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da Jan 16. 2022

회사는 대표의 그릇만큼 큰다

스타트업으로 이직할 시 주의해야 할 점 2

글을 시작하기 전에, 세상에는 정말 대단한 대표님들이 많고, 자기 사업을 해나간다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것을 먼저 말하고 싶다.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없길 바랍니다!


스타트업 이직에 있어 대표를 확인해야 하는 이유

지난 글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 전 대표를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스타트업' 이직 체크 포인트로 대표를 언급했던 이유는, 스타트업은 대표의 의사결정이 회사에 끼치는 영향이 규모가 큰 회사보다 크기 때문이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 주주총회나 이사회처럼 대표의 의사결정이 맞는지 함께 논의할 기회가 있지만, 스타트업은 그런 필터링 없이 대표의 의사결정이 회사에 전체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리고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팀장 혹은 그 이상의 직급으로 이직을 고민하고 있을 확률이 높은데, 직급이 높다는 것은 대표의 의사결정에 함께 책임진다는 말이다. 대표의 의사결정에 대해 (자신 스스로도 설득되지 못했더라도, 퇴사하지 않는 한) 자신의 의사결정인 것처럼 팀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대표의 의사결정이 곧 회사의 방향성이고 그 방향성을 자신의 의사결정 기준으로 사용해야 할 텐데 그 의사결정의 근거가 이해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독단적으로 행동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결정인 것처럼 행동해야 하고 팀원들을 설득하는 일까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직급이 높을수록 대표의 의사결정이 내 커리어에 미치는 영향 또한 높다. 주니어는 대표가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더라도 당장 일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보니 커리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만, 직급이 높을수록 비즈니스를 리드하고 회사를 무조건 키워내야 하는 책임을 함께 갖는데, 대표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곧 자신의 결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게 되면 대표의 의사결정이 (매출을 중요시할지 내실을 다질지부터 지금 하고 있던 사업을 접을지 말지까지) 매일의 회사생활에서 내가 내리게  많은 의사결정맞물려 회사 생활의 전반적인 만족도부터 장기적으로  커리어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그래서 이직 , 대표와 이야기를 나눠볼  있다면 베스트, 대표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어떤 대표가 좋은 걸까?

많은 분들과 '어떤 대표님과 일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대표님이 해야 하는 일은 크게 보면 비전을 제시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 제공밖에 없다. 실제로 비즈니스를 만들고 키워가는 것은 실무자들이 할 수 있도록 구조만 만들어주면 대표가 할 일은 끝나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좋은 대표에 대해 고민하면서 내 스스로도 기준이 생겨나고 있는데, 내 기준은 다음과 같다.


1. 비전 제시를 할 수 있나? 

긴 호흡으로 비전 제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시대의 변화 때문에 비전을 바꿀지라도, 긴 호흡으로 직원들과 충분한 이야기를 나눈 후 그 의사결정의 영향에 대해 충분히 이해한 후 비전을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비전에 기반해서, 대표의 의사결정 또한 일관되어야 한다. (2번 기준과 연결될 예정이다.)

내가 P&G를 퇴사했던 이유 중 하나는 P&G는 주주회사라, 월급을 받고 매년 평가받는 CEO는 장기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마른걸레 물 짜내듯, 쥐어짜 내며 이번 달의 매출 목표를 달성할지라도 한계가 보이는데, CEO의 성과가 매달 책정되고 그것이 자신의 임기에 영향을 끼치다 보니 장기적 관점에서 초반의 비용 투자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크게 돌아올 수 있는 의사결정을 아예 내리지 못하는 것을 보며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표가 주인인 회사에서는 좀 더 건강한, 장기적인 비전 제시 및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했었다. 하지만 비전 제시를 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비전 제시를 잘하지 못 하는 대표 또한 있기에 이 기준이 1번 기준이 되었다.

이처럼 대표는 당장의 매출액보다, 직원 전체가 달려갈 수 있도록 그다음의 과제를 계속 그리고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대표가 그 비전 제시 대신, 실무에 관여하면서 오늘 매출액이 왜 이렇게 낮은지, 몇만 원을 더 벌려면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서 묻는 순간 회사는 길을 잃고, 당장의 매출만 쫓는 조직이 되고 만다.


그리고 그 비전은 하나의 단어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팀들이 생겨나서는 안된다.

마케팅 부서에게는 높은 매출액, 생산 부서에는 비용 절감이라는 과제를 주는 순간 회사는 서로가 서로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생겨나게 된다. 각 팀에 국한되는 과제가 아니라, 모든 팀을 아우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가령 '고객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자'라는 공통 비전을 제시해야, 마케팅 부서에서는 어떻게 마케팅 활동을 해야 고객 경험이 극대화될지, 생산 부서에서는 어떻게 생산을 해야 고객 경험이 좋아질지 서로 충돌하지 않고 함께 결과를 만들어갈 수 있게 된다.

