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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da Jun 09. 2020

마케터, 그래서 하는 일이 뭐야?

마케터라 쓰고, 비즈니스 리더라고 읽히는 사람들 이야기

광고 만들고 싶어요.

 마케팅 신입이 들어오면 내게 제일 먼저 하는 말이다. 마케터가 무슨 일을 한다고 생각하냐고 물어보면, 기발한 아이디어로 광고를 만들고 팝업 행사를 여는 등 마케팅 업무 중에서도 'Promotion'의 일부분만 대답하곤 한다.

이런 것만 마케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사실 나 역시도 다르진 않았다.

 대학교에서 마케팅 원론을 들으며 마케팅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아이디어가 돋보이던 광고 아이디어였다. 예전에는 산타라고 하면, 요정을 떠올리기도 하고 사람마다 떠올리는 이미지가 달랐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산타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는 이미지는 코카콜라의 겨울 매출액 드라이브를 위해 코카콜라가 만들어 낸 이미지다. 여름에는 날씨가 더워 다들 쉽게 코카콜라 같은 탄산음료를 떠올리지만, 겨울에는 떠올리지 못하자 겨울을 대표하는 크리스마스, 그 중 산타를 살려 그들이 콜라 먹는 장면을 광고로 만들어 겨울 매출액을 올리고 더 나아가 사람들에게 산타란 저런 이미지라고 학습시킨 것이다. 마케팅이 사람들의 생각까지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매료되어 마케팅을 하고 싶다고 했었다.


그러나 내가 회사에서 배운 마케팅은 광고보다는 더 큰 이야기였다.


마케팅 하고 싶으면 대행사로 가고, 
비즈니스 리더가 되고 싶으면 P&G에 남아라.


 P&G에 다닐 때, 상무님이 그랬다. 마케팅을 하고 싶으면 대행사로 가고, 비즈니스 리더가 되고 싶으면 여기 남으라고 했다. '마케팅 사관학교'라고 불리던 곳에서, 마케팅을 하고 싶으면 대행사로 가라고 하다니 그 당시에는 충격적이었지만, 이제는 무슨 말인지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내가 지난 3년간 P&G에서 배운 것은 'Business management'였다. 비즈니스의 AS IS를 이해하고, 원하는 TO BE를 그린 후에, TO BE로 가기 위한 WHAT NEEDS TO BE TRUE를 그리고 실행하는 모든 업무를 맡은 사람이 마케터였다. 마케터 하면 떠오르는 광고 운영은 수단일 뿐이고, 광고 앞단에는 '회사의 Top line (매출액) 성장'과 같은 TO BE가 있었고, 광고는 그 TO BE를 달성하기 위한 WHAT NEEDS TO BE TRUE 중 하나일 뿐이었다.


 외부미팅에서는 '마케터'라고 스스로를 소개하지만, 내 바로 윗 직급의 이름은 'Contry Category Leader'였는데, 한국에서 자신이 맡고 있던 브랜드에서 일어나는 모든 비즈니스 이슈를 책임져야만 했다. A라는 브랜드의 광고만 신경쓰는 것이 아니라, A라는 브랜드의 매출 목표를 달성해야했고,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수반되는 모든 것을 모두 책임져야 했다. 

 나는 질레트의 이커머스 마케터 역할을 2년 정도 맡았었는데, 쿠팡의 판매가 설정 원칙 때문에 (쿠팡 봇이 모든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동일 구성 상품의 최저가를 실시간으로 맵핑한다.), 다른 채널을 위한 대책안을 내놓아야했고, 최저가 맵핑을 우회하기 위해 쿠팡만을 위한 구성이 다른 신제품을 기획하기도 했다. 대학생 때 상상하던 것은 그저 '신제품을 내고, 기발한 아이디어의 광고를 집행한다'로만 보이던 것이 '지금 비즈니스 상황에서 왜 이 신제품을 출시해야만 하고, 이 신제품의 역할을 무엇이고, 이 신제품은 광고가 필요한가? 그러면 얼마를 투자해야 적정한 금액 투자일까? 광고에서 무엇을 보여줘야만 하는가?'까지의 고민이 내 업무의 주를 이루었다. 내가 생각했던 광고의 영역은 내 업무의 10%도 차지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광고를 집행하게 될 경우, 광고의 목적, 광고에 집행할 적정한 금액, 광고에서 무조건 보여줘야 하는 내용에 대해 에이전시에 공유하면, 에이전시는 명확한 가이드 하에서 코카콜라의 산타와 같은 아이디어를 가져오는 것이었다. 이처럼 내가 지난 3년간 피앤지에서 그리고 스타트업들에서 마케터라는 직무로 하는 일들은 이런 business management이다. 


그 당시에는 너무 힘들었다..ㅋㅋ


같은 마케터라도 WHY에 따라 하는 일이 달라진다.

그러면 단순하게 마케터는 브랜드의 Top line (매출액)을 책임지고,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서 신제품을 내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을까? 마케터의 일은 자신의 맡은 브랜드의 상황,  Product Life Cycle에 따라 달라진다. 하지만 마케터의 본질은 동일하다. WHY에 집중해서, TO BE를 만들어내는 일. 

 예를 들어, 매출 목표 달성이라는 TO BE는 동일하지만 P&G에 있을 때는, 자체 유통 채널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상품을 판매해야했기 때문에, 광고 집행/브랜딩만큼 유통채널에 대한 관리도 중요했다. 동일한 상품을 여러 유통 채널에 판매하면서도, 각 채널별로 차별성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이 주요했다. 마케터가 생활용품의 내용물을 바꿀 수 없으니 그 위에 덧붙일 컨셉들을 디벨롭했었다. 

 지금 일하고 있는 꽃 정기구독 서비스 꾸까에서는 꽃을 2주 단위로 정기구독 한다는 것을 기본 상품으로 가지지만, 자체 판매채널을 가지고 있고 서비스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기에, 마케팅 테마에 더해 세일즈 프로모션 기획이 용이하다. 예를 들어, 기존에 정기구독권을 2개월권, 6개월권만 판매하였으나 Trial용으로 1개월권 상품을 만들고 '한달꽃'이라는 컨셉을 씌우거나 하는 것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비즈니스의 특징, 카테고리의 성격, 제품 성격에 따라서 마케팅의 방향성도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여러 회사의 브랜드 마케터 공고를 보거나, 그 회사의 활동들을 보면 그 회사에서 할 일이 보이기도 한다. 

 만약에 내가 카카오로 이직한다면, 이미 전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에서 '카카오를 알리기 위한 광고 집행'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해당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 업무는 카카오에서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다만, 요즘 10대들이 카카오 대신 페메를 쓰니 어떻게 하면 young user 대상으로 penetration을 높일지, 친밀감을 높일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을까. 아래 이미지처럼, 카카오에서 너의 최애를 응원하라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게 아닐까? 그리고 단순 미디어 광고를 트는 것은 카카오의 브랜드 상황에서는 전혀 니즈가 없다. 그런 회사의 브랜드 마케터는 최소 인원으로 운영되거나 혹은 미디어 집행 역할까지 맡는 역할로 확대되어 운영될 것이다. 카카오는 이미 광고 채널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광고 클라이언트에게 카카오 광고의 효율을 셀링하는 역할을 더 뽑을 것이다. 


마케팅 활동만 보아도, 이 회사가 어떤 TO BE를 가지고 있는지가 그려진다. 이처럼 마케터란 직업은, 단순히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내는 직업이 아니다. 비즈니스의 AS IS를 TO BE로 만드는 모든 일을 하는 사람들. 오늘도 마케터의 일을 하러 출근을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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