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이 되는 두 개의 닻 먼저 찾기
동생의 취업상담을 해주다.
지난봄 동생의 취업준비 과정을 옆에서 볼 기회가 생겼다. 고민을 털어놓지는 못하고, 어느 부분을 집중해야 할지 몰라서 시간과 노력은 쏟고 있는데 그렇다 할 결과물은 나오지 않아 답답해하는 동생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동생과 서점도 같이 가게 되었는데, 공기업 준비와 관련된 NCS 파트부터 토익 책장, 한국사 책장, XX 기업 인적성까지 너무나 광범위한 주제의 책장 앞을 서성이던 동생을 보면서 동생의 답답한 마음이 공감되었다. 내가 그랬듯 망망대해같이 보이는 취업시장에서 무엇을 먼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그 마음이 느껴졌다. 다행히 동생이 내게 먼저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보면서, 도움을 줄 수 있었다.
그 당시 동생은 '해외에서 일하고 싶다'라는 목표가 있어서 '국제, 문화교류' 등등의 단어가 들어가 있다면 공기업, 공공기관, 사기업, 재단 상관없이 모두 지원하고 있었다. 지원 스콥이 넓다 보니, 준비해야 할 내용들도 한국사 시험, 컴퓨터 자격증, NCS 시험 등처럼 광범위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더 근본적으로 집중해야 하는 질문에는 도달하지 못한 채, 어떻게 하면 토익 점수를 더 올릴 수 있을지, 가산점 파트에 해당하는 고민만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취업준비를 할 때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 가장 기본이 되는 두 축을 찾아야만 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찾고 있다는 관점에서 '해외로 가고 싶다'라는 키워드를 뽑은 것은 너무 좋지만, 취업준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직무와 인더스트리라는 두 개의 닻이 될 축을 정하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해외 근무'라는 키워드는 두 개의 축 (직무, 인더스트리)에 해당하지 않는다.
해외로 간다는 것 역시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보통 키워드 자체에 꽂혀서, 해외라는 단어가 포함되어있는 상사나 국제, 문화교류 쪽으로 지원해야지라고 접근하기 쉬운데, (나 역시도 비슷한 접근을 했었고) 사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직무를 찾은 후에, 인더스트리를 찾을 때 해외로 확장성 있는 것을 찾는 것이 더 빠르다. 가령 내가 콘텐츠를 작성하고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면, 차라리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는 성장하는 기업에 입사해서 해외진출에 따른 콘텐츠 마케터를 필요로 할 때 팀 이동을 하는 것이 더 빠를 것이다.
그리고 '해외, 문화교류' 등의 단어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해외에서 일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해외, 문화교류 단어를 지니고 있는 재단이나 공기업 중에는, 해외에 있는 국내 기업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결국 나는 국내에 있으면서 해외에 있는 국내 기업을 상대하는 일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키워드에 꽂혀서 하는 취준'은 위험할 수 있다.
그리고 처음부터 해외취업을 한다 하더라도 (국내 기업이 아니라, 해외에 있는 기업), 이 역시도 직무든 인더스트리를 먼저 정해놓아야 하는 것은 동일하다. 직업을 찾는 무대가 국내에서 해외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그리고 동일 예시로 콘텐츠 마케터라면 오히려 한국이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인더스트리에 입사해서 해외에 스카우트되는 것도 방법이다. 가령 예시로 동생이 BTS 소속사인 하이브에 입사해서 콘텐츠 마케터로 일한다면, BTS의 활동과 함께 해외에서 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외의 다른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BTS의 성장 원인이 무엇인지 궁금해하며 동생을 스카우트하지 않겠냐고. 등등의 예시를 들어주었다.
처음부터 바로 해외로 가려는 생각 때문에 해외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기보다, 네가 잘하는 것으로 전문성을 쌓고서 그걸 바탕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것이 너의 커리어에 훨씬 도움이 될 거라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냥 몇 개의 예시를 들었지만 해외 진출을 앞두고 있는 기업에 가는 것, 해외라는 단어를 가지고 있는 재단에 입사하는 것, 처음부터 해외에 있는 회사에 입사하는 것. 모두 해외와 관련되어 보이지만, 사실 그 조직 안에서 내가 할 일은 전혀 달라진다. 이처럼 해외라는 단어보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 직무와 인더스트리를 먼저 찾는 것이 해외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해주자 동생은 생각지도 못한 옵션을 들었다는 듯 놀랬다.
1. 취준에 꼭 필요한 두 개의 닻 정하기: 직무, 인더스트리
그래서 취업준비 시점에 해야 할 일 첫 번째는 자신에게 맞는 직무 또는 인더스트리를 찾는 것이다. 직무든 인더스트리든 내게 기준이 되는 축 하나를 정해놓는 것은 내가 해야 할 일을 '선택과 집중'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사람마다 겪어온 경험이 달라서, 나처럼 맨 왼쪽의 표처럼 '마케터'라는 직무에 꽂혀서 마케터만 된다면 어떤 인더스트리든 상관없겠다 싶은 사람도 있고, 직무는 모르겠지만 '항공사'에서 꼭 일해보고 싶다든지, 정년 보장이 상대적으로 잘되는 '공기업'으로 가겠다며 인더스트리를 정해놓고 직무는 열려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또 드물 수는 있지만, 처음부터 하고 싶은 직무와 가고 싶은 인더스트리가 명확한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내 주변에는 화장품 덕후면서 마케팅에 관심이 많아서 나는 무조건 화장품 회사 마케터로 일 시작한 다 처럼 취업준비 초기부터 명확한 목표를 가진 친구들도 있었다.
