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가 되기 위해 오늘부터 당장 해야 할 일
“마케터 되는 법 좀 알려주세요.”
마케터로 쌓은 경험들을 브런치 등에 남기고 있는데, 그러다 보면 ‘지금 나의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마케터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경영학과 전공이 아닌데 어떻게 마케터가 될 수 있을지, 마케터가 아닌 다른 직무로 이미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마케터로 전직할 수 있을지 등 각자의 자리에서 마케터 되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을 보았다. 마케터가 되는 유일한 방법은 회사에 마케터로 취업하는 것은 맞지만, 마케터가 되기 위해 지금 내 자리에서 당장 무엇을 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만날 때마다 내가 가장 먼저 제안했던 것은, ‘마케터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이었다. 내가 마케터처럼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이미 좋은 마케터라고 볼 수 있다.
주변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분석하자.
다음 글에서 더 설명하겠지만, 마케터의 채용에 있어 지원자에게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마케터로서 문제해결능력이 있는가?’이다. 이 능력은 주변을 다르게 관찰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키울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지하철을 타고 다닐 때에도 승강장에 광고가 보이면 ‘많은 역들 중에서 왜 이 역에서 저 광고를 할까?’, ‘왜 저 회사는 저런 문구로 광고를 할까?’, ‘왜 저 모델을 썼을까?’ 등의 고민을 해보는 것이다. 그리고 인터넷 쇼핑을 하다가 광고 배너가 뜨면, ‘왜 이 시점에 이 배너가 뜰까?’, ‘이 문구는 왜 썼을까?’ 등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다. 그리고 내 일상을 넘어서, 주변을 넓혀가며 마케팅 활동들을 관찰하고 고민했다.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팝업 스토어를 하면 방문도 해보고, 고객으로 내가 직접 참여해볼 수 있는 행사가 있으면 참여도 해보면서, 접하는 마케팅 활동을 다양화했다. 그 당시에는 공부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 그런 활동들에 참여하고 의도를 찾아보는 것 자체에 재미를 느껴서 부지런히 참여했었다.
내가 마케팅 학회에서 했던 활동들 역시 이런 분석능력,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학회에서는 매주 하버드 비즈니스 케이스를 팀별로 풀면서, 지금 그 회사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상황을 분석하고, 그래서 이 회사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도출하는 활동을 했다. 그리고 각 팀마다 동일한 자료를 어떻게 다르게 분석하고, 다르게 해결책을 도출했는지 토론하면서 다양한 분석 시선을 배웠다. 오래 된 케이스이긴 하지만, 내가 풀었던 하버드 비즈니스 케이스는 이런 형태였다. 미국의 스타벅스에서 매출은 테이크아웃을 하는 직장인으로부터 가장 많이 발생한다. 직장인들이 왜 스타벅스를 찾는지 분석해 보았을 때는 테이블에 앉아서 여유 있게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테이크아웃하는 짧은 시간이라도 커피를 마시며 일상을 음미하는 분위기를 느껴보고자 스타벅스를 찾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테이블에 앉아있는 고객들은 테이크아웃을 위해 줄 서있는 직장인들이 시끄러워서 스타벅스를 떠나려고 한다. 당신이 CEO라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까? 와 같은 케이스였다. 이렇게 내가 문제 정의한 내용을 이야기로 풀었지만, 실제 케이스는 고객군별 매출액을 보여주는 표, 시간당 커피숍이 붐비는 정도, 고객이 주문하고 테이크아웃까지 걸리는 시간, 고객의 인터뷰 등등의 자료들만 있는 것이다. 정보를 하나라도 놓쳐서 상황을 잘못 정의하면, ‘매출액에 가장 기여를 많이 하는 고객은 테이크아웃하는 직장인이므로 우리는 이 고객군에 집중한다.’ 라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이처럼 문제 상황을 스스로 정의하고, 이에 맞는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케이스들을 일주일마다 1년간 풀었다. 이런 훈련들을 하면서 문제 상황을 먼저 정의하고 해결책을 도출하는 것, 그리고 반대로 실제 주변에서 보이는 마케팅 결과물을 보고 이 회사가 겪고 있는 문제, 그래서 이 활동들의 의도를 찾는 것들을 더 뾰족하게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 당장 오늘부터 해야 할 일로, 다양한 사람들과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마케팅 결과물의 의도를 찾아보려는 연습이라던지, 비즈니스 케이스를 푸는 마케팅 스터디를 하는 것을 추천했다.
