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딱 하루만이라도

버티고 견디며 여기까지 왔으니

by 글장이


팩트를 좋아합니다. 느낌이나 감정보다는 사건 자체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어떤 것이 더 좋다는 평가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성향이 다를 테니까요.


이러한 저의 현실주의 사고방식 때문에 종종 갈등을 하게 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 마땅한가. 아니면,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 타당한가.


가치관을 따르자니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맞는 것 같고, 당장 먹고 살아야 할 현실을 직시하자니 해야 하는 일을 하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고 글을 썼는데도, 아직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딱 부러지게 답을 하기 힘듭니다.


짧은 인생입니다. 하고 싶은 일도 마음대로 못한다면 얼마나 아쉽고 안타깝겠습니까. 속 시원히 날아다니고 싶은 마음 굴뚝 같습니다. 종일 책 읽고 글만 쓰고 싶습니다. 돈벌이 같은 것은 아예 생각하지도 말고요.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잠시의 틈도 없이 가족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아들. 저 하나 믿고 살고 있습니다. 나 몰라라 하고 자유와 꿈을 향해 날아간다? 글쎄요. 그게 과연 옳은 선택일까요......


이쯤 되면 타협안이 나옵니다. 해야 할 일을 하면서 틈틈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 뭐 이 정도 되겠지요.


그러나 현실은 냉혹합니다. 직장 생활 십 년쯤 했는데요. 아침 7시에 출근해서 밤 9시에 퇴근했습니다. 좀 일찍 퇴근하는 날도 저녁 8시 전후였지요. 집에 가면 9시 넘습니다. 다음 날 7시에 출근해야 하니 잠도 어느 정도는 자야 합니다. 미라클 모닝이고 나발이고, 매일이 전쟁이라 도무지 시간을 낼 수가 없었지요.


그런 상황에서 '틈틈이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건 이상적인 말에 불과합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요?


어쩌면 또 다른 이상적인 말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래도 제 경험이니까 한 번 풀어놓겠습니다.


일주일에 딱 하루. 그것도 토요일 밤 2시간. 적어도 이 시간 만큼은 철저하게 혼자가 됩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저 하고 싶은 일을 합니다.


몰입 독서를 하기도 하고, 제 멋대로 낙서를 하기도 하고, 운동하면서 땀을 흠뻑 흘리기도 합니다.


단, 한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빈둥거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스마트폰을 보는 것도 금지입니다.


그 외에는 무슨 일을 하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지요.


일주일에 딱 하루! 이런 시간을 가지는 효과는 생각보다 큽니다.


우선,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인생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도 전혀 들지 않습니다. 토요일 밤 2시간이 기다리고 있으니 더 즐겁고 힘차게 일할 수 있습니다. 취미 생활 갖고 계신 분들은 아마 이해하실 거라 짐작됩니다.


둘째, 내 몫의 삶을 다하고 있다는 충만감이 생깁니다. 책임져야 할 일도 하고, 즐기기도 하고.


셋째, 삶의 밀도가 높아집니다. 일하는 머리와 즐기는 머리가 동시에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묘한 쾌감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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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만 하는 일에 파묻히는 삶은 애처롭습니다. 가족을 위해, 먹고 살아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공감이 되고, 또 현실적인 문제임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위해' 질주하는 인생도 훌륭하지만, 그 사이에 돌보지 못하는 내 자신이 불쌍한 것도 사실이거든요.


잘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살고 있지요. 그러니까 일주일에 딱 하루만이라도 시간을 내어 오롯이 '수고한 나를 위한' 삶의 틈을 만들어내길 권합니다.


우리가 져야 하는 수많은 삶의 책임도 결국은 힘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나를 챙기고 돌보는 시간을 가져야만 방전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지극히 현실주의자입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보다는 해야 하는 일을 하는 쪽에 무게를 두는 편이지요.


그럼에도 일주일에 하루 시간을 내라는 말을 기꺼이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멈추지 않고, 자신을 돌보지 않고, 오직 해야 하는 일에만 전념하고 질주하다가, 삶을 통째로 잃었기 때문입니다.


부디 이 글을 읽은 분들이 잠시라도 멈춰 서서, 혼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한 번이라도 안아주고, 진정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시간 꼭 가졌으면 합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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