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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da Feb 25. 2022

프레임워크가 중요한 게 아니야

직장인의 보고서 쓰는 법 그리고 일하는 법

보고서를 잘 쓰는 법에 대한 글은 많아서, 나는 흔히 하는 오해에 대해서 정리하고자 한다. 프레임워크보다 중요한 질문에 대해.


보고서 포맷을 알려주시면 안 돼요?

많은 주니어분들을 만나면서, 보고서 포맷을 알려달라는 주니어도 많이 만나보았다. 나 역시 그랬고, 사실 주니어 입장도 이해는 된다. 보고서를 쓰려고 하는데, 빈 종이가 너무 막막해서, 사수가 포맷만 알려주면 내가 채워나가면서 '아 이런 포맷으로 쓰는 거구나' 깨닫기도 하면서, 앞으로 잘 채워나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한다는 것을 잘 안다. 그게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포맷을 예시로 줬더니 포맷의 빈칸을 채우는데 급급한 나머지 그다음 포맷을 스스로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실 회사에서는 빈칸만 채울 사람이 필요한 게 아니라 스스로 프레임워크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것이 문제가 된다.

 

이런 경우가 발생하는 이유는 프레임워크에 너무 매몰되기 때문이다. 프레임워크의 본질을 읽기보다 겉으로 보이는 프레임워크만 따라 하는 경우인데, 보고서 포맷이 있으니까 채울 뿐 왜 이 데이터를 채워야 하는지, 왜 이 순서로 프레임워크가 설정되어있는지를 모르는 경우다. 그러다 보니, 앞뒤 맥락이 맞지 않고 뚝뚝 끊어지는 보고서를 만들게 된다. 사실 프레임워크보다 중요한 것은 ‘why’를 찾는 것이다.


프레임워크 채우기에 급급했던 공모전

사실 나 역시도 그랬다. 이전 글에서 언급했듯, 2학년 여름방학 때 마케팅원론을 다 배우고서 마케팅 이름이 붙어있기만 하면 모든 공모전에 지원하던 때의 나 역시 그랬다. 기억에 남는 공모전 중 하나는 가정식을 파는 요식업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었는데, 5C-STP-4P 각각의 프레임워크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Price를 건드려야 하니까 가격은 얼마로 정할지 (5C에서 진행되었던 시장 현황 분석 등에 가격에 대한 내용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얼마에 팔겠다 처럼 현황 분석은 현황 분석대로, 솔루션을 솔루션대로 뚝뚝 끊어지면서 근거도 없는 보고서를 제출했었다. 만약에 현 상황을 분석했을 때 브랜드 성장에 있어서 Price가 가장 큰 문제가 된다는 원인을 찾았을 때 (가령 너무 비싸서든 저렴해서든 그게 문제가 되면) 그때 Price를 건드렸어야 했는데 그때는 프레임워크 빈칸 채우기에 심취했었다.


이와 비슷하게 팀장이 되어서 보게 되는 주니어분들의 보고서도 이와 비슷하다. 현황 파악은 현황 파악대로 되어있고 (예전 선임자가 만들어놓은 포맷 그대로, 전주 매출액이 얼마인지, 각 카테고리별 매출액은 얼마인지 숫자들을 다 채워져 있지만), 해결책은 애써 채워놓은 현황 파악과 전혀 관련 없는 그저 본인의 아이디어의 나열일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건 단순히 보고서 작성에만 국한된 내용은 아닌데, 이렇게 접근하면 일 자체도 비슷하게 진행하며 틀린 질문을 던지곤 한다. 가령 어떤 브랜드 매니저와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는데, 그 브랜드 매니저가 ‘저희 브랜드는 A 채널 광고를 어떻게 틀어야 할까요?’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이 브랜드 상황이 어떤지, 이 브랜드의 목표가 무엇인지 등등에 따라서 A 채널 광고를 틀어야 할지 말지부터 어떻게 틀어야 할지가 결정되는데, 그냥 광고 틀기에만 치중되게 되면 목적 없이 돈을 쓰기만 하는 결과가 그려지기도 한다.


