.


모든 게 헛되지 않았다. 잠시 돌아갔을 뿐, 내 욕망은 아직 멀쩡하다. 다만 이제 그 욕망의 이름은 달랐다. 타인의 인정이나 사랑이 아닌 그 자체로 내가 되는 것. 내가 나로 살아가는 것. 하고 싶은 글을 적으며 어떻게든 세상에 작품을 남기는 것. 힘을 빼고 세상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


그 깨달음을 얻는 순간, 나는 승천하는 용처럼 더 커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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