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스타트업에서 마케팅팀을 만들었던 이야기.
지난 1년 간 꾸까에 와서 가장 잘 했다고 생각하고 스스로 크게 성장했다고 생각되는 일은, 마케팅팀을 구조화한 일이었다. 물론 우리 팀에 합류한 좋은 팀원들이 함께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년 대비 50% 성장을 이끌고 있는 마케팅팀에 감사하며 :)
http://www.enews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94305
마케터가 목표 달성(to be)을 하기 위해서는 전 부서와 협업해야만 하고, 마케팅팀이 한 사람처럼 한 목소리를 내는 것부터 시작해야한다.
마케터는 as is를 to be로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건 절대 혼자의 힘으로는 할 수 없다. 가령 현재 10억을 벌고 있는데 20억으로 목표가 2배가 된다면, 단순히 광고비만 2배로 튼다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좋은 상품도 더 필요하고, 고객의 니즈를 일깨우는 마케팅 캠페인 및 세일즈 프로모션도 필요하다. 그리고 매출액 2배는 곧 물건을 준비하는 Product supply부터 Operation과 같은 내부 팀들도 2배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게 성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to be를 향해 달려 간다는 것은 마케터 한 명만 할 수 있는 단순한 일이 아니다.
팀장이 제대로 된 to be를 그려주지 못하면 팀은 각자의 일을 하게 된다.
내가 막 꾸까에 합류했을 때 꾸까는 각자의 일을 각자가 하던 상황이었다. 대표님이 공유한 목표치 (to be)는 있었지만 수치적으로 각 팀원이 자신이 한 달에 얼마를 벌어야 하고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 매주 주간회의는 있었지만, 공통 목표에 대한 이야기는 부재하고, 자신이 하고 있는 업무를 업데이트 하던 미팅이었다. 사실 팀장이 제대로 to be를 그려주고, 각 팀원이 to be를 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 (what needs to be true)를 그려주지 못하면, 당연히 각 팀원은 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목표가 아닌 task 단위로 업무를 배분하다보면, 팀원은 한 달에 2개씩은 새로운 상품을 내라고 하니 런칭은 하지만, 그 상품이 몇 개를 팔아야만 하고, 얼마에 팔아야만 하는지에 대한 목표가 없고, 이에 따라 내가 잘하고 있는지 못하고 있는지에 대한 비교 또한 하지 못한다.
게다가 내가 들어오기 3개월 전부터 광고 집행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한 팀이 유기적으로 일하지 못한 상태에서 한 명의 개인이 광고를 집행하느라, 광고의 목표가 무엇이고 (단순 인지 목표인지, 세일즈 드라이브인지 등), 해당 시즌에 어떤 내용이 강조되어야 하는지, 어떤 상품이 메인 SKU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 없이 단순히 새로운 꽃다발이 나왔다는 걸 알리는 광고만 돌리고 있었다. 광고 메시지가 그냥 '새로운 꽃이 나왔어요' 정도로만 라이브되고, 고객이 클릭하여 해당 광고에 들어온다고 해도 그 꽃다발 외에는 살 수 있는 꽃다발이 없다보니 (고객의 선택권이 너무 없다보니) 전환은 거의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GA를 보고 있지 않아서,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전체 전략을 세우지 못하다 보니, 대표님이 더 높은 매출 목표를 주면 전략 없이 상품의 종류를 늘리는 액션만 취하고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한 사람이 관리해야하는 상품 종류 수는 커지고, 비슷한 금액대의 상품들, 색상이 겹치는 꽃들이 늘어나면서 단위 상품당 매출액은 계속 떨어지고 있던 상황이었다.
팀장은 as is와 to be를 명확히 이해하고, 팀원들에게 what needs to be true (목표를 가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공유 해야만 한다.
팀에게 주어진 목표치가 가령 월별 목표 20억이라면, 20억 이라는 숫자 자체는 와닿지 않는 큰 이야기이기 때문에, 쪼개주어야만 한다. 하지만 단순히 너 5억 가고, 너 6억 가고 식의 찢어주기 또한 의미 없다. 각 담당자별로 5억을 가되, 어떤 플랜별로 (빌딩블락별로) 얼마를 가야할지 그림을 그려줘야 한다. 대표님이 공유한 1년 매출 목표를 월별로 쪼개고, 월별로 카테고리별로 나누고, 그 목표를 가기위해서 빌딩블락별로, 또 기획전별로 상품별로 얼마를 벌어야하는지 그려주어야만 한다.
