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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da Jun 28. 2020

마케터, 숫자 봐야할까요?

 예전에 P&G 다닐 적 동료가 그랬다. 처음 어사인먼트 (보통 2년간 유지되는 업무)가 바뀌고 그 날 밤을 새우며 한 일은 지난 5년간 해당 브랜드의 매출액, 마켓 쉐어, 필라별 비중, penetration %, 경쟁사의 데이터 등등 모든 수치를 외웠다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회의에서 언급되는 모든 숫자를 외웠다고 했다. 물론 모든 회사의 마케터들이 숫자를 보는 건 아니다. 몇몇 대기업의 경우 마케팅 부서가 프로모션 파트만 담당하는 경우가 많아 숫자를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비즈니스 리더라면 숫자를 무조건 봐야만 한다. 내가 만들어낸 마케팅 활동이 내 비즈니스에 끼친 임팩트를 숫자로 설명할 수 없다면, 혼자 박수치고 자축하는 상황이 생긴다.


숫자를 보는 기본 방법은 다음 3가지다.

1. 숫자는 상대적이므로 기준점이 되는 자기 카테고리 및 브랜드와 관련된 모든 숫자는 외워야 한다. 

 숫자는 상대적이어서, 가령 100 이라는 숫자 자체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못한다. 만약 매일 홈페이지에 1,000명이라는 사람이 들어왔는데 어제만 100명이라는 사람이 들어왔다면, 이 100이라는 숫자는 작은 숫자다. 숫자와 거리가 멀다고 판단되는 컨텐츠 마케터라도 자신이 쓴 포스팅이 평소에는 조회수가 100이 나오는지 200이 나오는지 외워야 하고, 그 컨텐츠가 자기 비즈니스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알아야만 한다. 


그리고 숫자에 대한 이해는 비즈니스에 대한 이해와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린 분석' 책에도 나오는데 비즈니스의 특성과 Product life cycle에 따라, 기본이 되는 숫자는 다르기 마련이다. 관처럼 평생에 1번 사는 상품의 재구매 주기와 매일 쓰는 생활용품의 재구매 주기는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자기 카테고리 및 브랜드와 관련된 모든 숫자를 외우되, 왜 이 숫자가 이런 형태를 띄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해야한다.


2. 숫자는 쪼개서 보아야만 한다.

평소 트렌드 숫자도 외웠다. 그러면 어제 하루 100만원을 벌었다고 해보자. 평소에는 50만원 팔았는데, 100만원을 벌었다. 좋은 일일까? 모든 숫자는 쪼개서 봐야한다. 필라별로도 쪼개보고, 상품별로도 찢어보아야 한다. 예를 들어 내가 A,B 2가지 상품을 판매하는데, DAY1에는 50만원을 팔았는데 DAY 2에는 2배로 팔려 100만원을 벌었다고 해보자. 개서 보는 순간 무엇을 잘했고 무엇을 못했는지를 알게 된다. 아래 표를 보면, A라는 상품은 오히려 DAY 1보다 반만 팔렸고, B라는 상품은 DAY 1 대비 8배를 팔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면 전체 매출액이 100만원으로 DAY 1 대비 2배를 벌었다 하더라도, A 상품 담당자는 왜 DAY1보다 덜 팔았는지 빠르게 원인을 찾아야만 한다. A가 DAY 1 만큼만 팔렸다면 오늘은 120만원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위의 그림처럼 숫자를 그 구성에 따라 쪼개서 보는 것도 있지만, 집단의 특성에 따라 쪼개는 코호트 분석 (동질집단분석)도 있다. 예를 들어 꾸까에서 재구매율과 같은 지표들도 보는데, 1월 (꽃구매의 비수기)에 온 고객과 5월 (꽃구매의 성수기)에 온 고객을 동일 선상에서 재구매율을 보면 안되기 때문에 코호트 분석으로 나누어서 보고 있다. 또한 미끼상품인 2천원 대 상품을 구매한 고객과 평균 객단가인 4만원 대를 구매한 고객을 동일선상에서 재구매율을 비교하면 안된다. 이처럼 쪼개는 방식도 필라별, 상품별처럼 구성하는 숫자로 찢는 것뿐만 아니라, 시기 별로, 상품의 역할별로 나눠볼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3.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특정 숫자가 너무 높게 나오거나 반복해서 나온다면, 데이터 임의 값이 있는 것은 아닌지 오류가 있지는 않은지 질문해야한다. 예를 들어, 회원가입자 중 1970년생이 50%를 넘는 상황이 있다. 그러면 단순하게 우리 고객은 70년생이 많구나라고 이해할 것이 아니라 raw data를 봐야 한다. 1970년생들이 모두 1970-01-01 이라는 값으로 기록된 것을 확인한다면, 회원가입할 시 생년월일 값을 채우지 않은 고객을 시스템이 1970-01-01로 임의 기록했음으로 알아야 한다.

 그리고 비슷한 행태를 띄는 인더스트리의 숫자들을 알아야 한다.  보통 Display AD 이탈률의 경우 90%에 가까운데, 꾸까에서 잠깐 DA 이탈률이 40%로 낮게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 이런 경우도 단순하게 우리가 마케팅을 잘해서 이탈률이 낮구나 라고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원인을 찾아야 한다. 원인을 찾아본 결과, 구글 태그 매니저를 설치하던 과정에서 GA 스크립트가 중복 설치되어 이탈률이 낮게 측정되던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숫자를 있는 그대로 이해할 것이 아니라 다른 마케터와 이야기도 많이 나누고, 구글에서 검색도 해보면서 보통 일반적인 수치가 얼마나 나오는지 등에 대해 이해해야 한다.


