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da Jul 28. 2020

브랜딩, 멀리 있지 않았다.

자꾸만 잊게 되는 본질에 대해서

꾸까의 여름나기 이야기

작년 모나미 콜라보에 이어, 올해 7월은 꾸까와 오롤리데이와의 콜라보 작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오롤리데이의 마스코트 못난이가 담긴 문구 굿즈를 런칭했고,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는 이 한마디. 

We make your life happier
꽃과 함께라면 매일이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꾸까와, 일상 속 작은 물건이 당신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오롤리데이가 만났습니다. 

보고 또 봐도 예쁘다.


내 아이디어는 problem solving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매년 여름마다 꾸까가 문구류와 콜라보를 하는 이유는 '꽃의 시즌성'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여름이 되면 사람들이 꽃을 살 베뉴가 없고 (예를 들어 어버이날과 같은 시즌 이슈), 날도 덥고 꽃을 사야겠다는 생각 자체가 들지 않는다. (needs recognition부터가 어려워진다.) 이에 따라서 꾸까도 발렌타인데이, 어버이날처럼 시즌 이슈가 많은 봄시즌은 계획상품처럼 꽃을 판매하고, 여름 시즌은 충동 상품처럼 꽃을 판매한다. 즉, 같은 꽃다발이지만 시즌에 따라 전혀 다른 상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마케팅전략과 상품전략을 바꾼다. 

 충동상품이 되면 우리보다 더 유명한 (penetration이 높아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거나), 혹은 더 필수재에 가까운 상품과 콜라보를 해서, 충동상품인 꽃다발을 갖고 싶도록 만들어야 한다. 작년에는 그 콜라보가 모나미 볼펜이었고, 올해는 오롤리데이라는 브랜드와의 콜라보가 되었다

 꾸까의 고객과 오롤리데이의 고객이 겹쳐 우리 꾸까 고객분들이 좋아하시겠다라는 생각과 못난이 캐릭터와 꾸까가 만나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에 더해, 사실 내 머릿 속에서 이 프로젝트를 주도한 배경은 problem solving이었다. 매출 목표는 가야하는데 여름에는 날도 덥고 꽃이라는 것 자체가 떠오르지 않으니, 오롤리데이와 콜라보 하여 꽃다발을 갖고 싶게 만들고, 고객님들이 책상 위에서 늘 보는 상품에서라도 꽃을 인지하면서 꾸까를 기억해주시면 좋겠다가 그 시작이었다.


하지만 내가 놓치고 있던 건 우리 브랜드의 방향성, 그리고 고객님의 마음이었다.

콜라보를 위해 오롤리데이 오피스 겸 매장을 찾았고, 인스타 너머에서 보던 롤리님을 만났다. 다행히도 롤리님도 꾸까를 재밌게 봐주시고, 콜라보에 대해 긍정적이셨는데 이 한문장이 브랜드의 본질이 아닐까, 뇌리에 깊게 남았다.

왜 오롤리데이가 꾸까와 콜라보를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 저희도 고민해볼게요.

나는 problem solving 측면에서 콜라보를 생각했는데, 롤리님은 problem solving 이전에 오롤리데이라는 브랜드는 어떤 브랜드이고, 우리는 어떤 모습을 지향하고 있기에 누구와 콜라보를 해야할 것이며, 이 브랜드와 콜라보를 해야만 하는 그 이유가 해결되어야만 하고, 그냥 문구 브랜드와 콜라보가 필요하다면 오롤리데이는 하지 않는다라는 그 근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고객으로서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게 되고 팬이 되는 것은, 그 브랜드의 매출액도 아니었고, 뒷단에 깔린 논리적인 생각들도 아니었다. 그저, 그 브랜드가 지향하고 있는 것이 명확하고, 그 지향하는 것이 브랜드의 사소한 모든 곳에서 흔적이 남아있을 때였다. 

 내가 꾸까라는 브랜드를 더 작은 브랜드였을 때부터 좋아하게 된 것도 "왜 꽃을 특별한 날에만 즐겨야 하나요? 왜 일상에서는 꽃을 즐기면 안되나요?" 라는 내가 생각도 해보지 못한 질문을 던졌다는 것과 그래서 구매한 꾸까의 꽃은 박스를 여는 순간부터 화병에 담겨 즐기는 그 모든 순간에서 꾸까스러움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더 많은 사람이 꽃을 쉽게 즐겼으면 하는 생각에서 택배로 꽃이 오고, 게다가 그 꽃이 예쁜 노란색 박스에 담겨져 오고, 그 꽃다발이 어떤 컨셉으로 만들어졌고, 어떤 꽃말을 가지고 있는지 적힌 엽서도 담겨있고, 꽃다발을 묶고 있던 끈까지 노란색으로 통일했던 것들. 이런 것들이 내가 꾸까를 좋아하게 된 계기였다. 내가 2535 여성이었고 MZ세대라는 것 등등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저 꾸까의 비전과 모든 순간에서 느껴지는 꾸까스러움을 좋아한거였다. 꾸까의 포장지를 뜯으면서, 분명 꾸까라는 브랜드는 세심하고, 꽃을 좋아하는 브랜드겠구나라고 느낀 거였다. 그렇게 우연히 경험을 하고 난 다음엔, 내가 팬이 되어 꾸까라는 브랜드를 홍보하곤 했었다. 그게 내가 브랜드 마케터가 되겠다고 느꼈던 포인트였다. 


 하지만 자꾸 business management라는 목표로, 이번달에 얼마의 매출목표를 달성해야 하는지, 우리 타겟 2535 여성에게 reach를 얼마나 할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다보면 그 본질을 자꾸 잊곤 한다. 사실 우리 브랜드가 어떤 브랜드라고 고객이 느끼게 만드는건, 큰 소리로 광고를 튼다고 알려지는 것도 아니고, 고객이 우리 브랜드를 접하는 그 접점 하나하나에서 우리를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인데, 매달의 숫자를 가다보면 자꾸 그 본질을 잊게 된다. 


그렇게 본질에 대한 고민으로, 꾸까와 오롤리데이가 콜라보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우리 두 브랜드 모두 '행복'이라는 것을 늘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정리된,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는 이 한마디. 

We make your life happier
꽃과 함께라면 매일이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꾸까와, 일상 속 작은 물건이 당신의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오롤리데이가 만났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배운다. 자꾸만 잊게 되는 본질에 대해서, 롤리님과의 대화에서도 그렇고, 이제는 꾸까를 떠났지만 꾸까스러움을 몸소 만들어냈고, 꾸까의 행보에 대해 늘 응원을 아끼지 않는 나의 벗, 은형님의 포스팅에서도 본질은 느낄 수 있다. 잊지말자. 



언제나 내게 깨달음을 주는, 은형님의 포스팅



꾸까와 오롤리데이 콜라보는 아래 링크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

오늘부터 행복하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마케터, 숫자 봐야할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