 

"당신이 만약 배를 만들고 싶다면 인부들에게 나무를 구해오라고 지시하지 마세요. 그들에게 업무와 일을 할당하려고 하지도 마세요. 그보다는 그들에게 바다에 대한 끝없는 동경을 품게 하십시오. "(If you want to build a ship, don`t drum up people to collect wood and don`t assign them tasks and work, but rather teach them to long for the endless immensity of the sea.)

- 생텍쥐페리


2. 원칙을 가지고 있는 대표인가? 

대표는 원칙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고, 조직원 모두가 대표의 의사결정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

비전은 비전으로만 두고, 실제 의사결정은 전혀 다르게 하는 대표님들도 꽤 많다. 의사결정 원칙 또한 비전과 in-line 하게 가지고 있어야 한다. 대표는 회사가 추구해야 하는 많은 요소들 중에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가령 위의 예시에서 '고객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하자'라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면, 대표가 내리는 의사결정도 모두 그 비전에 맞게 '고객이 1순위'라는 원칙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원칙을 가지고 있지 않아 실시간 회사의 상황에 따라 대표의 의사결정 기준이 바뀌거나, 원칙이 있을지라도 자꾸 예외사항을 만드는 대표라면, 조직원들이 대표의 의사결정을 예상할 수 없고 대표의 눈치를 보게 된다. 매 순간 충실해서 어떤 때는 매출액이 중요하다고 하다가, 갑자기 비용 지출이 커진 것 같아 매출이 떨어지더라도 비용을 아껴야 한다, 그러다 브랜딩이 중요한 것 같다 등등 의사결정 원칙이 계속해서 바뀌게 되면 각 부서는 어떤 의사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자신의 팀을 방어하는 의사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게 된다.


3. 현재 회사의 상황과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가?

비전 제시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현 상황을 명확히 인지한 상황에서 비전을 그리는 것과 현 상황은 모르는 채로 허황된 꿈만 꾸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회사를 운영하다 보면 무엇이 원인이고 결과인지 알아보기 어렵게 서로 상충하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다.

지금 이 회사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인지 명확히 인지하고 있는지, 매출액도 높이고 싶고, 비용도 아끼고 싶고, 브랜딩도 하고 싶고 등등 어느 것 하나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 문제들의 원인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읽고, 당장 비용이 늘지라도 혹은 매출이 떨어지더라도 지금 어디에 집중하는 것이 맞는지 의사 결정하고 포기할 것은 포기할 줄 아는 것이 대표에게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4. 내실을 다져왔는가? 그래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그려주었는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기도 한데, 그리고 회사가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비전을 제시하고 결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꾸준히 내실을 다져야만 한다. 회사의 문제점에 대해 단순히 미봉책 수준의 해결책을 찾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화, 자동화처럼 내실을 다지는 의사결정을 했는지 또한 중요하다. 외형의 성장만 중요하게 여기면 이를 운영하기 위한 공수,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마련이어서, 비용 적자 폭을 견디지 못하다 망하거나 혹은 결국 적당한 수준의 사이즈로 유지될 뿐, 그 이상의 퀀텀 점프를 하지 못하게 된다.


회사가 매출을 얼마 더 벌지 등 단기간만 생각해왔거나, 혹은 비전을 그렸다 할지라도 현재 문제점을 정확히 읽지 못했다면 내실을 못 다졌을 경우가 많다. '기술 부채'라고도 하는데, 처음에 MVP 단계에서는 시스템화, 자동화보다 사람이 직접 수작업으로 일을 해가며 이것이 수요가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규모가 생기면 사람을 더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가령 쉽게 예시를 들어보자면, PR 케이스를 예시로 기자들에게 기사 발행을 문의하기 위해 메일을 보내는 작업이 있다고 해보자. 초기에는 기자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 자체가 중요하니 당연히 사람이 시작할 수 있지만, PR 규모가 커지면서 기자에게 메일 보내는 횟수도 늘어나고 기자의 리스트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생각해보자. 그럴 때 단순히 사람을 더 채용해서 메일을 더 보내도록 하는 회사가 있고, 이 일이 핵심 업무라고 판단해 이메일을 자동으로 보내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회사가 있다고 해보자. 당장 이메일을 자동으로 보내는 시스템을 개발할 때는 비용만 늘고 당장 달라진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몇 달 후 몇 년 후 두 회사를 비교해보면 인력에 투입되는 비용과 결과물의 성장폭은 달라질 것이다. 내실을 다져야 하는 타이밍에도 사람을 채용하면서 단기간의 외형을 키우는 의사결정을 계속하면 결국 기술 부채, 몇 년 뒤 배로 늘어 적자를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이처럼 회사가 건강하게, 그리고 장기적으로 더 크게 성장하려면 자동화라던지, 시설 설비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데 이런 의사결정은 비전 제시, 현재의 문제점의 읽는 것, 그리고 내실을 다지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모든 것이 맞물려야만 가능한 선택이다. 이런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대표의 회사로 이직한 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은, "이걸 다 사람이 하고 있어요?" 라던지 "체계가 없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내실을 다진다는 것은 시스템뿐만 아니라, 회사 직원들이 더 깊게 생각할 수 있게 성장시키는 것 또한 포함한다. (스타트업에서 흔히 일어나는 물갈이에 대해)

