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은 회사가 없다고 했지만,

실은 풀고 싶은 문제가 명확했다.

by Onda

오늘 글이야 말로 지금의 나를 가장 잘 설명하는 글 아닐까 싶다. 가고 싶은 회사가 없다는 말을 오랫동안 해왔다. 글 쓰는 나를 먹여 살리기 위해 다시 일을 해보겠다고 마음먹고 채용 공고를 들여다보았지만, 어느 곳에도 마음이 가지 않았다. 오늘에서야 그 이유가 또렷해졌다. 이제 내가 풀고 싶은 문제는 분명해졌는데, 그 문제를 풀고 있는 회사가 아직 없거나, 있더라도 시니어 마케터를 필요로 하지 않는 단계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채용 공고를 올리고 시니어 마케터를 찾는 회사들은 더 이상 가고 싶지 않은 곳들이라 괴로웠던 듯하다. 지금 당장 가고 싶은 회사를 못 찾더라도, 내가 풀고 싶은 문제에 대해, 회사에 대해 정리해두려 한다.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성숙해야 할 때

이준익 감동이 류승룡 배우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제는 성장이 아니라 성숙해야 할 때’라고. 나 역시 성장을 쫓다가 의미라는 가치관이 부상했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 그리고 의미라는 가치관에 따르면 이제는 단순히 더 매출액을 높이고 연봉을 높이는 것보다, 풀고 싶은 문제, 갈급하는 문제를 풀어야만 했다.

https://brunch.co.kr/@236project/179


나는 어떤 문제를 풀고 싶나

<실패를 통과하는 일>에도 나왔는데, 비즈니스를 크게 2개로 나눠보면 진통제와 비타민으로 나눠볼 수 있고, 진통제가 비타민보다 돈을 더 벌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내가 늘 관심 있던 것은 비타민의 영역이었다. 문제가 이미 생긴 마이너스 상황을 0으로 바꾸는 것보다, 0인 상황을 플러스로 만드는 것에 늘 관심이 있었다. 꾸까에서 꽃을 마케팅했던 것도, 꽃이 우리 일상을 더 행복하게 하는 도구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늘 글로 쓰며 이야기하는 것은 사람들이 나답게 일하고 사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였다. 나를 늘 증명해야 하는 회사에 다니다 보니, 외부 상황에 따라 내 일상이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공감하는 유일한 문제는, 왜 다치기 전에 미리 나를 돌보고 마음건강을 예방하자는 브랜드는 없는지였다. 마음이 무너지고 나면 다시 재정비할 힘이 없으니 그전에 돌보아야 했다. 그리고 어느 회사를 가든 힘들 수밖에 없다면 적어도 나답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찾고, 매일 나를 회복하고 돌보고 가꾸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야한다고 믿어왔다. 그래서 직접적으로 나답게 일하고 사는 것, 그리고 나를 돌보는 것을 이야기하는 브랜드에서 일하고 싶었다.


그래서 마음 건강, 나다운 일상을 이야기하는 브랜드를 원했다. 마음 건강도 다양한 카테고리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중 이야기이기는 했다. 내가 외부 상황에 지치고 넘어질 때마다 나를 어떻게 살렸나 보면 ‘이야기’였다. 이야기를 통한 일상 회복. 그래서 출판사를 가야 하나, 1인 출판사를 창업해야 하나 생각까지 해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창업을 하기에는 아직 글도 쓰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이 많아, 늘 모든 것에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니, 우선은 마케터로서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회사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회사를 가고 싶나

내가 갈급하는 문제가 명확하다 보니 내가 가야 할 회사는 이런 문제를 푸는 회사여야만 했다. 마음건강, 혹은 너무 거창하게 마음건강이 아니더라도 일상을 돌보는 것, 그리고 그 수단이 이야기면 더 좋겠다 정도의 생각이었다.


내가 나답게 사는 것을 돕는 브랜드.
나는 그런 브랜드를 찾고 있구나.