1년동안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고 현재도 겪고 있지만, 현재 꾸까 마케팅팀은 이렇게 운영되고 있다.
상품만 관리하는 상품운영 셀, 브랜드 마케팅/광고를 담당하는 브랜드 마케팅 셀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상품기획 셀의 경우, 더이상 SKU 종을 늘리지 않고 판매 매출의 80%를 담당하는 13개 SKU만 판매하고 있다. 1) 판매수량은 많았지만 객단가가 너무 낮아 오히려 고객의 trade down 을 유도하며, 상품 포장 비효율은 더 발생하던 작은 사이즈의 꽃들은 종료하였고, 2) 상품의 종류를 줄이면서 확보된 시간에는 꽃의 퀄리티 및 디자인을 더 높일 방법에 집중하게 되었고 3) Price ladder나 세일즈 프로모션 (사은품, 할인 커뮤니케이션, 쿠폰 개발 등)에 집중하면서 더 적은 SKU로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0% 올릴 수 있었다.
가장 매출액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상품의 경우, 매주 디자인 투표를 통해 더 많은 고객의 선택을 받은 디자인으로 런칭하고 있다. 단순히 투표기능을 도입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플로팀에 매주 2개의 디자인을 잡을 수 있도록 전체 프로세스 세팅부터 뒷단에 보이지 않는 일들의 세팅이 더 주요했다.
브마셀 같은 경우는,
1) Brand concept - 2020년을 관통하는 브랜드 목표가 있고 (일상에서 즐기는 꽃 문화를 만드는 꾸까),
2) Campaign concept - 분기별로 해당 브랜드 목표를 확고하게 하기 위한 마케팅 캠페인이 진행된다.
3) Product concept / communication - 또한 꾸까의 메인 카테고리인 꽃 정기구독 서비스의 경우는, '일상의 행복'이라고 컨셉화하면서도
4) Sales promotion - 동시에 '첫구독 0원' (6개월권 2주 구매시 1회차 금액 포인트백)이라는 세일즈 프로모션을 만들어 고객이 '구매'라는 액션을 더 쉽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전 회사에서 영어교육 마케팅을 맡았던 팀원은 이런 브랜드 컨셉부터 세일즈 프로모션까지 기깔나게 만들어내고 있다. :)
상품기획셀에서는 어떤 상품을 왜 만들어야 하고, 각 상품별로 얼마를 벌어야 하는지가 명확하듯, 브마셀에서는 이제는 기획전마다 목표가 명확하고, 해당 기획전으로 얼마를 벌어야 하는지, 광고비는 얼마나 집행해야 하는지가 명확하다. 그리고 과거에는 상품을 만들었던 사람이 신상품을 홍보하는 정도로만 광고를 집행했기 때문에, ‘광고를 했다.’ 정도에 만족했다면, 이제는 이번달 목표를 위해서는 광고에 얼마를 집행해야하고, 홍보 메일을 보낸다면 몇 회를 언제 몇시에 보내야하는지까지도 정리가 되는 중이다.
이런 프로세스를 만드는데 아래 3가지 자료가 큰 도움이 되었다.
1. 원칙표: 사실 이건 자료는 아니고, 우리팀의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팀은 무조건 이 우선순서로 의사결정하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모든 활동은 아래 원칙을 달성하기 위함이고, 아래 원칙과 관련 없는 일은 시작조차 하지 않는다.
1) 마케팅 월별 목표 매출액 달성: 이 플랜이 마케팅 월별 타겟 달성에 도움이 되는가?
2) 꾸까는 '일상의 행복'을 위한 브랜딩 정립: 이 플랜이 꾸까의 브랜드 방향성과 맞는가?
