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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장이 Dec 15. 2023

화살표는 항상 나 자신에게로

나의 이야기를 쓰다


글을 쓰다 보면, 독자들에게 삶의 지혜나 깨달음 또는 처세 등에 관해 조언을 전하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무조건 가르치려고만 드는 것은 작가가 지양해야 할 태도지만, 자신이 살아오면서 느끼고 깨달은 바를 바탕으로 도움을 주려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라고 볼 수 있겠지요. 표현하는 방식만 주의하고 다듬으면 얼마든지 좋은 글이 될 수 있습니다. 


단,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지요. 작가 본인은 허구헌날 불평과 불만 입에 달고 살면서 글에다가는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라고 쓰는 경우가 있는데요. 마땅치 않습니다. 어떤 글을 쓰든 작가의 경험과 가치관이 바탕에 깔려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스스로 긍정적인 삶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 때에야 비로소 관련 메시지를 전할 수가 있다는 말이지요. 


우리가 무슨 엄청난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삶과 글이 완전히 일치하기는 힘들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삶을 있는 그대로 글에 담기 위해 노력은 해야 합니다. 삶과 글이 따로 논다면 거짓과 위선만 적는다는 얘긴데, 그런 글은 작가 본인에게도 독자들에게도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목요일 밤 9시부터 118명 예비 작가님들과 제 170회 "이은대 문장수업" 함께 했습니다. 이번에도 우리 작가님들이 쓴 다섯 편의 글 일부를 발췌하여 실시간 퇴고를 진행하고 해설을 덧붙였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삶과 글을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솔직하면서도 독자를 도울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을까요?


어떤 글을 쓰든 화살표를 작가 자신에게로 향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긍정적으로 살아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할 때는 반드시 작가 스스로 부정적이었던 경험과 긍정적이었던 경험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이죠. 그냥 공자님 말씀만 계속 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겁니다. 


육아에 관한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눈높이에서 대화해야 한다"라는 글을 쓴다면, 마구 소리를 질렀던 경험과 눈높이에서 조근조근 대화를 나눈 경험을 모두 보여주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눈높이에 맞춰 대화를 했더니 훨씬 좋더라 하는 사실을 알려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요. "눈높이 대화"의 중요성만 계속 강조하는 게 아니라, 독자 스스로 그게 더 좋은 거구나 느낄 수 있도록 써야 합니다. 


경험이 부족한 초보 작가일수록 사람들을 돕겠다는 열정이 넘쳐서 자꾸만 "가르치는" 글을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용기와 희망을 가져야 한다, 매일 글을 써야 한다, 절대 포기하면 안 된다, 책을 읽어야 한다, 험담하지 말아야 한다 등등. 제 입장에서는 '좋은 말'을 전하는 거였지만, 독자 입장에서는 꼰대의 잔소리로 여겨졌던 모양입니다. 


감옥에서도, 막노동판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내 삶을 지켜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이야기를 들려주니까 그것이 곧 용기와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고요. 매일 글을 쓰면서 바닥의 삶이 지금에 이를 수 있었다는 내용을 알려주니까 다들 글을 써야겠다는 결심을 하더라고요. 제가 누군가를 험담했던 이야기, 누군가 저를 험담했던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니까 험담이란 건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하는 거구나 공감하는 독자가 많아졌습니다. 


실패든 성공이든 작가 본인의 경험을 있는 그대로 쓰기만 하면, 작가가 깨닫거나 배운 내용이 저절로 독자에게 가 닿습니다. 작가는 설명하는 사람이 아니라 보여주는 존재입니다. 글은 교장선생님 훈화 말씀이 아니라 3D 영화여야 합니다. 글 쓰는 사람은 잘난 척하는 사람도 아니고 위에서 내리꽂는 사람도 아닙니다. 어깨동무를 하고 함께 걷는 존재입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는 사람 중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길 불편해 하는 경우도 많은데요. 우리가 과거 상처와 아픔 따위를 세상 밖으로 드러내는 이유는 놀림감이 되길 감수하자는 게 아닙니다. 내 상처와 아픔이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손가락질을 하는 인간이 분명이 존재합니다만, 그것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요. 대부분 사람은 타인의 시련과 고난에 고개를 끄덕이고 공감을 하고 위로를 하며 자신을 돌아봅니다. 


제가 글을 쓰고 책을 냈을 때, "전과자가 무슨 책을 쓰냐"고 조롱하는 사람보다 "나도 책을 써야겠다" 결심하는 이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강의할 때도 다르지 않았습니다. "막노동꾼이 무슨 강의를 하냐"고 비웃는 사람보다 "나도 다시 살아야겠다!" 일어서는 이들이 훨씬 많았지요. 


작가와 강연가는 소명으로 살아내야 합니다. 그것이 운명입니다. 자기 입신과 돈벌이 정도로만 글 쓰려는 사람은 결코 가치를 느끼지 못합니다. 인생 역전하겠다는 마음으로만 무대에 오르면 누구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없습니다. 작가와 강연가는 항상 "찐"이어야 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보여주겠다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화살표를 자신에게 돌리면 글을 쓸 수 있습니다.셀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이제 그 모든 경험을 하나씩 정리할 때가 된 거죠. 사람들은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금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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