두 개의 축 찾는 법
두 개의 축을 찾는 법은, '내가 시간이 나면 뭘 하고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다. 나는 시간이 나면 유튜브만 보는데라고 하더라도, 유튜브의 어떤 채널을 보는지, 어떤 키워드를 검색해서 보는지 등을 계속 찾아보는 것이다.
그리고 주의해야 할 점은, 하늘이 점지해준 것 같은 내게 100% 딱 맞는 직무나 인더스트리는 없을 확률이 높다. 아직 내 경험이 다양하지 않고, 나 역시 그 직무나 인더스트리에 내 시간을 쏟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이걸 평생 할 수 있을까 등의 질문을 던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냥 50% 이상의 재밌겠다, 한 번 해봐도 괜찮겠다는 느낌이 드는 직무나 인더스트리가 있다면 리스트업을 해나가면 된다.
(이 내용과 관련해서는 아래 글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심장 뛰는 일이라는 건 이 일이 나와 100% fit 해서 심장이 뛰는 게 아니라, 내가 꾸준히 들인 노력과 시간이 결국에 그 일을 더 좋아하게 만든다는 글이다.)
https://brunch.co.kr/@236project/18
이렇게 뭐라도 하나 자신의 메인 그라운드를 정한 후에,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확장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리스트업 한 직무, 인더스트리와 조금은 비슷한 성격을 띈 직무, 인더스트리로 확장해서 내 커리어의 첫 시작을 할 직무, 인더스트리를 확장해야 한다. 나 역시도 마케터로 취업준비를 할 때도, 마케터와 성격이 비슷한 직무, 유통사의 경우 MD, 기획하는 것이 비슷하다는 측면에서 서비스 기획자처럼 여러 가지 방향으로 넓혀서 준비했었다. (비슷한 성격으로 묶는 것이 중요한데, 취업준비의 성공확률을 높이기 위해 확대하는 것이지 무작정 스콥을 넓게 가져가는 것과는 다르다.)
2. 두 번째는 선택과 집중을 해서 줄여놓은 스콥 안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찾고 채워 넣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과 관련 없는 것들은 모두 후순위로 미룬다.
골을 정한 후에는 그 골에 맞는 경험들만 솎아내고, 그 직무나 인더스트리가 필요로 하는 역량을 집중하여 키우는 것이다. 직무든 인더스트리든 1차로 정하는 것이 중요했던 이유는, 내가 '선택'한 내용에 따라 '집중'해야 하는 내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가령 인더스트리 안에서 회사의 종류별로 보자면, 공기업을 준비하는지 사기업을 준비하는지 스타트업을 준비하는지에 따라서 준비해야 할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만약 스타트업을 정했다면, 더 이상 한국사, 토익 등등에 시간을 써서는 안 된다. 내 모든 시간을 내 직무와 관련된, 혹은 그 스타트업이 속한 인더스트리와 관련된 포트폴리오, SNS 활동을 하면서 내 개인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동생은 자신이 시간 내서 하고 있던 활동들을 다시 둘러보고, '콘텐츠 제작'이라는 내용에 집중해 '콘텐츠 에디터'라는 직무, 그리고 인더스트리의 경우 해외와 관련되어 자신이 좋아하는 '영어 교육' 등으로 잡았다. 동생의 경우는 직무에 좀 더 흥미를 갖고 있어서, 인더스트리는 영어 교육을 메인으로 잡더라도, 다른 인더스트리에서 콘텐츠 에디터를 채용한다고 하면 적극 지원해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그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해오던 유튜브 활동이나 블로그 활동 들은 모두 '콘텐츠 에디터'라는 프레임을 가지고, 그동안 했던 포스팅 등을 어떤 가설과 실험으로 포스팅을 했던 것인지 분석해보면서 포트폴리오를 기획하게 되었다. 물론 동생이 포스팅을 할 당시에는 '그냥 포스팅하고 싶어서'라는 이유가 가장 컸겠지만,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면서 동생은 '이렇게 포스팅하니까 이런 반응이 있었어!' 등의 러닝을 도출해내면서 포트폴리오화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동생 역시도 정말 콘텐츠 에디터처럼 기획의도를 가지고, 가설과 실험을 하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연습들을 해볼 수 있었고, 그것이 곧 역량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되었다.
정말 다행히도 그 결과 동생은 곧 취업에 성공했고, 물론 지금은 국내에서 일하지만 자신의 커리어맵을 더 장기간으로 보고 있으니 몇 년 뒤 해외로 나갈 기회가 오면 꽉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