이 원칙에 기반하지만, 벌어들이는 돈 대비 리소스 투입이 많은 일은 내가 드랍시킨다. 팀원들도 몇 번의 논의를 거치고 나서, 다른 팀과 논의를 할 때도 위의 원칙에 따라서 논의를 한다. 마케터이지만 브랜딩보다 매출목표가 더 상위 우선순위에 있는 이유는, 마케터는 브랜드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이 비즈니스를 책임지는 비즈니스 매니지먼트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2. 2020 방향성 공유 시트: P&G에서는 1년 목표는 얼마고, 어떻게 해당 목표를 갈 것인지 주요 전략 및 빌딩블락 (각각의 플랜을 빌딩블락이라고 부른다)이 무엇인지 그리는 KEM이라는 프로세스가 있고, 대략 18개월 단위로 브랜드 컨셉을 가기 위한, 캠페인 컨셉과 신제품들의 계획을 분기별로 표시한 IMP(Initiative Master Plan)라는게 있다.
스타트업에서는 더 적은 인력으로 당장 살아남아야 하다보니, P&G의 KEM처럼 정확히 목표를 가기 위해서 몇 개의 빌딩블락이 필요한지 과학적인 접근을 할 수는 없었다. (P&G에서는 예를 들어 A, B라는 2개의 플랜을 계획하면 서로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으므로, cannib만큼 중복을 제거해서 예상 매출액을 계산하는 일까지 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야근을 안 할 수가 없었다..) 따라서 스타트업에서는 KEM과 같은 접근 대신, 상대적으로 IMP와 가까운 형태를 많이 활용하였다. 작년 매출액 월별 트렌드와 올해 목표를 두고 얼마나 gap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 목표 매출액을 카테고리별로 찢고, 2020년에 전체 가야할 브랜드 목표 및 각 분기별/월별 캠페인은 무엇이 될지, 그 캠페인의 주요 상품은 무엇이고, 세일즈 프로모션은 어떻게 가져갈지를 그렸다. 그리고 이 시트를 분기별로 플래닝하고, 월별로 팀과 리뷰하면서 데일리 플랜을 만들었다. (다음에는 해당 표에 대해서 포스팅을 해보아야겠다.)
3. 그리고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 30분이면 진행되는 주간스케쥴회의: 원칙표와 2020 방향성에 따라서, 각 팀원은 이번 달 목표가 얼마고, 자신이 맡은 카테고리의 목표는 얼마고, 그리고 그 카테고리 목표를 가기 위해서 자신이 어떤 플랜들을 나와 얼라인하여 진행하여야 하는지를 다들 인지하고 있다. P&G에서는 주간회의를 진행하되, 메일 바디에 우선순위별 하는 일들을 나열해서 업데이트들을 쓰곤 했는데 (데일리로 어떤 일을 하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웠다.) 스타트업은 일주일도 꽤 긴 시간이기에 데일리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이 표가 더 유용하다. 팀원이 추천해주었는데, 지금은 우리 팀에서 모든 팀원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시트다.
마케팅팀이 이렇게 구조화가 되면서, 다른 팀들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마케팅팀이 계획에 의해 기획전 제작이 이루어지다보니 디자인팀과도 주간스케쥴회의가 진행되고 다른 부서의 디자인 일정과도 조율해야 하므로, 다른 팀의 디자인 업무의 세일즈 임팩이 얼마나 큰지 등에 따라 팀간 논의가 진행되게 된다. 그리고 '숫자'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이 일상화되다보니, 이제는 내가 신제품을 런칭하려고 하면 오퍼팀에서는 '해당 상품은 포장에 2분 30초가 걸려 다른 상품 대비 비효율이 XX% 높으므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와 같은 논의도 이루어지게 되었다.
1년 전과 비교해보면, 꾸까는 참 많은 성장을 이루고 있다. 마케팅팀 내에서도 그리고 전체 회사에서도. 이제는 모든 팀원이 꾸까 전체의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는 느낌이 든다. 아직 그래도 예상치 못한 잡음도 있고, 생각치 못했던 문제들은 계속해서 발생하지만 지난 1년간의 변화를 보았을 때 앞으로의 꾸까는 더욱 기대된다.
스타트업 참 재밌다.
이 글은 퍼블리에서 '팀장의 성과내는 팀 구조화 방법'이라는 글로 업데이트되었다. :)
https://publy.co/content/6699?id=17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