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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02. 2023

책 읽고 글 쓰는 주말

배우고 익히고 나누는 인생


사람들 만나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놀았습니다. 술도 많이 마셨습니다. 함께 하는 이들로부터 많은 에너지를 받는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인간관계를 잘하는 거라고 착각하기도 했었지요. 직장에 다닐 때는 주말 이틀이 천금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업무에 시달리다가, 주말에만 겨우 시간을 낼 수 있었으니까요. 밀린 잠도 자고, 친구도 만나고, 영화도 보았습니다.


큰 실패를 겪었을 때, 제가 놓친 게 무엇인가 고민 많이 했습니다. 결론은 공부였지요. 머릿속으로는 평생 공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도, 실제로는 평소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무려 16년 동안 '배웠지만', 그것은 실전 인생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진짜 공부는 독서와 글쓰기란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독서는 최고의 인풋이고요. 글쓰기와 책쓰기는 더 없는 아웃풋입니다. 지식과 정보를 머릿속에 집어넣고, 그것을 제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다시 문장으로 정리하여 타인에게 전달합니다. 다른 사람이 저와 똑같이 재해석한 내용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 위에 저의 생각을 덧붙여 또 다른 지혜를 생산합니다.


재수 없지요? 네, 저도 잘 압니다. 과거 저도 누군가 공부한다는 말 들으면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아이고, 공부 많이 해라. 어디 과거시험 나가냐?" 그 시절 제가 비웃었던 '공부하는 사람들'은 지금 모두 각자의 자리를 매김하고 풍요롭고 자유로운 인생을 누리고 있습니다. 공부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어떨까요? 퇴직을 고민하고 돈 걱정하며 여전히 한 달 중심의 삶을 근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는 '재수 없는 공부'를 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오늘 읽은 책은 그랜트 카돈의 <집착의 법칙>입니다. 블로그에 글을 쓰고, 독서노트를 작성하고, 여덟 번째 책 마지막 퇴고를 끝낸 후 출판사에 최종 송부하였습니다. 저는 이제 어제의 이은대와는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습니다. '무지개를 얻을 수 있는데 왜 한 가지 색에 만족하는가'라는 그랜트 카돈의 문장에서 한참이나 머물렀습니다.


여덟 번째 책을 통해 마인드와 말과 행동과 목표가 달라질 독자들에게 한 가지라도 더 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주려고 안간힘을 쓰면서 더 많이 알게 되었고, 그래서 제가 더 성장했습니다. 글 쓰고 책 집필하는 이유는 독자를 위함이지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가장 크게 성장하는 것은 저 자신입니다. 공부도 이런 공부가 없습니다. 


자이언트 작가님들 대상으로 강의할 때, 반농담으로 "밖에 나가지 말고 글 쓰세요"라고 합니다. 어느 정도는 진심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을 바탕으로 제법 안다고 착각합니다. 책 다섯 권만 읽어 봐도 금방 알 수 있습니다. 글 한 편만 제대로 써 봐도 금세 알 수 있습니다. 내가 얼마나 부족하고 모자라고 불완전한 존재인가. 앞으로 더 배우고 공부할 것이 얼마나 많은가. 저절로 아래쪽을 향하게 되지요. 


인풋보다 아웃풋이 훨씬 중요하다 했습니다. 아웃풋을 제대로 하려면 상당한 양의 인풋이 있어야 합니다. 배우고 익히는 과정을 통해 지식을 지혜로 탈바꿈시키고, 그렇게 재해석한 지혜를 다른 사람 인생 돕기 위해 다시 쉽고 명확한 글로 재생산합니다. 다리는 저리고 허리는 뻐근하고 머리는 지끈거리고 등에는 땀이 흐릅니다. 공부는 힘들고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토요일 하루를 얼마나 알차고 의미 있게 보냈는가 자부심이 가득 차오릅니다. 


친구도 좋고 술자리도 좋습니다. 함께 어울려 대화 나누고 호탕하게 웃는 것도 충분한 의미와 가치가 있지요. 평생 두 번 다시 실패하지 않을 거라는 자신이 있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살아도 됩니다. 하지만, 제가 실패를 해 보니까요. 시궁창에 빠졌을 때는 함께 어울렸던 사람들이 하나도 도움되지 않았습니다. 돈만 얘기하는 게 아닙니다. 모든 점에서 그들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습니다. 


절망과 좌절에 빠졌을 때, 나를 구해줄 수 있는 건 오직 내 안에 쌓인 지식과 지혜 뿐입니다. 머리와 가슴이 텅 비어 있는 사람은 한 번 무너지면 끝장입니다. 저처럼 말이죠.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들고 아픈지 말도 못합니다. 저는 다시는 그런 고난을 겪고 싶지 않습니다. 


온라인에는 살기 힘들고 팍팍하다는 내용의 글과 영상이 수도 없이 올라옵니다. 그와는 반대로 뭐만 하면 성공하고 돈 벌 수 있다는 세상 가벼운 유혹들도 넘쳐나고요. 양극단의 사람들 모두 인생 잘못 살고 있는 겁니다. 공부해야 하고, 도와야 합니다. 나 자신을 채워야 하고, 채운 것으로 나눠야 합니다. 


'노는 인생'은 반드시 후회를 맞게 됩니다. 쓰리고 아픕니다. '공부하는 인생'은 흔들리지 않습니다. 아무리 매서운 비바람 몰아쳐도, 모든 걸 다 잃는 한이 있어도, 내가 깊고 단단하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지금은 흥청망청 놀러 다닐 때가 아닙니다. 지금은 술에 취해 비틀거릴 때가 아닙니다. 고요하게 앉아 침묵하고, 배우고 익히고, 연습하고 훈련하고, 매일 누군가를 돕기 위해 온힘을 쏟아야 할 때입니다.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등 무엇 하나 혼란스럽지 않은 분야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심각한 위기입니다. 세상도 마찬가지고요. 이럴 때 우리가 나가갈 유일한 길은 자기 중심을 잡는 것이죠. 책 읽으며 생각하고, 생각한 내용을 자기 언어로 바꾸고, 그것을 다시 글로 써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고, 서로 나누는 지식과 지혜를 통해 함께 성장하고......


상담을 청해오는 분들 많은데요. 대부분 사람과 돈과 일에 관한 내용들입니다. 사람 문제는 공감과 말과 태도로써 풀어내야 하고, 돈 문제는 세상 보는 눈과 기회를 잡는 기술과 부단한 노력으로 해결해야 하며, 일 문제는 능력과 마인드와 결단과 끈기로 부딪쳐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공부로 가능합니다. 책 읽고 글 쓰면서 다 풀어낼 수 있다는 뜻입니다. 


독서에 관한 책과 강연은 많지만 책 읽는 사람은 드뭅니다. 글쓰기/책쓰기에 관한 책과 강연도 많고 한두 권 정도 출간을 경험한 이도 넘쳐나지만 매일 꾸준히 글 쓰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은 적습니다. 동기부여를 노력으로 착각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반짝 성공과 결실에 취해서 벌어지는 사태지요. 


연말입니다. 지금은 놀 때가 아닙니다. 아직 한 달이나 남은 2023년을 벌써부터 보내려 하지 말고, 하루하루 애착을 갖고 붙잡아 자신의 날로 만들어내야 합니다. 공부해야 합니다. 책 읽고 글 써야 합니다. 배우고 익히며 남을 돕는 인생이야말로 그 어떤 폭풍에도 끄떡없는 가장 강한 삶이겠지요.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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