학회에서 배우게 된 것들

그렇게 2학년 여름방학 때 모든 공모전에 시원하게 떨어지고서, 더 배워야겠다는 생각에 교내 마케팅 전략 학회를 들어가게 되었다. 마케팅 전략 학회에서 프레임워크는 그냥 가장 기본적으로 만들어진 프레임일 뿐, 그 브랜드가 처한 상황, 어려움을 겪는 그 현황의 root cause를 찾는 것 (문제 정의)가 가장 중요하고, root  cause를 잘 찾고 나면 해결책은 금세 나온다는 것을 배웠다. 

학회를 하면서 매주 1개씩 하버드 비즈니스 케이스든, 실제 기업의 케이스든 가지고 와서 풀었었다. 목요일 저녁에 월화수 저녁에 준비했던 케이스 해결책을 팀별로 발표했었는데, 대부분의 시간 월요일 저녁과 화요일 저녁 반절은 문제를 다시 정의하는데 시간을 썼었다. 화요일 저녁 반절에는 해결책을 찾고, 수요일 저녁은 종일 PPT를 찍었다. 문제에 따라서 프레임워크는 매번 다르게 만들어졌고, 훨씬 자연스럽게 기획의 흐름이 나왔고, 문제 정의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서 기발한 아이디어가 도출된다는 것을 그때 배웠다.


그 케이스를 몇 번 더 풀기도 전에, 내가 왜 공모전에서 떨어졌었는지를 이해했던 것 같다. 공모전은 어떤 케이스인지에 대한 이해는 적은 상태에서, 한 학기 동안 배웠던 프레임워크만을 적용해놓고 해결책을 Product은 이런 해결책, price는 이런 해결책처럼 피상적인 결과물만 내놓았던 것이다. 이제는 실제 비즈니스를 하게 되면서, 더 자유자재로 프레임워크를 만들지만 과거처럼 프레임워크에 얽매이지만도 않고 있다.


   읽었던 ‘기획은 2형식 보면, 그런 문장이 있다.


The deeper you go, The higher you fly. 문제를 더 깊게 분석할수록, 해결책은 더 높게 도출된다.

https://blog.naver.com/hyeonsugkoh/220567393272


이처럼 좋은 마케터가 되려면 어떤 문제가 와도 해결할  있는 '접근방식' 갖추기 위해서 훈련이 되면 좋을  같다. 프레임을 가지고 접근하는 것은 필요하나, 어디에도 정답인 프레임워크는 없다. 모든 것에는 원인있고,  원인의 root cause 해당하는 스트라이크 핀을 맞추면 복잡해 보이던 문제들도 금세 해결된다.


이런 '접근방식'을 갖추기 위해서는, 아래 점검 포인트들을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다.


1) ‘왜’를 묻고, '목적'을 재정의하기

우선 전체 프레임워크를 만들어나가기 위해서는, 보고서든 일이든 그냥 주어진다고 바로 뛰어드는 것이 아니라,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를 다시 물어보는 것이다. 가령 'A 몰에 입점하려고 하는데 어떤 상품안으로 입점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이 있다면, '왜 우리는 이 몰에 입점하려고 하는 거지?', '여기서 얻고자 하는 것이 뭐지?'에 따라서 솔루션에 해당하는 어떤 상품으로 런칭할지, 어떤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로 소구 할지 등이 모두 바뀌게 된다. 이 몰이 1020 세대가 많아서 우리 브랜드의 잠재고객을 데려오는데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상품안도 금액대가 저렴해서 허들이 낮은 상품으로 기획하고, 상품안에서 더 나아가서 프로모션으로, 무료로 나눠주는 샘플링 등을 기획하면서 브랜드를 알리는 것으로 활동을 가져올 수도 있다. 만약에 이 몰이 우리 브랜드 타겟과 비슷해서 매출액 최대화 측면에서 좋은 브랜드라면, 현재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상품안 그대로 입점하면서 매출액을 최대화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왜'에 따라서 모든 것이 연결된다. 근데 왜를 묻지 않으면 그냥 단순하게 질문에 대한 답만 하게 된다. 새로운 입점 채널의 상품안을 가져오라고 했으니, 그냥 현재 판매하고 있는 상품 리스트를 그대로 제시한다던지 등등, 프레임워크에만 집중해서 product만 전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주어진 일을 있는 그대로, 상품안을 가져오라고 했으니 상품안을 드려야겠다, 가 아니라 왜 상품안을 가져오라고 했을까? 주어진 목표를 그대로 take 하는 것이 아니라, '왜'라고 여러 번 물어야만 제대로 된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