어떤 활동을 하던, 마케터처럼 생각하고 행동하자.
그리고 주변을 관찰해보는 것에 더해, 취업준비를 할 때 모두들 한 번씩 해보는 서포터즈, 동아리, 공모전 등의 활동들을 할 때에도 마케터처럼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었다. 서포터즈 활동을 하나 하더라도 그냥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왜 이 회사는 서포터즈를 뽑았을까? 20대 초년생에게 브랜드를 어필할 니즈가 있었나?’ 등을 고민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예를 들어 서포터즈 활동을 하면서 기업의 SNS를 운영해볼 기회를 얻게 되었다면, 이 회사의 니즈가 20대 초년생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는 것을 이해하였고, 그래서 포스팅을 어떤 형태로 운영하면서, 팔로워를 얼마를 늘리고 반응을 이끄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다 처럼 실제 마케터가 일을 접하고 행동하는 것처럼 일하는 것이다.
만약 서포터즈, 동아리, 학회, 공모전 등의 기회가 오지 않아도 내 스스로 마케터처럼 행동할 수 있었다. 취업준비 당시 나는 주변을 관찰하고 분석했던 내용들을 블로그에 포스팅했는데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실제 마케터처럼 행동하는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어떤 키워드를 포함하여 글을 쓸 때 반응이 좋은 지, 내가 글을 쓴 후 몇 시간 정도 지나야 네이버 검색 결과에 뜨는지, 요일별 유입자 수의 변화가 있는지 등 처럼 그냥 포스팅하는 것을 넘어, 블로그 채널에 대한 이해를 조금이나마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내가 포스팅한 회사의 마케터가 내가 분석한 의도가 맞다며 반갑다고 쪽지를 보내주기도 했다. 분석을 하는 것에 더해, 실제 마케팅 채널들을 운영도 해보면서 채널의 이해를 쌓고, 그리고 운이 좋다면 실무자의 의견을 들으면서 긍정적인 선순환을 만들 수 있었다. 이처럼 누군가 자격을 부여해야만 할 수 있는 서포터즈, 동아리, 학회 등에 처음부터 기회가 오지 않는다면, 자격을 부여하길 하염없이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내 스스로 마케터처럼 활동을 해보는 것이 시작이다. 인스타그램처럼 회사들에서 마케팅 채널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채널을 운영해보면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어떤 활동을 해보았는지, 내가 무슨 활동을 할 때 팔로워 수 변화가 있었는지, 적은 금액이라도 한 번 광고도 집행해보면서 어떻게 광고를 집행했을 때 효과가 있는 지 등의 경험을 쌓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그 당시 했던 블로그 활동은, 내가 마케터 직무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을 어필하는 이력서의 좋은 케이스였다.
이렇게 쌓은 ‘마케터로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이제 이력서와 면접에서 보여주면 된다. 마케터의 이력서에서 확인하고자 하는 것, 면접에서 묻게 되는 모든 질문들은 내가 마케터로서 생각할 수 있는지,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좋아하는 브랜드가 있나요?’, ‘왜 좋아하나요?’ 등에 대한 질문을 접할 때에도, 단순하게 ‘그냥 좋아서요.’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비즈니스 상황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 흥미로웠고, 나라면 이렇게 해봐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등으로 대답할 수 있을 때 이미 마케터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이 시선을 가지고 있음을 어떻게 이력서에서부터 잘 보여줄 수 있을지를 알아보자.
23년 3월에 <보통의 마케터 이야기> 매거진에 집필하던 원고들이 책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마케터가 되기 위해 준비했던 과정부터 마케터로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다루는 책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