그런데 그런 브랜드가 전무후무했다. 일상 회복을 이야기하는 카테고리를 몇 개 적어보자면, 이야기, 차, 아로마오일 등등 많은 카테고리가 있었는데 브랜드 단위로 성장한 회사가 몇 개 없었다. 그럼에도 감사하게도 일상 회복을 이야기하는 차 브랜드 맥파이앤타이거 대표님을 만나 뵐 수 있었고, 한 시간 여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꼭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대표님은 내가 나와 멀어졌다고 생각하면 차를 마지막으로 언제 마셨는지 돌이켜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6년간 자신을 찾아가면서 단단하게 브랜드를 만들어왔다고 했다. 나를 돌아보고 자기만의 속도를 찾으라고 이야기하는 브랜드. 나도 나와 멀어졌다고 생각하면 글을 쓰는데, 내게 글 같은 것이 이 브랜드에게는 차였다. 이번에는 여타 상황이 맞지 않아 함께 할 수 없었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될 거라 믿는다.


카테고라이징부터 해본다면,

맥파이앤타이거처럼 내가 나답게 하는데 도움이 되는 그런 브랜드가 어디 없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브랜드들을 카테고라이징부터 해보자고 했다. 당장 채용 계획이 없더라도, 만나보고 싶은 브랜드들을 리스트업하고 일단 만나보자고 생각이 정리되고 있다.


첫 번째로는, 일상 회복이 상품과 유통으로 연결된 브랜드 - 자기 자신에게 다시 돌아가게 만들어주는 도구를 파는 회사

적어도 판매하는 물건은 있어야 시니어 마케터가 필요하겠다 싶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소비재를 판매하는 것 같지만, 브랜드가 지향하는 바는 일상 회복을 이야기하는 브랜드를 찾으려 한다. 카테고리는 계속 찾아보아야겠지만, 차, 향, 조명, 일기, 아로마, 리추얼 키트 등으로 늘려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두 번째로는 이야기 중심의, 출판도 커버할 수 있는 콘텐츠 기업

내가 결국 원하는 것은 '이야기를 통한 일상 회복'이니, 이야기를 다루는 기업에서도 분명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지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마지막으로는 상담에서, 더 나아가 예방까지 커버하는 플랫폼

심리 상담으로 시작해 점차 예방까지 확대하는 여러 플랫폼들이 있으니, 여기서 마음 건강, 일상 회복을 이야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플랜 B도 필요는 하지.

여기까지가 플랜 A고, 플랜 B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직이라는 것이 나만 좋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브랜드에서도 시니어 마케터를 뽑고자 하는 니즈가 있어야 하고, 그중에 나를 선택하는 상황이 맞아야 하는 일이므로. 그래서 위의 3가지 카테고리에서 이직할 회사를 찾지 못한다면, 플랜 B 역시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은 아직 생각 정리가 덜 됐지만, 글쓰는 나를 지키기 위해, 마케터로서 역량을 발휘하면서 일하는 것에 더 방점을 찍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그리고 또 들었던 생각은, 내가 갈급하는 문제를 풀고 있는 브랜드를 만나서 함께 하는 것이 지금 내가 제일 원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다른 옵션이 없어서 창업을 선택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패를 통과하는 일>에서도 박소령 님도 콘텐츠 관련 업계에서 일하고 싶었으나 그것이 어려워 창업을 선택했다고 했으니. 그리고 창업을 한다면, 내가 가장 원하는 영역인 ‘이야기를 통한 일상 회복’이라는 주제로 하겠구나 싶었다. 나는 다른 영역에서 돈을 더 벌 수 있다 하더라도 다른 일로는 사업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12월에는 만나보고 싶은 브랜드들을 정리하려 한다. 12월의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듯하다. 이제는 낮에 나와 맞지 않는 일로 스스로를 소모하고, 밤에 그걸 회복하는 글을 쓰는 삶을 반복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내가 어떤 문제를 붙잡고 살아가고 싶은 사람인지는 분명해졌으니, 그 기준으로 다시 회사를 선택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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