2) 큰 그림을 먼저 보고, 세부로 들어가기

그리고 현황 분석을 할 때는, 큰 그림을 먼저 보고 점차 세부로 가면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 가령 이번 주 매출액이 너무 떨어져서 원인 분석 보고서를 써야 한다고 할 때, 이번 주 매출액이 전 주 매출액 대비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그다음 큰 매출액 차이를 봤으면, 그 매출액을 이루고 있는 카테고리별 매출액을 본다. 카테고리별로 매출액이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통해, 어느 카테고리에서 매출액이 떨어졌는지를 본다. 카테고리별 매출액 안에서도 상품 단위로 매출액을 보면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다 보면, 아주 자연스레 솔루션이 어느 카테고리, 어느 상품에 집중해야 할지 보이게 된다. 이 내용은 아래 글에서 더 자세하게 볼 수 있다.


https://brunch.co.kr/@236project/33


3) 액션 플랜에 집중하기

그리고 솔루션을 찾을 때는, 액션 플랜에 집중해야 한다. 우리가 이렇게 root cause를 찾았던 이유는, 이것을 해결하기 위함이다. why만 집중해서 끝난다면 현상 파악만 하고 끝내는 것인데, 핵심은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여 이해하고, 할 수 있는 것부터. 그리고 할 수 있는 것 중에서도 가장 효과가 좋을 것으로 예상되는 것부터 하겠다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매출액이 떨어진다라는 예시를 계속 활용해보면, 유입이 떨어져서 매출이 떨어졌다는 원인을 찾았다고 보면, 유입을 늘리기 위해서는 가장 빨리, 가장 크게 유입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광고를 돌리는 것이다. 근데 주니어의 경우 광고를 내가 제안해도 되나? 등의 생각으로 상품명 바꾸기, 썸네일 이미지 바꾸기처럼 자신의 선에서 할 수 있는 것, 하지만 유입에 영향을 줄지 말지 예상되지 않는, 영향을 주더라도 광고보다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보이는 것들을 먼저 제시하고는 한다. 가장 빠르게 효과를 크게 낼 수 있는 것부터 제시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기가 답이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내가 지금 말하고 있는 것들을 알려주는 책이 있는지 물어본다. 이런 내용은 도대체 어디에서 배울 수 있을까? 이런 방법을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계속 깨지고 깨닫는 것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접근한 방식이 정말 깊게 고민한 것인지, 내가 생각지 못한 부분은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질문을 던져주는 사람과 일하면서 계속 깨지면서 일하는 것 말고는 사실 방법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스스로 이 과정을 반복하기. 평소 주변을 끊임없이 관찰하고 질문해야하는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가 광고가 보이면, 왜 저 회사는 저 광고를 할까, 왜 저 역에다가 저 광고를 할까, 왜 저런 문구를 썼을까, 왜 저 모델을 썼을까. 인터넷 쇼핑을 하다가 배너가 뜨면, 왜 이 배너가 뜰까, 이 문구는 왜 썼을까, 왜 하필 이 웹사이트에 뜨게 했을까 등을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그 브랜드 실무자가 내가 유추했던 것과 동일한 이유로 이런 활동들을 했다는 인터뷰 등을 보게 되면 희열을 느끼기도 하면서 계속 뾰족하게 다듬어야 하는 것 같다. 이런 시각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면 나는 어느새 좋은 마케터일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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