어떤 숫자를 볼 수 있는지는 인더스트리의 상황에 달려있다.

 P&G처럼 상품을 판매하고 자체 몰이 없는 경우는, 내부에서 쌓을 수 있는 데이터가 한정적이다. 자체 몰이 없다보니 이커머스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Traffic에 대한 정보, Conversion에 대한 정보를 가지기 어려웠다. 대신에 닐슨과 같은 정보분석기업에서 제공하는 전통 채널에 대한 구매 데이터를 통해,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 농협 하나로 마트와 같은 작은 마트들, 편의점까지 '포스기'를 가지고 있는 전통 채널에서 우리 카테고리의 사이즈는 얼마고, 그 안에서 내 브랜드와 경쟁사의 Market share는 얼마인지, 브랜드 pillar별로 share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볼 수 있었다. 우리의 매달 활동에 따라서, 전체 면도기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질레트 share가 어떻게 변하는지, 어떤 pillar가 경쟁사 대비 강점을 가지는지 지도를 그려볼 수 있었다. 

 스타트업에 있으면서, 이제 더 이상 보지 못하는 데이터는 닐슨에서 구매하던 포스 데이터다. 스타트업은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마켓 자쳇에 대한 정의가 없고, 기존 전통 채널들에서 상품을 판매하지 않다보니 전체 마켓 데이터, 경쟁사 데이터를 얻기는 어렵다. P&G에 있을 떄는 경쟁사까지 훤히 볼 수 있는 명확한 지도가 있었다면, 이제는 그 지도는 없지만 대신 우리 내부의 고객 데이터는 더 많이 가지고 있다.


자체 웹사이트를 가지고 있다면 구글 애널리틱스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자체 몰이 있으면, 구글 애널리틱스 등을 활용하여 내부 데이터를 더 쉽게 모으고 활용할 수 있다. 자체 몰에 구글 애널리틱스 코드를 심어놓으면, 들어오는 각각의 사람에 대한 정성적인 데이터를 볼 수는 없지만 정량적인 데이터는 볼 수 있다. 몇 명의 사람이 들어오고, 어떤 마케팅 채널을 통해 들어왔고, 우리 홈페이지의 여러 퍼널들 (유입, 회원가입, 장바구니 담기, 구매하기, 환불 등)의 활동을 몇 명이 얼마나 진행했는지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해당데이터가 쌓이므로, 우리의 DAU (Daily active user)는 평균 얼마이고, 평균 전환율은 어떻고, 평균 이탈률은 어떻고 등의 데이터가 쌓인다. 해당 평균 데이터와 매일의 데이터를 비교하면서, 어제의 활동에서 무엇이 튀었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GA에 대해서는 더 전문적으로 알려주는 곳들이 많아서 세부설명은 생략한다.)

 P&G에 있을 떄는 이런 내부 데이터가 없어서 이커머스 플랜이 목표를 가는데 충분한지 논의를 할 때 the number of traffic이라는 트래픽의 절대값을 가지고만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고객이 구매니즈를 갖고 네이버에서 브랜드를 검색해서 유입된 트래픽과 단순히 뉴스기사를 보다가 실수로 유입된 트래픽은 전환율이 다르기 때문에 트래픽 절대값은 아무런 정보를 주지 못한다. 


 지금은, 구글애널리틱스를 활용해 얼마의 사람들이 와야하고, 똑같은 고객이어도 명확하게 니즈를 가지고 해당 브랜드를 검색한 고객과 우연히 뉴스기사를 보다가 배너를 잘못 클릭해서 온 고객의 특성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각 광고별 역할도 다르고 (awareness building인지, sales 인지) 광고별 목표 트래픽 수, 전환율 등의 모든 지표 목표가 다르다.

똑같은 사람일지라도, 어떤 채널을 보고 있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성향을 보인다.


예전에 패스트캠퍼스에서 1회 특강을 했던 적이 있는데 그 때 했던 이야기가 결국은 퍼포먼스 마케팅의 기본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때 내게 요청온 강의 목적이 'Targeting'였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자료는 숫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떤 고객을 대상으로 타겟팅을 해야하는지 이야기해도 숫자는 빠질 수 없다.


마케터는 as is를 to be로 가는 일을 하는 사람이고, 그 목표를 향해 가는 활동은 모두 숫자로 이루어져있다.

마케팅 비용을 얼마를 써야할지, 매출 목표가 맞게 주어졌는지, 매출 목표가 있으면, 어떤 플랜들을 쌓아서 해당 목표를  것인지 주어진 버짓을 가지고, 어느 마케팅 채널에 광고를 틀지 모든 것이 선택이고 과정은 모두  숫자다고객의 목소리를 일일이 듣지 못하기 때문에, 전환율 등으로 고객을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다.


몇 년 전 패스트캠퍼스에서 강연했던 내용


그리고 나아가 스타트업에서 마케팅을 맡게 되고 연차가 차면서, 숫자를 보는 일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 큰 회사에 있을 때는 내가 함부로 바꿀 수 없고 주어졌던 값인 판매가, 할인율 등의 값도 이제는 '최대 공헌이익'이라는 원칙 하에 조절할 수 있게 되었다. 마케팅 활동을 함에 있어서 숫자와 관련 없는 일은 없고, 점차 숫자와 관련된 일의 범위가 늘어나기 때문에 마케터는 꼭 숫자에 대한 감을 계속해서 키워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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