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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06. 2023

자신이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



첫 책을 출간했을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회적 시선으로 보면 저는 여전히 바닥에서의 삶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거든요.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 저 같은 사람이 책을 출간했다고 해서 누가 거들떠보기라도 할까. 제 책을 세상에 내준 출판사에 미안한 생각마저 들 정도였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제 책은 세상이 말하는 베스트셀러 기준에는 근처에도 이르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많은 독자들로부터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감사하기 이를 데 없는 사건(?)이었지요. 더욱 감동적이었던 것은, 독자들의 소감이었습니다.


              이런 사람도 어떻게든 다시 살려고 하는데, 나도 살아내야겠다.            

              이런 사람도 글을 쓰는데, 나도 글을 써야겠다.            

              이런 사람도 세상과 타인을 위해 메시지를 전하는데, 나도 누군가를 돕는 인생 살아야겠다.            

              이런 사람도 매일 책을 읽는다는데, 나도 독서를 제대로 해야겠다.            


참혹한 실패로 저 자신 더 이상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살시도를 스무 번 가까이 했지요. 존재 이유를 상실한 후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술만 퍼마셨습니다. 살아도 그만이고 죽어도 그만인 인생. 얼마나 서럽고 괴롭고 아팠는지,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심장이 쓰립니다. 


그랬던 저의 실패를, 독자들은 동기부여와 선한 자극으로 받아주었습니다. 제 삶이 통째로 뒤바뀌는 순간이었죠. 오죽했으면 <독서신문>과의 인터뷰 도중에 폭풍 오열을 했겠습니까. 제 아픔과 상처와 좌절과 절망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저는 죽는다는 생각을 딱 멈췄습니다.


작은 실패, 사소한 실망, 별 것 아닌 실수들까지, 제 인생에서 일어났던 모든 "좋지 않은 일"들을 모조리 끄집어내어 거기에 메시지를 더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의 실패와 아픔을 거울삼아 다시 일어서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 아니, 사람은 누구나 타인의 고난과 역경을 자신의 것으로 해석한다는 사실은 제가 살면서 발견한 가장 소중한 진실이었지요.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 승승장구 성공 거두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참한 책을 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고 수월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감히 말씀드립니다. 자신의 인생이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있다면, 삶을 포기해도 좋으니 그 전에 반드시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라고 말이죠.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느껴질 때, 사람은 절망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 최악의 순간을 겪고 있는 경험이야말로 다른 이들에게 엄청난 에너지와 동기부여를 줄 수 있습니다. 힘들면 좋습니다. 더 힘들면 더 좋습니다. 최악이면 최고입니다. 악당이 강할수록 주인공의 성취는 더 크게 보이게 마련입니다.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지 모조리 한 번 써 보세요. 눈치 보지도 말고, 잘 쓰려고 하지도 말고, 그냥 어떤 상황에서 얼마만큼 죽고 싶은가 싹 다 적어 보는 것이지요. SNS 시대 아닙니까. 블로그에다 매일 상처, 아픔, 괴로움, 좌절, 절망, 역경, 고난, 몽땅 써 보세요. 어차피 최악이라고 생각하는 인생인데 겁날 게 뭐가 있겠습니까. 


글쓰기가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갑자기 하늘에서 돈다발이 떨어지는 일도 아니고요. 글 몇 편 쓰고 책 한 권 낸다고 해서 당장 인생 역전되는 일도 없습니다. 그러나, 글을 쓰다 보면 평소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물과 사람과 세상에 관심을 갖게 되고, 관찰하는 힘도 생기고, 그 모든 것들이 나와 관계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며, 이를 통해 세상 보는 관점이 달라집니다. 


모든 것은 생각에서 비롯됩니다. 관점이 달라진다는 것은 인생이 바뀌는 시발점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지요. 전과자 파산자 알코올 중독자 막노동꾼의 삶을 살았던 저는 항상 제 인생을 패배자와 실패자라고 정의했었거든요.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한 후로는, 저 같은 사람의 인생도 나름 가치가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은대 같은 사람도 글 쓰고 책 내는데, 나도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람들이 이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계속해서 책을 출간하는 이유입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 참 행복하고 기쁜 일이지요.


살다 보면, 주변 모든 것이 엉망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일도 잘 안 풀리고, 사람 관계도 꼬이고, 가족 불화도 생기고, 진심 아닌 말이 툭툭 튀어나와 오해와 갈등 비롯되기도 하고, 믿었던 사람에게 뒷통수 맞는 일도 생깁니다.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대체 인생이 왜 이리 진창으로 빠지는지 한숨만 나옵니다. 


책이나 강연을 통해 힘들수록 힘을 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막상 위기와 곤경에 처하면 아무 생각 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인생 역경은 늘 한꺼번에 닥친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아주 숨을 쉴 수가 없을 정도로 갑갑한 시간을 보내게 되지요. 


그럴 때는 뭘 해도 소용 없습니다. 인생에도 리듬이라는 게 있는데요. 술술 잘 풀릴 때가 있는가하면, 하는 일마다 꼬일 때가 있다는 뜻입니다. 차분해져야 합니다. 고요해져야 합니다. 자꾸만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발버둥을 칠 게 아니라, 모든 걸 가만히 지켜보겠다는 마음으로 한 걸음 물러나야 합니다. 바로 이 객관적 시각화가 삶을 다시 일으켜세웁니다. 저도 경험한 내용입니다. 


글을 쓰자고 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사람들은 시간이 나면 글을 쓰겠다고 합니다. 글쓰기가 항상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이죠. 그러나, 제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언제 닥칠지 모르는 인생 위기와 곤경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평소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이 고요한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시간이 남아돌아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가장 먼저 글을 쓰고 남은 시간을 살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인생 위기와 곤경이라고 하니까 자기 인생에는 그런 일 안 생길 것 같지요? 딱 하루만 지켜봐도 알 수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복잡한 감정이 나를 스쳐가는지. 툭하면 올라갔다 내려갔다 기복이 심하고, 화가 나고 짜증을 부리고 속상하고. 부정적 기운이 매 순간 나를 덮치지만, 원래 그렇게 사는 거라고 믿고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내버려둡니다. 


감기만 걸려도 병원 가고 약 먹어야 합니다. 감정 기복에 따른 상처와 에너지 누수는 치명적 질병에 다름 아닙니다. 뭔가 대책을 세우고 예방을 해야 절망과 좌절을 막을 수 있습니다. 글쓰기는 자기 감정에 관심을 가지고, 관찰을 하고, 조금씩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면서, 마음이 쉽게 휘둘리지 않도록 붙잡을 수 있는 강력한 도구입니다. 


힘들다 괴롭다 생각하고 말하는 것과 글로 표현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습니다. 생각하고 말하는 건 자신이 직접 볼 수가 없지요. 글을 쓰면, 자신이 쓴 글을 읽을 수 있습니다. 내가 나 자신과 거리를 두는 행위입니다. 푹 빠져 있으면 제대로 볼 수 없지만, 일정한 거리를 두고 지켜보면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글쓰기에 관해서는 밤새도록 얘기해도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 말을 믿고 글 한 번 써 보세요. 블로그 열어서 어제와 오늘 있었던 일과 느꼈던 감정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면 됩니다. 최악이라 여겨졌던 삶에 불꽃이 튀기 시작할 겁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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