그리고 시스템을 사람으로 대체하는 의사결정을 내려온 회사는, 그 과정에서 채용된 직원들을 트레이닝하여 더 문제 해결이 뛰어난 사람으로 키워볼 고민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내실을 다진다는 것은 시스템뿐만 아니라, 직원을 키워낸다는 의미까지 포함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런 회사들에 화가 나는 것은, 그럴싸한 말로 주니어들을 현혹해서 채용해놓고 주니어를 단순 오퍼레이션에 관련된 일들을 주고서 몇 년이 지나 사람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야 할 때가 되어서야 문제를 깨닫고 경력직들을 채용하면서, 단순 오퍼레이터밖에 못하게 된 연차만 찬 직원들을 물갈이하는 무책임함 때문이다. (만약에 스타트업을 첫 직장으로 다니고 있는 주니어가 있다면, 나는 주어진 일을 그대로 하고 있는지, 아니면 판을 흔들면서 일하고 있는지 정말 확인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물갈이는 이렇게 일어난다.) 대표를 믿고서 각자의 커리어를 걸고 온 주니어들을 왜 키우지 않는지, 자신의 내실을 다지지 않는 의사결정이 누군가의 인생에 끼치는 영향을 모른다는 것에 (혹은 알고도 외면하는 것인지) 화가 난다.

그래서 대표의 의사결정은 곧 당신이 이직할 회사의 동료들의 능력치와 관련 있기도 하다. 대표가 내실을 다지지 않고 외형의 성장에만 집중해왔다면, 당신과 일할 동료들도 그 회사에서 처음 입사해 그냥 연차만 찬 사람일 수도 있다. (물론 스타트업에서 주니어로 시작하여 일 잘하시는 분들도 분명 많다.) 이직했을 때, 내가 이 조직에서 가장 회사 돌아가는 판을 잘 읽고, 회사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의 원인을 명확히 읽을 수 있는데 회사는 그 해결책을 적용해볼 고민을 하지 않고 있다 등의 판단이 들면 사실 떠나는 것이 좋다. 본인이 사업할 생각이 있고 그냥 정말 비즈니스를 해보겠다, 내가 해보고 싶은 대로 해보겠다 라는 생각이 들면 그냥 해봐도 좋겠지만, 사실 대표는 바뀌지 않는다. 자신의 직급 내에서 해볼 수 있는 일들을 하다 결국에는 한계를 느끼고 이직해야 할 수도 있다.


대표를 확인하는 질문들

그래서 위 기준들을 이직할 회사의 대표가 가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질문들도 리스트업 해보았다. 물론 더 있겠지만 필수적으로 생각하는 질문은 아래 4가지이다.

1.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단순히 투자 잘 받기, 다음 달의 매출액 등이 아니라 긴 호흡으로 비전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또는 내실 다지기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를 이야기해줘도 좋겠다. (물론 '어떤 비전을 가지고 계신가요?'라고 물으면 비전을 들을 수는 있겠으나, 1번 질문에서 비전과 관련된 프로젝트가 나온다면 비전과 회사의 의사결정이 in-line 하게 이루어진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2.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는 의사결정에서 어떤 기준으로 선택을 하시나요? 의사결정의 원칙을 확인해볼 수 있다.


3. 이 회사에서 일 잘한다고 평가받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요? 단순히 매출 목표를 잘 가는 사람을 일 잘한다고 평가한다고 말한다면, 그분이 진짜 일을 잘할지라도 대표는 별로다. 매출 목표를 ‘어떤 로직을 가지고’ 잘 달성해서 일 잘한다고 평가한다. 그 밑단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대표여야 한다. 그리고 그 '로직'이 의사결정의 기준이 될 확률이 높다.


4. 이 회사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회사의 문제점을 잘 파악하고, 1번 질문과 연결되어 그것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프로젝트로 이어지면 좋다.


물론 이 질문들을 묻고서 이직을 할 지라도, 실제 대표의 의사결정이 질문의 답변에서 예상했던 모습과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것을 묻지 않고 진행했던 이직보다는 훨씬 덜 실패할 것이란 것이다. 지난번 글에서부터 마케터로서 스타트업 이직을 하게 된다면 고려해야 할 것에 대해 정리해보았는데, 개인적 차원에서는 마케팅만 잘하면 된다는 착각을 버리고, 회사적 차원에서는 나와 함께 합을 맞춰나갈 대표는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보는 과정을 꼭 거쳤으면 한다. 당신의 이직을 응원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